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요양소

[창비라디오] 라디오 책다방 '박웅현' 출연 본문

창의력 영감

[창비라디오] 라디오 책다방 '박웅현' 출연

온화수 2015. 2. 17. 15:15

 

[출처: 창비 페이스북 페이지]

 

 

제 가치관에 영향을 가장 깊고 자주 끼친 사람이 누구냐고 뽑는다면 '박웅현'님을 뽑을 거에요. 저는 광고를 전공하고 따로 카피라이터 교육도 받아서 광고에 뜻이 있었어요. 예전처럼 글 위주로 쓰는 카피라이터만 따지자면 '정철' 선생님처럼 재치있는 글을 닮고는 싶었죠. 하지만 요즘은 AE니 카피라이터니 아트디렉터니 구분이 모호해졌더라고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데 함께 가리지 않고 집중하는 상황이 온 거죠. 그런 넓은 부분에서는 박웅현님을 닮고 싶었어요.

 

박웅현님의 강연과 책을 읽으면서 그의 생각에 매료되어갔어요. 광고인으로서 이외에 인생에 대한 철학과 통찰이 멋진 사람이다, 닮고 싶다고 느껴졌죠. 지금은 광고와는 다른 길을 가고 있지만, 인생에 있어 바람과도 같은 분인 것 같아요. 표지판 정도로 강요하진 않고 길을 가다 우연히 만난 바람에 움직여지는 그런 조금은 자유스러운 존재.

 

창비라디오를 평소 즐겨듣진 않아요. 페이스북에 '창비' 페이지를 구독하고 있다가 '박웅현'이라는 세 글자에 팟빵으로 얼른 넘어왔죠. 앞에 20분 간은 대학생 프로그램인 '망치'에 대해서 얘기하고, 그 이후부터가 듣고 싶은 얘기를 해주셨네요.    

 

아래는 제가 듣고 울림 있는 부분을 그대로 적거나 나름대로 정리한 내용이에요.

 

 

 

아모르파티

 

나의 운명을 사랑하지 않으면 자존감은 없다. 아모르파티. 내가 짐꾼이 되었건, 왕이 되었건, 내 운명을 사랑해야 한다. '나는 왕으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내 인생은 망쳤어!'라고 하면 안 된다. 불교에서 이런 얘기를 한다. 9할 이상은 기존이고 나머지 1할의 9할 이상은 기성이다. 미성은 1할의 1할일 뿐이다. 기존은 이미 존재하는 내가 손댈 수 없는 것들이다. 못 바꾸는 것들. 지금 태어난 시대라던지 정치같은 것들. 이게 이미 90%. 그럼 내가 노력할 부분은 10%. 또 10%의 90%도 이미 정해진 기성.

 

그럼 어떻게 하느냐? 

 

나머지 이루어지지 않은 것들만 보겠다는 게 미성. 내가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은 것에, 바꿀 수 없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지금 내 눈 앞에서 바꿀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이냐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가 무엇이냐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자존의 시작이다.

 

 

기업에서 왜 인문학이 필요한가? 성격 자체도 다른 것이 아닌가?

 

기업에서 필요한 건 인문학이 아니라 인문적인 시각이다. 삶의 촉수. 고객이 될 사람들이 무엇에 웃고 우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를 알려면 사람의 맘을 알아야 한다. 가장 안전하고 함축된 통계가 오래 살아남은 고전 문학, 클래식 음악 등이 아닐까. 그걸 파악해서 감성적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것. 시나 영화처럼, 그렇게 감성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맘을 열어주지 않으니까.

 

 

듣고 싶은 얘기

 

듣고 싶은 얘기를 하자. 많은 사람에게 전파되길 원한다면 큰 주제로 접근. 광고보다 인문학, 인문학보다 인생. 생각해본다. 나도 글을 쓴다면 어떤 주제로 써야할까. 너무 나만의 세계에 빠졌던 건 아닐까.

 

 

멘토

 

멘토는 참고사항이 되는 것이니 지침이 될 수는 없다. 스펙보다는 본질을 채워라. 20대 때 자기 본질을 채워놓지 않았다면 회사에 들어갔다고 치더라도 오래갈 수 없다. 인생은 마라톤이다. 주변의 소리보다 자기 안의 목소리를 따라가라. 흔들리지 말아라. 옳은 길이다. 흔들릴 때마다 존경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라. 거기서 나오는 답들을 찾아가라.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

 

책을 꼭 읽을 필요는 없다. 책을 읽었다는 자기 위안은 건강하지 않다. 좋은 대화, 좋은 여행, 좋은 만남은 어떤 책보다도 좋다. 방점은 '좋은'에 있다. 독서만 있는 게 아니라, 만화, 영화, 내게 울림이 있는 걸 쌓아나가라.

그럼에도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굳이 찾자면, 책은 뭔가 들을만한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이 혼신의 힘을 기울여서 가장 듣기 쉽게, 알기 쉽게, 정리해 놓은 것이다. 그에비해 강의, 대화들은 책에 비해 파편적인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의 세계를 깊게 알고 싶으면 책만한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