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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요양소
아침에 집을 나와 동네를 빠져나가는데, 저 멀리서 어떤 할아버지가 소리를 치시는 거야. 날 부르는 거 같기도 하고. 그래서 서로 가까워져 가는데 우리 아버지더라. 좀 기분이 이상했어. 연예인들이 해피투게더나 힐링캠프 같은 곳에 나와서 아버지의 늙어가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할 때 이해는 가지만 방송 때문에 과도하다고 생각했거든. 그렇게 틀린 말도 아닐 거라는 믿음은 아직도 있지. 멀리서 털모자 쓰고 두툼한 점퍼에 추위에 잔뜩 웅크린 모습이 노인정으로 향하는 영락없는 할아버지더라. 그게 우리 아버지더라. 내가 27년 살면서 처음 느꼈어. 물론, 50 넘어 들면서, 아버지는 티비 소리를 지나치게 크게 틀고, 그로 인해 안 보던 드라마를 즐겨보는구나 알게 되고, 엄마의 타박에 눈치 보며 부엌에서 간식을 훔치듯 도..
난 꿈을 잘 꾸지 않는다. 근데 오늘 오랜만에 꿈을 꿨다.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에 대한 라디오를 듣고, 3일 전부터 자기 전에 꿈을 꼭 꿔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었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꿈은 자신의 소망을 꿈에서 드러내준다고 했다. 자신의 욕망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도 있지만, 현실의 상황과 연관돼서, 왜곡될 수도 있다. 오늘 꿈꾼 내용은 아주 크고 화려한 미술관 같은 곳에 들어간다. 나는 아버지와 동행했는데, 중산층 이상으로 보이는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담고, 서로 대화하고 있었다. 그 안에 배우 이병헌과 이민정이 있었다. 아버지는 이병헌을 보더니 서로 알아보고 악수를 한다.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난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버지가 이병헌과 친분이 있다니. 그 찰나에 이민정은 나를 보고 웃는다. 이건..
또 멸치, 김치냐?너희집 반찬은 맨날 '치'자 돌림이냐? 아버지는 작은 재래시장에서 건어물 가게를 하셨다가게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시간은 늘.. 새벽 한두 시 그 새벽, 아픈 엄마를 대신해그 새벽, 아픈 엄마를 대신해 우리들 도시락 준비도아버지의 몫이었다 반찬투정을 하는 날이면아버지의 잠은 4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두사람 몫을 사셨던 아버지그래서인지, 당신의 인생은 너무도 짧으셨다 우리에겐 소시지반찬을 싸주셨지만당신은 늘 김치만 드셨던 아버지 마지막까지 당신은 사랑을 남기고 가셨다 그땐 너무 어렸다 아버지의 사랑을 모두 이해하기엔... 아버지,사랑합니다 이런 울림이 있는 광고는 도대체 내면에 어떤 감성이 있어야 만들 수 있을까.'나도 저 정도 생각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하는 생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