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요양소

세바시 275회 자기 해방의 글쓰기 - 김영하 소설가 본문

글쓰기 언어

세바시 275회 자기 해방의 글쓰기 - 김영하 소설가

온화수 2015. 4. 25. 06:49

 

 

김영하 작가 말처럼 ‘나는 죽기 전에 뭘하고 있을까?’를 생각하면 답은 확실하다. 그게 소설인지는 모르겠으나 내 감정이나 회한을 배설하고 죽을 것이다. 이렇듯 글쓰기는 인간이 최후까지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무덤에도 글을 새기는 걸 보면 인간 욕망의 최종 목적지는 글이 아닐까.


사회에선 솔직하게 자기를 오픈하면 아마추어라는 인상을 풍긴다. 언제 어디서나 구설수에 오르고 씹히는 먹잇감이 되지 않는 게 무리에서 살아남는 법이다. 무리를 짓고 다수를 따르고 비슷해진 자기를 보며 안심을 한다. 대신 그만큼 자기 자신을 들여다 볼 시간은 반비례 한다.

점점 ‘나’보다는 ‘우리’다워진다. 무엇이 옳다고는 할 수 없으나, 요즘 너무나도 ‘나’를 들여다보지 않는 것 같다. 내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사치고 뜬구름 잡는 허상일 뿐인 것이다.

“벌거벗은 자신을 쓰라. 추방된 상태의, 피투성이인.” 독일 작가 데니스 존슨이 이런 말을 했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일까. 진정성 아닐까. 남에게 보여주기 싫은 기억, 감추고 싶었던 사실, 쓰다가 너무나도 억울하고 분해서 울컥울컥하는, 이 사실을 타인이 알면 날 이상하고 찌질하게 볼 거란 두려움이 밀려오는 상황들. 이런 것들을 글로써 풀어내야 과거의 트라우마로부터 해방되는 일련의 과정이자 곧 완성이다. 너무 아픈 부분들은 글 뒤에 숨기도 한다. 작가들은 소설 안의 캐릭터에 자신을 심는다.

글을 쓴다는 것은 어딘가 아픈 데가 있다는 것이다. 글을 좋아하는 사람만 그런 게 아니고 누구나 힘들다. 나 혼자 있는 공간에서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해 솔직해지기 시작하면 내가 알던 글쓰기가 아닌 걸 경험하게 된다. 어린 시절 썼던 독후감이나 대학 리포트 같은 고통스럽던 느낌의 글쓰기가 아니란 걸. 잘 쓰든 못 쓰든 그저 쓰는 과정에 치유가 되는 경험을 많은 사람들이 느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