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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9,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프랑수아즈 사강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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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9,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프랑수아즈 사강

온화수 2015. 9. 28. 20:44

삼각관계 스토리다. 폴과 로제, 그리고 시몽.

 

이름만 보면 폴이 남자, 로제가 여자일 것 같지만, 반대다. 폴이 여자, 로제는 남자.

 

39살의 여자 폴은 실내장식가다. 그의 오래된 연인 로제는 폴보다 나이는 많으며, 직업은 운송 관련업을 한다.

 

폴은 로제를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로제는 권태를 느끼고 여러 여자를 만난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폴은 로제가 좋다. 이미 모든 게 익숙해져 버린 걸까.



 

이들 사이에 수습 변호사인 25살의 어리고 잘생긴 남자 시몽이 등장한다. 시몽은 폴을 짝사랑한다. 

 

폴과 잠자리를 가지게 되지만, 끝끝내 그녀의 마음을 얻지는 못한다. 참 서글프고, 읽는 내내 결과가 뻔하지 않아서 짜증나는 소설이랄까.

 

소설 자체에 짜증나는 게 아니라, 내용이 너무 안타까워서 상상하느라 내가 시몽보다 더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시몽이 끝내 폴의 맘을 얻었다고 확신을 하려 하면, 폴은 결국 시몽을 밀어낸다. 폴의 맘은 정말 모르겠다. 폴 짜증남...... 사귀기로 해놓고, 다음날 "우린 아무리 봐도 아닌 거 같아." 번복하는 스타일임.

 

읽는 내내 여러 추억들이 되살아나서 힘들었다. 윤리적으로 폴에게 헌신하는 시몽과 잘 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만도 않다. 헌신하며 잘해주는 남자는 별로고, 적당히 여자들 휘두르면서 소유욕 넘치는 남자가 인기다. 지어내서 쓰는 소설마저도 그러하다.

 

그녀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겨울의 단조로운 나날, 고독한 그녀 앞에 끝없이 펼쳐진 집과 상점 사이의 똑같은 길들, 로제 아닌 다른 이의 목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수치심과 더불어 수화기를 든 것을 후회하게 만드는, 지독히도 배신감을 느끼게 하는 전화, 그리고 영영 되찾을 길 없는 긴 여름에 대한 향수, 그 모든 것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무슨 일인가 일어나야 한다.'라는 절박감과 더불어 그녀를 무력하고 수동적으로 만들었다. -95P

 

"삶은 여성지 같은 것도 아니고 낡은 경험 더미도 아니야. 당신은 나보다 열네 해를 더 살았지만, 나는 현재 당신을 사랑하고 있고, 앞으로도 아주 오랫동안 당신을 사랑할 거야. 그뿐이야. 나는 당신이 자신을 천박한 수준, 이를테면 그 심술쟁이 할망구들의 수준으로 비하시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어. 지금 우리의 문제는 로제뿐이야. 다른 건 문제되지 않아." -133P

 

그녀에게 있어서 "드레스란 남자들로 하여금 그것을 벗기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면 의미 없는 물건"이고, "사랑에 대해 세월이 할 수 있는 일은 그것을 견디게 해 주는 것뿐"이다. 그녀가 집중하는 것은 다만 한 가지, 덧없고 변하기 쉬우며 불안정하고 미묘한 사람 사이의 감정이다. -155P 작품해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