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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유/인문학

<버텨내는 용기> - 기시미 이치로

온화수 2015. 10. 15. 14:39

책 리뷰를 쓰려는데, 쓰기가 싫다. 피곤함이 밀려온다. 요즘에 드는 생각은 내가 창작한 글 쓰기도 버거운데, 읽은 책의 느낌을 적으려니 에너지가 양분되는 느낌이다. 모르겠다. 이렇게 주절주절 쓰면 어떻게든 쓰겠지란 마음으로 적고 있다. 도움되는 리뷰를 기대하고 들어오셨다면 실망하실지도 모릅니다...

 

아들러라는 유명한 고전 심리학자의 이론을 바탕으로 일본의 기시미 이치로란 작가이자 철학자가 쓴 책이다. 유명한 프로이트의 생각을 들어보면, 인간은 대체로 성향이 정해져 있고, 구분될 수 있고, 환경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흐름을 주장한다. 반면, 아들러는 성향은 정해지지 않고, 마음 먹기에 따라 변할 수 있으며, 성격이나 환경을 얘기하는 것은 핑계에 가깝다고 재수 없게(?) 얘기하는 사람이다.

 

현실을 살려면 아들러의 이론을 많이 받아들이는 게 좋겠지만, 위로를 원하는 섬세한 사람들은 기분 나쁠 수도 있다. 아들러 입장에서는 무조건 맞닥들이고 트라우마란 이겨낼 수 있다고, 마음 먹기에 다르다고 주장한다. 꼰대같지만, 수긍이 가는, 현실 안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방법을 조언해주는 그런 현실 심리 상담가라고 말하고 싶다.

 

 

인간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근거를 사후에 떠올리기도 합니다. 학교나 회사에 가기 싫은 사람은 정말로 가지 않아도 되는 이유, 누가 바도 인정할 만한 그럴 듯한 이유를 찾아냅니다. 전날 잠을 못 잤다고 말할 수도 있고, 복통이나 두통을 호소하기도 하지요.

만약 아이가 이런 증상을 호소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억지로 학교에 보낼 수는 없을 겁니다. 흥미로운 것은,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아이의 증상이 감쪽같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아이가 거짓말을 했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실제로 배나 머리가 아팠지만 더 이상 그 증상이 필요치 않기 때문에 사라진 것입니다. 아이는 '학교에 안 가겠다'는 목적을 먼저 세우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즉 부모를 납득시키는 데 필요한 증상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살인자가 자신의 가난이나 불같은 성격을 핑계로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사람을 죽이겠다는 목적을 먼저 세우고 나중에 그것을 정당화시킬 만한 이유를 생각해내는 것도 마찬가지 경우이지요. -39~40P

 

꾸짖지도 칭찬하지도 않고 어떻게 아이를 대하면 좋을까요? 용기를 줘야 합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과제에 힘을 쏟지 않으려는 것은 과제 그 자체가 어려워서가 아니라고 앞에서 말했을 겁니다. 아이가 자신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평가가 적절하다면 비록 과제가 최종적으로 달성되지 못하더라도 단념하는 일은 없지요. 다시 강조하겠습니다. 아이가 과제에 맞서지 않는 것은 자신에게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과제를 어른이 대신 해결할 수는 없지만, 곁에서 도움을 줄 수는 있습니다. 바로 아이 자신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게끔 돕는 것입니다. 아이는 그럼 어떨 때 자신에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까요? 아이가 그렇게 생각하도록 어른은 어떤 말을 해줘야 할까 고민해야 합니다. 그 말의 내용은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요. -171P

 

교육·육아·치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신뢰를 얻는 것, 한 사람의 인간·친구로 마주하는 것입니다. 응석을 부리는 데 익숙한 환자의 응석을 받아주면 간단히 환자의 호감을 얻을 수 있지만, 그러한 관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환자를 무시하면 적의를 사게 되지요. 응석을 부리게 하는 것도, 무시하는 것도 환자를 돕는 방법은 아닙니다. 권위적으로 환자를 대하거나, 환자가 의존하도록 하거나, 무책임하게 방치하는 게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게 어디 환자에게만 적용되겠습니까? -18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