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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요양소
이별한 사람들은 왜 서로에게 죄가 되어야 할까. 몸은 성인이지만, 어린아이 같은 극도의 추한 모습까지 공유해서였을까. 아니면 치기어린 영원함의 약속, 둘로 나뉠 때마저 각자의 삶을 응원한다던 어리숙했던 언어들, 수분 없는 삶에 세상을 긍정적으로 왜곡시키는 사랑이 낭만적이지만은 않구나,라는 꿈을 깨고 싶지 않아서, 이런 저런 이유들로 과거를 외면하는 것일까. 사회 생활을 잘해서 감정에 무뎌져가는 친구들은 그저 마주치라 한다. 하지만 난 담대하지 못해서, 이별이 꽤 지났음에도 많은 것들이 생각나서,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서로 불편하니까. 최대한 마주치지 않고 그나마 좋은 감정을 유지했으면 해서. 이별 후 마주치면 안 좋은 감정이 생산되니까. 그런 마주침의 경험이 처음이라, 괴로웠지만 싫지만은 않은 감정이라..
요즘같이 습한 날이면 차라리 고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수분을 먹고 불순물을 뱉는 온몸은 이토록 끈적거리는데, 누르고 있는 노트북은 매끈하다. 노트북에 아이스크림이라도 떨어져 끈적해버린들 노트북 스스로는 불쾌함을 느낄 수도 없을 테니까. 노트북은 감정이 없지만, 누군가는 노트북을 매개로 감정을 재생산한다. 키보드를 누르고 있으면, 자욱한 안갯속에서 하나의 기억이 눈앞에 머문다. 흐릿하던 주변은 함축되고 굵은 빗방울 하나가 이마 위로 툭 떨어진다. 얼마 전, 지인 A와 술자리를 했다. 그에겐 5년을 함께 했던 여자친구가 있었지만 최근 헤어졌다. 그는 헤어지기 두 달 전부터 여자친구에게 농담으로 떠날 거냐고 자주 물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여자친구는 말도 안 되는 소리말라며 시선을 흘겼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