영혼의 요양소

지혜로운 삶에 대한 류시화의 산문집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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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삶에 대한 류시화의 산문집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온화수 2017. 5. 30. 22:49

작가가 명상과 깨달음을 위한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적은 51편의 산문이다. 나는 심리와 철학, 종교, 지혜에 관한 것들에게 끌린다.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명상을 통해 알게 되고, 무언가 한 단계 발전해간다는 느낌을 체험하고 나서, 더더욱 정신적인 것에 관심이 가게 되었다. 류시화라는 작가는 비범한 인물이다. 일반적 시선으로 이 책을 바라보면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많을 수 있다. 애초에 많은 가능성을 열어놓은 사람들이 이 책을 찾겠지만. 세속과 탈속의 사이에서 방황하는 존재. 그 혼란을 바탕으로 명상을 하고 글을 적는 사람. 그런 사람이 류시화다. 이 책은 가벼운 경전 같은 느낌이다. 어떻게 살아야 생명으로서 존엄하게 잘 사는 것인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마음이 담긴 길을 걷는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과 나란히 걷는다. 행복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에서 발견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행복의 뒤를 좇는다는 것은 아직 마음이 담긴 길을 걷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당신이 누구이든 어디에 있든 가고 싶은 길을 가라, 그것이 마음이 담긴 길이라면. 마음이 담긴 길을 갈 때 자아가 빛난다. -46P


뜨거운 라자스탄 사막에서도, 눈보라 치던 묵티나트 산정에서도, 바라나시의 뒷골목 찻집에서도, 시작 노트에 얼굴을 묻고 잠들던 게스트하우스 골방에서도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언제나 함께하고 내 고독을 채워 주었다.

생각해 보라. 당신이 그림을 그릴 때 고흐, 모네, 이중섭 등의 대화가들이, 혹은 당신과 파장이 맞는 예술가들의 영혼이 나타나 당신을 돕는다면 멋지지 않겠는가? 당신이 눈을 감고 앉아 명상을 할 때 크리슈나무르티, 오쇼, 라마나 마하리시, 틱낫한 등이 함께 명상을 한다면. -77P


마노즈 바바는 부러울 정도로 즐겁고, 행복하고, 자유롭다. 제자도 없고, 저서도 없으며, 사원도 없다. 머리 위에 짊어지고 다녀야 하는 바구니도 없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은 모두 날씨 같은 것이고, 자신의 본질은 그 날씨에 영향받지 않는 끝없이 파란 하늘이라고 말한다. -183P


'축복blessing'이라는 영어 단어는 '상처 입히다blesser'라는 프랑스어에서 나왔다. 축복은 종종 상처와 고통을 통해 오기 때문이다. 삶이 지닌 경이와 아름다움 앞에 무릎 꿇기 위해서는 어두운 동굴의 시간, 심리적 추락의 경험이 필요하다. 많은 영적 치료사들은 그런 인생의 시련을 겪고 마침내 동굴 밖으로 나와 세상의 신비와 마주한 사람들이다. 너무 밝은 빛 속에선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어두울 때 우리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 그때 빛은 우리 자신으로부터 나온다. 시인 시어도어 로스케도 썼다.

'어둠 속에서 눈은 비로소 보기 시작한다.' -23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