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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유/사회과학

박웅현의 창의성과 소통의 기술,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 박웅현| 강창래

이 책은 국내 굴지의 광고회사 중 하나인 TBWA KOREA의 ECD(Executive Creative Director) 직책을 맡고 있는 박웅현씨의 이야기다. 굳이 광고인이 아니더라도 관심을 갖고 볼 수 있는 책이다. 광고에 대한 전반적인 기술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누구나 도움이 될 수 있는 창의력과 소통의 기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광고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우리나라는 대기업 아래에 있는 광고 계열사들이 소위 잘 나간다. 예를 들자면 삼성은 제일기획, 현대자동차는 이노션월드와이드, LG는 HS애드, SK는 SK마케팅앤컴퍼니(통합마케팅), 롯데는 대홍기획, 농심은 농심기획, 두산은 오리콤, 한화는 한컴 등. 아무래도 같은 계열사이기 때문에 일감에 대해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무래도 팔이 안으로 굽지 않을까. 이런 대기업 자체 광고대행사들을 인하우스 에이전시라고 부른다.


이런 상황에서 독립적 광고 회사인 TBWA KOREA는 인하우스를 합쳐서라도 손꼽히는 광고대행사이다. 이런 힘든 상황 안에서 이 회사의 한 축을 맡고 있는 박웅현씨의 이야긴데, 어찌 귀에 안 들어올 수 있을까. 더구나 오랜 방황 중 다시 돌아와 광고를 하겠다는 나에게.




이 책은 박웅현씨가 직접 이야기하는 형식이 아닌 이 책의 공동저자인 강창래씨가 인터뷰어를 맡아 풀어나간다. 인상 깊었던 내용은 그렇게 누구보다 말을 잘하고 프레젠테이션을 잘 하는 박웅현이라는 사람이, 어렸을 때부터 사회에 나와서까지도 굉장히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었다고 한다. 


처음에 제일기획에 입사를 해서 사람들 앞에 서는 게 너무나도 두려워 3년 동안이나 프레젠테이션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자기는 아이디어를 내고 최대한 발표는 남에게 미루는 식이었다고. 요즘이었으면 광고 회사에 스펙이 좋아도 앞에서 발표 조차 두려워한다면 입사하기 힘들텐데 말이다. 아무튼 나도 성격이 자신감이 넘치는 편이 아니라서 그런지 조금은 위로가 됐다.

 

하지만 박웅현씨는 더욱 미룰 수 없었고,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부인 앞에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달달 외웠다. 그때부터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게 지금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나도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날 때면 더욱 자신감이 붙고 활발해진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이제는 두렵지 않지만, 첫만남에서는 알게 모르게 벽을 치는 것 같기도 하다.



노골적으로 말해서 광고의 본질을 히까닥한 아이디어 찾기로 보는 사람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은 필시 광고를 말초적인 말장난 만들기나 눈에 띄는 그림 찾기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광고는, '끼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튀는' 아이디어를 찾는 과정이다. 만약 그들의 생각이 옳다면 나는 광고를 잘하기 위해 엽기적이고 튀는 책을 찾아 읽어야 할 것이다. 히까닥한 아이디어의 교본이라 할 수 있는 텔레비전의 개그 프로그램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불행하게도 나는 그런 일에 매우 서툴다. 해서, 만약 그들의 생각이 옳다면 나는 지금 당장 내가 잘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아야 할 것이다. -51쪽

'히까닥'이라는 말은 "튀는" "엽기적인" "앞뒤 문맥에 상관없이 재미있는(여기서 '재미있는' 이라는 말은 대체로 천박함을 동반한다)" 정도의 뜻이라고 한다. 박웅현씨는 당장 눈 앞에 보이는 그럴 듯한 광고가 아니라 튀는 말 하나 없어도 사람의 마음을 '진정성 있게 움직이는 광고를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칸국제광고제는 어떤 의미에서 광고들이 공동묘지입니다. 칸국제광고제에서는 심사위원들이 일주일 동안 5,000편의 광고를 봅니다. 아무런 설명도 없고, 문화적·사회적 콘텍스트도 알 수 없습니다. 문화적 배경도 모른 채 광고를 보고 평가해야 합니다. 그런데 광고란 소통이고, 그 소통은 맥락 속에서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내는 겁니다. 그렇게 보면 한 사회에서 잘 받아들여지는 좋은 광고가 칸국제광고제에서 꼭 상을 받으란 법이 없습니다. 만일 상을 받고 싶다면 칸국제광고제를 위한 광고를 만들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런 점에서 칸국제광고제는 좋은 광고의 공동묘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려면 변해야 합니다." -89쪽

이 내용을 읽고는 적잖이 놀랐다. 국제광고제에서 수상 했다고 하면 당연히 전세계에서 인정받은 것이라고 생각 했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다니 말이다.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모르고 단순히 느껴지는 이미지로써 광고를 판단한다면, 아무래도 '히까닥'한 광고가 상을 받기에 수월하지 않을까. 더구나 우리나라는 화려함 보다는 정서적인 광고가 많은데. 설명 없이 외국인들이 본다면 이해를 못하는 광고가 대다수일 것 같다. 



그의 말대로 '창의적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하든 잘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생활에 충실하고 생활을 즐긴다. 그 생활은 회사 생활과 책 일기, 음악 듣기, 영화 보기, 여행 가기가 전부다. 그러면서 사람이라면 느끼고 보아야 할 것들을 놓치지 않는다. 노트에 끊임없이 기록한다. 그는 오래된 수많은 노트들을 가지고 있다. 노트에 적을 상황도 안 되면 휴대전화에 메모해둔다. 책을 읽을 때도 메모한다. -150쪽

나도 평소에 메모를 잘 하는 편이다. 여러 관련 경험 때문에 그런 것도 있고, 기억력이 안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불안하면 적는다. 나는 메모를 다시 들여다보기 보다 '끄적임'으로써 기억을 돕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들 보며 느낀 사소한 것들을 적는 재미도 하나의 취미가 됐다.


박웅현씨는 인문학적인 창의력을 키우려면 "책을 잘 읽는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창의력이라는 게 쉽게 정의할 수 없는 단어지만, 사람을 사랑하고 가치의 방향을 알려주는 도움이 된다면 그 모든 게 창의력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