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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유/에세이

인사이트 아웃사이트, <보다> - 김영하

온화수 2015. 6. 6. 00:36

김영하 작가의 '보다'를 리디북스에서 전자책으로 구입했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김영하 작가가 직접 보고 느낀 것들에 대해서 칼럼처럼 적은 글 모음이다. 

 

 

 

인간과 세상에 대한 예리하고도 유머러스한 통찰! 신문 오피니언란에 보면 세간의 사건들을 의사는 의사적인 시각, 요리사는 요리로 비유하거나 그런 글들 있지 않은가. 그런 느낌적인 느낌.

 

 

 
차례다. 어떤 글들이 실려있는지 궁금해하는 분 있을까봐 올립니댜...

 

 

 

ㅋㅋㅋ 빌게이츠도 그랬다. 자기 자식들에게 어느정도 성숙할 때까지는 아이티 기기를 못 만지게 했다고. 그게 교육 철학이며 책을 읽게 했다고. 난 가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꾸 페이스북에 내 삶이 노출되면서 사람들과 비교하게 되고, 안 사던 물건 조차도 관심이 생기곤 했다. 난 차에 관심이 없는데, 친구가 멋진 차를 사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면 조금 부러워지기도 하고. 근데 또 다른 친구마저도 차를 구입하면, 나는 관심 없던 차도 사야만 할 거 같은 마음이 든적 있다.

 

책을 읽는 데도 카톡 알림이 오면 스마트폰으로 손이 가고, 페북으로 손이 간다. 정말 온전히 깊게 몰입을 못한다. 하...... 그래도 페북의 유입자들을 포기할 수 없어서...... 아이로니컬........

 

 

 

이 글을 읽자마자 정몽준 그 분이 생각났다. 버스비가 얼마나 하는지 아느냐는 질문에 "70원 정도 하지 않느냐"는 그의 대답. 난 그 말을 듣고 그가 원망스럽다기보다는 다른 세계가 정말 있구나, 나와 삶이 너무나도 다르구나,를 깨닫게 해주어서 고맙다고 느꼈다. 내가 세상에 공평한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준 고마운 분이시다.

 

 

 

세상에 맞춰 자신을 바꿀 것이냐, 세상을 자기에게 맞게 바꿀 것이냐. 이미 난 도로를 경쟁하며 갈 것이냐, 샛길을 만들어 담대히 홀로 갈 것이냐.

 

 

 

 

난 엉뚱하다는 소리 많이 듣는다. 항상 익숙한 것이라도 새롭게 해보려고 하는 열망이 강하다. 오른손으로 밥을 먹다가도, 어느 날은 왼손으로 시도해보기도 하고. 매일 집 가는 길도 돌아서 가보기도 하고. 남들이 다 하는 선택에서 반대로 가보기도 하고. 적어도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사람은, 남들과 공감하기도 해야 하지만, 공감 안에서도 엉뚱함을 접목시켜야 다른 게 나오지 않을까.

 

 

 

재밌다. 사회학적인 부분이다. 서울에 자본이 몰려있으니 지방은 직업의 종류가 다양할 수가 없다. 물론, 서울에 없는 직업이 지방에 있을 수 있다.

 

 

김영하 작가가 이 책 '보다'를 쓴 이유인 거 같다. 보고 들은 후에 그것에 대해 쓰거나 말하고, 사람들과 대화하지 않으면 허공으로 흩어져버린다. 그래서 나도 책만 읽고 싶고 그저 수동적으로 모든 걸 받아들이고 싶지만, 쓰기 귀찮고 엉터리 같은 내용이라도 억지로나마 이렇게 끼적인다. 남들에게 블로그의 콘텐츠적으로 성공하고픈 맘이 있다면, 퀄리티를 신경 쓰겠지만, 내 블로그는 그저 나를 위한 메모장 같은 성향이 짙은 곳이다.


밑줄 

샤워할 때면 명가수다. 관객은 오직 나 한 사람뿐. 거울과 타일로 둘러싸인 공간이라 울림도 좋다. 그런데 밖에만 나가면 수줍어서 노래를 못한다. 우디 앨런 감독의 <로마 위드 러브>에 나오는 장의사(파비오 아르밀리아토)의 고충이다. 이 놀라운 목소리를 우연히 욕실 밖에서 엿듣게 되는 미국인 사돈 제리(우디 앨런), 왕년의 오페라 감독의 마음은 안타깝기만 하다. 혼자 듣기엔 너무 아깝다. 그래서 성악계 친구들에게 소개를 해주었건만 오디션장에서는 떨려서 노래를 못한다. 제리는 무대에 샤워부스를 설치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한다. -98P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샤워를 하지 않아도 노래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즉, 예술계의 현실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다. 반면에 어떤 이들은 '무대의 조건'을 자기에 맞게 바꾼다. 고전 오페라 무대에 샤워부스를 설치해 주인공이 샤워를 하면서 아리아를 부르게 하면 되는 것이다. 앤디 워홀이 그랬고 백남준이 그랬다. 그들은 자기가 가장 잘하는 것, 그러나 아직 예술계가 용인하지 않던 것을 그대로 판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러고선 그게 '현대적'이라고 우겼고, 그렇게 오래 우기자 하나둘 믿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멀쩡한 동료들이 워낙에 말이 안 되는 것들을 믿기 시작하자 처음에는 안 믿던 불신자들도 그쪽으로 확 쏠렸고, 나중에는 무대에 샤워부스가 없으면 이상해 보이기 시작했고...... 뭐, 그런 일들이 벌어졌던 것이다.

 

영화사만 둘러봐도 샤워부스와 함께 나타난 인물들이 수도 없이 떠오른다. 장 뤽 고다르가 대표적이다. 비평가 출신이었기에 영화의 기술적인 면에 무지했다. 그런데도 그냥 찍었다. 한마디로 막 찍었다(그러고 보면 데뷔작 <네 멋대로 해라>는 제목과 형식이 일치한다). 촬영은 엉망이고 이야기는 비약과 생략이 난무한다. 그런데 그는 그게 '새로운 영화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신들이 알고 있던 영화는 이미 낡았다'고 비판했다. 그의 전략은 먹혔다. 몇몇 사람들은 덩달아 고다르풍의 영화를 찍기 시작했고 그런 흐름은 누벨바그라 불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모든 무대에 샤워부스가 설치되었고 그로부터 한동안 샤워하면서 얼마나 노래를 잘할 수 있느냐가 새로운 미학적 기준이 되었다.

 

세상에 맞춰 자신을 바꿀 것이냐, 세상을 자기에게 맞게 바꿀 것이냐. 아마도 모든 예술가의 고민일 것이다. -103~104P

 

한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데에서 좀더 나아가야 한다. 보고 들은 후에 그것에 대해 쓰거나 말하고, 그 글과 말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직접 접하지 않고서는, 다시 말해, 경험을 정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타자와 대화하지 않는다면, 보고 들은 것은 곧 허공으로 흩어져버린다. 우리는 정보와 영상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많은 사람이 뭔가를 '본다'고 믿지만 우리가 봤다고 믿는 그 무언가는 홍수에 떠내려오는 장롱 문짝처럼 빠르게 흘러가버리고 우리 정신에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보기 위해서라도 책상 앞에 앉아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내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생각의 가장 훌륭한 도구는 그 생각을 적는 것이다. -200~20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