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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유/에세이

수상하지만 솔깃한 어둠 속 인생 상담, <나의 점집 문화 답사기> - 한동원

호기심이 가서 봤지만, 뒤로 갈수록 맥 빠지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딴지일보 특유의 체를 선호하지 않는데, 저자가 그쪽에서 일 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딴지일보의 기사를 읽는 듯했다.


그래도 흥미로웠다.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에세이라기보다는 르포 같았다. 뭐. 아무래도 점집 답사기니까.


사주, 신점, 성명, 관상, 손금, 타로집들을 돌아다니며 관찰한 내용이다. 맞는지 틀리는지 실체가 무엇인지!


나는 사주랑 신점이랑 다른지 이 책 보고 알았다. 그냥 사주 보는 데 가면 점쟁이 취향에 따라 굿하거나 안 하거나 그러는 줄 알았다.


TV에도 나오고, 전국에서 유명한 집들을 찾아간다. 얼추 맞추는 곳도, 기대 이하인 곳도 많다. 점이란 건, 맞추길 기대하기보다 현실 조언을 들으러 간다고 생각하는 게 성숙된 자세 아닐까.



필자가 이런 카인드 오브 점집들을 들를 때마다 공통적으로 하는 질문이 하나 있다. 그것은 점술자가 뭔가 불길한 멘트를 치는 경우 "그럼 굿을 해야 할까요?"라고 묻는 것이다. 이에 화들짝 도는 화색을 애써 감춘 채 굿의 중요성과 효용성, 그리고 자신의 화려한 굿판 경력을 스리슬슬 강조하며 예약 스케줄 및 소요 예산 등등을 읊어대는 점술자들은 거의 백 퍼센트 사기꾼이라 보면 된다. 한게 ㄱ보살은 단호하게 "그럴 필요 없다"라고 잘라 말했던바, 이 대목은 그녀의 점술자로서의 기본 소양에 신뢰감을 느끼게 해준 대목이었다 할 것이다.


그런데 공부하는 방향이 기技, 그러니까 사주를 잘 풀어서 백 퍼센트 맞추려는 기술 쪽으로 자꾸 치우치게 되면 그 지점('점쟁이'를 넘어서 더 큰 시야를 가지게 되는 단계)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겁니다.

하지만 이쪽 방향으로(사서오경으로 대표되는 고전에 대한 공부) 공부를 넓혀가게 되면 누구든지 이 정도의 시야는 갖추게 돼요. 한 선생님의 사주를 보고 누구나 이 정도는 읽어낼 수 있다는 거죠. 어느 정도의 원리를 알면요.

주역이나 명리학 책을 조금 보았는데, 공감하는 내용이다. 그 공부하는 게 접근이 힘들지만, 어느 정도 원리를 알고 나면 굳이 점집을 가지 않아도 된다고 느낀다. 스스로 진단하니까.



따지고 보면 점술이란 결국 덕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비록 일회용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무거운 마음을 가볍게 해주고, 어려운 순간을 넘길 자신감을 주고, 간단하지 않은 갈등을 단순하게 바라보도록 돕는다는 면에서.


어쩌면 점술자의 적중 능력이라는 것도 이러한 덕닥점 가능성에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한 부차적인 알리바이일 뿐, 그 자체가 핵심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면에서 ㅁ사장은 대단찮은 적중률로도 '어쨌든 홈인'을 달성해내는 흔치 않은 재주의 소유자다.

사실 필자가 ㅁ사장으로부터 얻은 가장 큰 위안은 그의 손금 분석이나 점술 멘트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ㅁ사장이라는 인물 그 자체였다.


일단 먼가 추상적이고도 적용 범위가 넓은 멘트를 쳐서 기선을 잡고 들어간다. 그다음에는 피점술자의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묻는다. 여기에서 '뭔가 심상찮은 카드가 나왔는데, 대체 어떤 분이시길래……?'하는 뉘앙스로 자신감 넘치게 질문하면 상대는 웬만해서 답을 거부하기 힘들다.


그렇게 얻은 정보를 토대로 점술을 이어나가는데, 이 단계에서는 예언이나 적중 같은 걸 하려 들지 말고 어디까지나 조언의 느낌과 형태로 멘트를 친다. 그러다가 말문이 막히는 순간이 오면 일단 크게 웃어 시간을 번다. 그리고 더 이상 뭐라 드릴 말씀이 없는 덕담으로 그 화제를 마무리하고 다른 화제를 넘어간다.


결정적인 헛다리성 멘트를 치면 당황하지 않고 한 번 더 질문한다. 그래도 아닌 것 같으면 "곧 그렇게 됩니다?" 또는 "본인도 모르고 있는 그런 부분이 있으니 잘 알아두세요?"라는 멘트로 끝까지 밀어붙인다.


사실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은 천체 운행의 기운과 조화를 머금은 신통력이 아니다.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은 시력이다. 나 자신 향한.


그렇다. 결국 나를 잘 아는 건, 외부의 점술이 아닌 내부. 즉, 자기 자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