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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요양소
처음에 피아노 악보 어플을 다운 받아서 독학을 시작했습니다. 그 어플엔 바이엘 단계는 5번까지가 전부였습니다. '이것만 치면 바로 체르니구나. 나 피아노에 소질있구나. 애들이 어렸을 때 체르니 칠 줄 안다고 했을 때 되게 경외롭게 보았는데, 별 거 아니네. 벌써 체르니를 목전에 두고 있다니!' 얼마 안가 수상함을 직감했습니다. 분명 어플에 있는 바이엘 5번까지 완벽하게 소화했는데, 그 다음 체르니 악보가 너무나도 극악 난이도인 것입니다. 그래서 냅다 포털 사이트에 '바이엘 몇 번'을 검색해보았습니다. '이럴 수가. 바이엘 75번? 이건 뭐야.' '그럼 그렇지. 세상에 쉬운 건 없지. 그래도 포기하지 말자. 난 피아노 실력이 당장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저 죽을 때까지 천천히 피아노를 즐기며 근사하게 늙고..
저희 집에는 대략 15년 전에 아버지가 중고로 사 오신 피아노가 있습니다. 어린 날 여동생이 피아노 학원을 다녔는데 집에 피아노가 없어서 그 당시 구입한 것입니다. 여동생은 초등학생 때만 다니다가 피아노를 더 이상 배우지 않았고 피아노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렸습니다. 제가 다니던 학원은 보습 학원과 피아노 학원을 함께 운영했습니다. 3층 상가였는데 2층 입구에서 양쪽으로 나뉘는 형태였지요. 2층 건물 전체가 학원이 쓰고 있었습니다. 요즘에야 남자 애들도 피아노를 많이 배우지만 제가 어릴 적엔 피아노 학원 다니는 남자 애들은 많지 않았고, 그나마 다니는 남자 애들은 여성스러운 면이 보였다고 해야 하나. 평범함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보습 학원에 등록하기로 한 날, 저는 피아노 학원 쪽에 왠지 모르게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