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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9하라> - 정철 본문

책 사유/자기계발

<머리를 9하라> - 정철

온화수 2013. 7. 16. 01:24

카피라이터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고 광고연구원을 다녔었다. 수업을 들으며 여러 가지 현실적인 얘기들을 많이 접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침울해져 있었다. 하지만 막바지가 되면서 다시 정신을 되잡고 천천히 내딛기 시작했다. '카피라이터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 조금 더 광범위하게 '광고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수많은 고민이 날 짓눌렀다. 고민은 많이 했지만 나아지는 건 없었다. 이성을 부여잡고 관련 서적들을 찾아서 읽기 시작했다.


'카피라이터 정철의 머리를 9하라' 사실 이 책은 광고인과 카피라이터만을 위한 내용은 아니고, 발상 전환을 하고 싶은 모두에게 필요한 책이다. 목차는 찾자, 떨자, 참자, 묻자, 놀자, 돌자, 따자, 하자, 영자 9가지로 이뤄져 있다. 찾자는 발상 전환의 정의, 떨자와 참자는 발상 전환을 위해 해야 할 최소한의 노력, 묻자, 놀자, 돌자, 따자는 발상 전환의 요령, 하자는 발상 전환의 자세, 마지막 영자는 발상 전환의 철학이다. 영자는 사람 이름이다. 책 사기 전에 겉만 보고 영자는 좀 억지라고 생각했는데 내용 읽어보니 사람을 위한 발상을 하라는 깊은 뜻이.



[책을 여기저기 들고 다녀 때가 탔다]


우리는 살면서 정답만을 찾으려 한다. 이 책을 보고 친구에게 "행복의 반대말은?"이라고 물었더니 "불행"이라고 딱 잘라 말한다. 다른 생각은 없느냐고 물어보니 "행복의 반대가 불행이지. 그게 아니고 뭐야."라고 한다. 이공계 친구라 이해한다고 말하고 넘어갔다. 사실, 나도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이렇게 답했을 것이다. 발상 전환을 접하고 나서야 다르게 생각해도 된다고 느꼈다. 수학 시험지가 아닌 이상. 이 책에선 행복의 반대말이 불행이 아니라 불만일수도 있다고 말한다. 불행과 친해져 버리는 원인은 부정적인 생각이고 과도한 걱정과 소용없는 후회가 불행해지는 지름길이라고.


광고를 배우고 광고를 하고 싶다는 사람인데도 머리가 굳어있었다. 일차원적인 생각을 많이 했었다. 지금은 꽤 물렁물렁해졌다고(?) 혼자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교육받고 자라왔으면 아마 나와 비슷할 것이다. 항상 정답만을 얘기하려 하고 다르길 두려워한다. 생각이 다를 수도 있는 걸 틀리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어보면 더욱 이해가 될 것이다.



[온오프 콘텐츠 형태 가리지 않고 좋은 글이나 생각 등을 졸필로 적는다]


발상 전환을 하려면 메모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한다. 저자는 새로운 생각, 재밌는 생각이 떠오르는 즉시 휴대전화에 메모해 놓는다고 한다.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아이디어 노트에 욱여넣는 작업을 한다고. 그 머리 좋다는 아인슈타인도 "뭐 하러 힘들게 기억하려고 애쓰나. 기록하고 기억에서 지워라."라고 했단다. 아이디어 노트를 가진 것은 머리 바깥에 외장하드 하나를 더 갖고 있는 것이란다. 나중에 발상이 막히고 답답할 때, 아이디어 노트를 넘겨보면 새로운 생각들이 내뿜어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나도 당장 쓰던 낙서장을 아이디어 노트라고 이름을 바꿨다. 왠지 지원군이 생긴 것 같이 뿌듯하다.


또 다른 노력도 필요한데, 그건 '약간의 인내'라고 한다.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당최 생각이 나지 않아 자학하고 있어 포기하고 싶을 때, 그 순간의 인내다. 그 순간을 넘으면 아이디어가 나오는데 그러기 위해선 집중력 있는 관찰이 필요하다는 것. 설렁설렁하는 게 아니라 집중력을 갖고 뚫어지게 바라보는 것.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아주 작은 구멍이 뚫리더라도 맨 처음 구멍 뚫리는 순간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구멍이 뚫린다는 확신을 하게 된다고.


나는 나름 성공했다는 사람들의 강연을 보고 듣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 사람들은 '왜?'라는 질문을 항상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왜?'라는 의문을 품기를 바랐다. 역시나 이 책에도 세상에서 가장 멋진 한 글자는 '왜?'라고 한다. 항상 호기심을 갖는 사람만이 새로운 생각을 떠올릴 수 있으니까. 궁금한 게 많아지면 자꾸 묻게 되고 남에게도 묻고 자신에게도 묻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생각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생각이 탄생한다고 한다. 엉뚱한 질문, 괴팍한 질문,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질문, 질문 같지 않은 질문일수록 더 좋다고. 물음표를 붙이고 다닌 딱 그 시간과 거리만큼 당신은 오!하는 '오답' 아닌 '오!답!'을 얻게 될 것이라 말한다.


[이런 게 '오답' 아닌 '오!답!'이 아닐까]


윗글은 저자가 '왜 구두 밑창은 닦지 않을까?'란 호기심에서 출발한 것이다.

'구두닦이에게 구두를 닦아오라고 하면 밑창은 손도 대지 않고 다 닦았습니다. 하면서 자신 있게 구두를 내민다. 다 닦은 게 아니지 않은가. 밑창 빼고 다 닦았습니다,라고 해야 옳지 않은가. 역시 바보 같은 질문이라 생각하겠지. 하지만 나는 이 바보 같은 질문의 답을 이렇게 답을 찾는 과정에서 생각하지 못한 선물을 안겨 주기도 한다.' -130P 中


엉뚱하고 끊임없는 호기심이 새로운 발상을 만들어 내는 에너지라고. 쓸데없이 호기를 부린다는 말을 들을 때까지 호기심을 발동시켜 보라고 한다. 나는 팀원끼리 회의를 해서 반응이 별로다 싶으면 당장 접고, 우리가 나가고자 하는 방향을 새롭게 생각한다. 그리고 기존에 생각했던 내용을 싹 잊는다. 개인적으로 팀을 위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죽은 내 아이디어를 한편에 챙기고는 있어야 할 것 같다. 새로운 아이디어 70% 기존 아이디어 30% 정도로 잡고 있어야겠다. 죽은 것이라도 언젠가 쓰일지 모르고 좋게 발전될지도 모르니까. 단, 컨셉과 방향이 엇나가면 과감히 접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도움될 많은 내용이 책에 담겨있다. 이 책의 여백에 내 생각과 함께 필기해서 한 권이지만 두 권의 책이 됐다. 이 책은 또 다른 나의 아이디어 노트가 됐고, 발상을 통해 글 쓰는 재미를 알려준 소중한 안내서다. 한 번 보고 꽂아놓는 책이 아닌 머리가 깊은 수렁에 빠질 때마다 도와주는 아스피린 같은 책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