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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조각

her그녀 - 스파이크 존즈

온화수 2015. 2. 23. 19:50

나는 영화 자체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내게 울림을 주는 것을 스스로 저장하려고 할 뿐이다. 


유형이든 무형이든 형태는 상관 없다. 


아무리 다수가 좋다고 한들 

내게 울림을 주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이니까.



 

 이 영화는 충분히 울림을 느꼈다. 로맨스 장르를 선호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을 정도다. 이야기 소재가 참신하고 이런 내용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배경은 가까운 미래이고, 여러 인종이 구분 없이 도시에 모여산다. 현재 시대보다 개인화가 상대적으로 더욱 진행된 분위기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감정에 무뎌진다는 걸 말하는 것 같다. 

 

주인공 테오도르는 감정 파악에 무뎌진 시대의 메신저다. 연애 편지를 대필해주는 작가다. 고객의 감정은 잘 파악하지만 자신의 인간관계에는 서툴다. 그렇기에 사랑하지만 이혼에 이른다.    

 

 

테오도르는 우연히 한 광고를 본다. 인간의 감정을 파악하고 진화하는 운영체제(OS) 광고다. 구입해서 대화를 하기 시작한다. 그녀 이름은 사만다. 사람과 달리 자신의 감정을 조건없이 옹호해주고 들어주니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사만다도 대화를 하면서 기억하고 진화한다. 

 

서로 사랑에 빠지고 사랑이 그렇듯 처음같지 않다. 테오도르는 이혼을 진행하면서 정신이 피폐해지고 사만다에게 집중이 되지 않는다. 사만다는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자신의 육체를 대신할 실존하는 여성을 보낸다. 서로 관계를 하려다 이성과 감성에서 혼란이 오는 테오도르는 포기한다. 

 

사만다는 조금씩 멀어져 간다.

 

 

여러 평을 보니 이 영화의 제목에 집중한다. 그녀인데 'she'가 아닌 'her'일까. she는 주체고 her는 객체다. 내가 생각하기엔 '나'가 있기에 존재하는 '그녀her'로 바라 본 테오도르를 안타까워 하는 게 아닐까. 사랑은 나와 너가 아닌 의식 그 자체 혹은 우리, 둘이 하나가 돼야한다. 서로 주체가 돼야하는 것이다.

 

'her'로 사랑을 바라 본 테오도르를 빌어 'she'로 바라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닐까. 하나가 되기로 약속했으니 상대가 배경이, 객체가, 되어선 안 된다. 남들이 뭐라해도 무조건적인 편을 들어주는 것. 서로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미친짓이 사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