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요양소

48가지 감정 실용서, <강신주의 감정수업> - 강신주 본문

책 사유/인문학

48가지 감정 실용서, <강신주의 감정수업> - 강신주

온화수 2014. 2. 28. 14:17

대학 시절 때의 일이다. 생활비를 벌어볼 참으로 새벽 5시에 일어나 인력소에 갔다. 도착해서도 9시가 되도록 나에겐 일거리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소장님께서 다가와 말을 걸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보고, 없으면 돌아가야 할 거 같다.” 그 말에 난 힘없이 ‘네..’라며 받아들였다. 


내 얼굴에 뭐가 뭍었는지 빤히 바라보시더니 말을 더 건네신다. “너 전공에 관심 있니?” “아뇨..” "어떡하려고 그러니.." "..." "넌 졸업해서 우울증에 걸려있을 것 같다." 나는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싶었다. 그때 속상한 일들이 많아서 상당히 어두웠지만 다짜고짜 하는 말이 이 꼴이라니.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사람을 많이 접하는 사람은 사람을 어느정도 보는 것 같긴 하다.



 

기억에서 잊고 있었다가 내 상황을 되돌아보면서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소장님 말씀이 많이 빗나가지는 않았다. 우울증까지는 아닌 것 같고, 우울이라 하기보다는 그냥 막막함이라고 하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가치와 돈벌이가 좁혀지는 분야에 뛰어드는 중이지만, 사실 이러다가는 정말 아무 것도 안 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불안하다. 온전히 철없이(?) 좋아하거나 잘하는 걸 찾기 위해서가 아니다. 적어도 내 가치관에 조금이라도 부합하는 업을 하고 싶다.


나를 찾기 위해 꽤 많은 책들을 읽었다. 하지만 기억 나는 게 별로 없는 거 보니 억지로 읽었나보다. 읽으면 유익하다는 책을 많이 골랐던 것 같다. 그런 책들이 대개는 상투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강신주의 책을 읽으면 심장이 뛰었다. 그러면서 주변의 인간관계에 적용해 돌아보기도 하고, 인력소 소장님의 말씀도 이해가 가고. 책을 읽어서 현실에 적용시킬 일이 별로 없었는데 그의 책은 바로 적용할 수 있으니 푹 빠졌다. 내가 상대방의 마음 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랄까. 나만의 착각이라도 재밌다.


난 무엇보다 철저히 내면과 싸워가면서 나를 절실하게 알고 싶었다. 스스로 묻는 많은 질문들에 괴로워 했고, 답을 찾기 위해 책을 읽었고, 그렇지만 찾을 수 없었고, 무수히 많은 질문들만 더욱 생겨났다. 질문에 대한 답은 찾을 순 없었지만, 계속 질문을 하는 원인은 찾을 수 있었다. 그 원인을 찾는데 강신주의 책이 도움이 컸다. 


강신주의 감정수업은 자신의 비루함에서부터 주변으로부터 생기는 복수심이란 감정의 절벽에 밀어넣는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속이고 있던 솔직한 감정까지 마주하고 나면, 그 절벽에서 뛰어내릴지, 물러날지를 선택할 수 있다. 난 대부분을 뛰어내렸는데, 돌아서버린 것도 있다. 근데 그 하나가 너무 절절하다. 이렇듯, 책을 읽는 이유는 삶에 적용시키고, 생각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인문학 책이 실용서라 보지 않지만, 직접 감정을 다룬다는 부분에서 나름 실용적인 책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