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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 <아웃라이어> - 말콤 글래드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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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 <아웃라이어> - 말콤 글래드웰

온화수 2013. 8. 4. 01:36

아웃라이어는 무슨 뜻일까?

1. 본체에서 분리되거나 따로 분류되어 있는 물건.

2. 표본 중 다른 대상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통계적 관측치.


책에 이렇게 설명돼 있다. 쉽게 말하면 '좋은 기회나 환경을 가진 평범함을 넘는 사람'이 아닐까. 


겉표지에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이라고 적혀있어, 나름 뻔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초라한 환경에서 태어나 치열한 노력을 통해 스스로 길을 개척하고 영웅으로 거듭나는 그런 스토리. 조금만 읽어보면 그런 내용이 아니란 걸 뒷통수를 후려친다.


책 내용을 빌어 예시를 빌어보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돌을 손에 쥐고 있다가 놓으면 땅에 떨어지는 이유에 돌 자체에 '중력'이라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반면, 갈릴레오는 돌이 떨어지는 이유를 돌과 전체 장(場) 사이의 '관계'로 설명했다. 돌 자체보다는 맥락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적 관점과 갈릴레오적 관점의 대립은 사람의 행동을 설명하는 방식에도 적용된다. 철수가 친절한 행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철수가 친절하기 때문이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적인 설명이 한 편에 있고, 그 대척점에는 '철수가 속한 상황 때문이다'라는 갈릴레오적 설명이 존재한다.


이 책에서 글래드웰은 '사람 대 상황' 논쟁을 성공의 영역으로 가져왔다. 이 책은 우리가 발견하지 못했던 성공의 색다른 측면을 제시한다.



 


반슬리는 남부 앨버타의 레스브리지 브론코스 하키팀의 게임을 보고 있었고, 그 팀은 밴쿠버 자이언츠나 메디슨 햇 타이거스처럼 메이저주니어 A리그 소속팀이었다. 그의 곁에는 아내 파울라와 두 아들도 있었는데 프로그램을 읽던 파울라가 선수 명부를 훑어보더니 이렇게 물었다.

"여보, 당신은 이 젊은 친구들이 언제 태어났는지 알아?"

"물론이지. 60년대 후반에 태어났을 테니 열여섯 살에서 스무 살 사이겠지."

"아니 그게 아니라, 몇 월에 태어났느냐고."

반슬리는 그때를 회상하며 "저는 파울라가 쓸데없는 질문을 한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명부를 다시 들여다보니 아내가 말한 것이 눈에 확 들어오더군요. 어떤 이유에선지 모르지만 1월, 2월, 3월생이 월등히 많았습니다."(34쪽)

이토록 생일이 빠른 아이들과 하키의 상관관계는 단지 캐나다에서 1월 1일 기준으로 나이를 헤아리고 그에 맞춰 하키 클래스를 짜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1월 2일에 열 살이 되는 소년은 그해 말까지 만으로 열 살이 되지 못한 소년과 함께 하키를 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사춘기 이전에는 열두 달이라는 기간이 엄청난 신체 발달의 차이를 낳는다는 것이다.


위 내용만 읽었을 때, 조금 억지스럽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책 안에 선수 목록 별로 쭉 정리돼 있고 다른 사례들도 설명을 하고 있어 수긍이 됐다.


연습은 잘하는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잘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1만 시간의 법칙에서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1만 시간이 엄청난 시간이라는 점이다. 성인이 아닌 경우, 스스로의 힘만으로 그 정도의 연습을 해낼 수는 없다. 격려해주고 지원해주는 부모가 필요하다. 경제적으로 곤궁해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연습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낼 수 없으면 안 되므로 가난해서도 곤란하다. 대개의 경우, 특수 프로그램이나 특별한 종류의 기회를 붙잡아야 그 수치에 도달할 정도로 연습을 할 수 있다. (2장, 1만 시간의 법칙, 59쪽)

일반적으로 지능지수가 높을수록 더 많은 교육을 받고 더 많은 돈을 벌 가능성이 크며, 믿거나 말거나 수명도 도 길다. 하지만 한 가지 빠진 것이 있다. IQ와 성공 사이의 상관관계는 일정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 만약 누군가의 IQ가 120을 넘는다면 그 이상의 IQ 지수는 실제 생활에서의 성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3장, 위기에 빠진 천재들, 97쪽)

부유한 부모들은 아이들의 자유시간에 깊이 개입해 아이들을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 실어 나르고 선생, 코치, 친구들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다. 라루가 추적한 어느 부유한 집안의 아이는 야구팀 하나, 축구팀 두 개, 수영팀 하나, 농구팀 하나에 속해 있었고 어린이 오케스트라의 연주자였으며 피아노 레슨을 받고 있었다. 이런 집중적인 스케줄 관리는 가난한 집 아이들에게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가난한 아이들은 이웃에 사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밖에서 게임을 하며 논다. 아이들은 어른의 세계와 분리되어 있으며 부모는 아이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케이티 브린들(Katie Brindle)이라는 노동계급 가정의 소녀는 방과 후에 합창단에서 노래를 부르지만, 그것은 스스로 등록한 것이고 늘 자기 발로 걸어서 연습하러 간다. 라루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케이티의 엄마는 중산층 엄마들과 달리 노래에 대한 딸의 관심을 계발해야 할 재능의 징후로 바라보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돕지 않는다. 또한 그녀는 연극에 대한 케이티의 흥미에 관심이 없고 딸의 재응이 발현될 수 있도록 비용을 댈 수 없는 자신에 대해 한탄하지도 않는다. 대신 그녀는 케이티의 기술과 흥미가 케이티를 돋보이게 한다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그녀는 케이티가 연기할 때 귀여워 보인다고 생각하며 그것이 케이티가 주목받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건 성공한 사람들이 같은 선상에서 출발한 게 아니라, 조금 더 나은 기회와 환경에서 시작했다는 것이다. 좋은 환경이라는 게 집이 부유한 것만이 아니라 태어난 동네같은 사는 환경도 중요하다고 한다. 


예를 들자면, 서울하고 먼 동네에 태어나 꿈을 이루기 위해선 서울로 왔다갔다 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 뭔가를 배우거나 스터디를 하고자 할 때. 하지만 그 학생을 집에서 교통비 조차도 대주기 버거운 상황이라면, 이 학생은 아르바이트를 해야할 것이다. 그 시간에 서울에 사는 그나마 평범한 학생들은 공부나 스터디에 몰두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결과가 같을 수 있을까? 또 결과물을 공유할 때, 시간과 비용 때문에 피곤함과 충분히 집중하지 못했다는 불안감에 자신감을 떨어뜨리게 하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