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요양소

<구본형의 마지막 수업> - 구본형·박미옥·정재엽 공저 본문

책 사유/자기계발

<구본형의 마지막 수업> - 구본형·박미옥·정재엽 공저

온화수 2016. 2. 24. 14:19

저는 구본형 선생님을 돌아가시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2013년 4월 13일에 돌아가셨으니 저는 그쯤에 선생님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페이스북에서 교수님이 구본형 선생님의 사망 소식을 기사로 공유한 그부터 알게 된 것 같아요. 호기심에 기사를 읽었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란 것에 관심이 가서, 선생님에 대해 이것저것 찾아봤던 것 같아요.


그래서 EBS 라디오에서 '고전 읽기'란 프로그램을 하셨다는 걸 알게 되었고, 푹 빠져들었어요. 2013년만 해도 세계문학전집을 눈으로만 읽었거든요. 허세용으로. 나 이런 거 읽어,라고 보이기 위한. 


근데 '고전 읽기'라는 라디오 음성을 통해 고전을 쉽게 풀이해주시고, 상황극을 주고받으시면서 빠져 들었어요.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이나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가 특히 인상 깊었어요. 


구본형 선생님의 굵고도 중후한 음성과 이희구 님의 한이 담긴 음성이 참 좋았어요. 이희구 님은 잘 모르지만, 방송에서 책 내용에 자주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시는 걸 들으면서 삶에 굴곡이 많으신가 보다,라고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타인의 아픔에 자신의 일처럼 공감해주시구나, 하고요.



'고전 읽기' 때문에 고전을 가슴으로 읽게 되었어요. 너무 어려운 책이 있으면, 그 책을 풀이한 책을 읽으면 읽히거나, 관련 영화나 만화를 보고 나면 그 뒤로 쉽사리 읽히잖아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중간중간 들었어요. 집에 오면 라디오 방송 소개된 그 책을 읽고. 


그 시기가 없었다면, 저는 부모님께 효도했을 거예요. 순탄하고 평범한 길을 갔을 거예요. 하지만 고전을 읽고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보기 시작했어요. 정말 꿈이란 걸 꾸기 시작했죠. 삶의 의미를 고전을 통해 대척점에 놓여있던 제 삶을 가까이 만들어가고 있어요. 


위대한 자들의 삶, 꿈을 꾸는 자들, 이상주의자, 혁명가, 고전, 철학, 클래식이 북극이었다면 제 삶은 남극에 있었어요. 고전을 읽으면서 불가능한 꿈을 꾸기 시작했고 서서히 제 삶은 적도를 너머 북회귀선까지 다다르고 있어요. 앞으로 열심히 오래된 것의 소중함을 계속해서 내 안에 쌓아간다면 북극권에 다다르게 될 수 있겠죠? 남들이 미쳤다고 해도 전 그렇게 믿어요.


전 무궁무진한 가치가 있어요. 한국에서 성적 좋은 학생은 아니었지만, 나름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어요. 과거에 얽매이지 않아요. 제가 잘못해서 이루지 못한 것들을 후회한다고 바뀌지 않으니까요. 


책이 이래서 좋아요. 수줍은 사람마저 내면을 뻔뻔하게 만들거든요. 나와 같은 버거움을 겪는 사람들은 이렇게 이겨냈구나, 혹은 이겨내지 못해도 괜찮은 삶이구나,를 알게 되었으니 좌절하지 않을 거예요.


책은 검고 험난한 바다에서 제 인생의 항로를 안내해주는 별자리 같아요. 책을 통해 생각하는 법을 배웠어요. 저는 5년 뒤, 10년 뒤,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삶을 살 거라고 믿어요. 


음미할 수 있는 삶을 살도록 안내해주신 구본형 선생님 고맙습니다.



밑줄

고전은 오래된 책이다. 그 긴 세월을 지나는 동안 퇴색되지 않을 만큼 버틸 수 있었던 인류의 근육이며 신경체계인 것이다. 그러나 고전은 단지 오래된 책이 아니다. 고전은 '진실에 진실한 작가'들이 쓴 책이다. 이것이 조지프 캠벨(Joseph Campbell) 식 정의다. 진실에 진실하다는 것은 불완전한 인간을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준다. 고전은 완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완전한 인간은 우리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그것은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완전하기 때문에 우리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프롤로그 10~11P




마크 트웨인이 말했듯이 "교육은 모르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행동하지 않을 때 행동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그의 명언을 여실히 증명하는 것이 바로 허클베리 핀의 이야기다. 철저한 아웃사이더로, 학교가 아닌 미시시피 강가에서 세상을 배운 허클베리 핀. 그는 기성 체제에 안주하는 대신 물음을 끊임없이 캐묻고 자신의 답을 찾아간다. 자신의 길을 가려는 그 열정과 도전정신, 이것이 삶을 산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허클베리 핀의 모험』'성장'에 대하여 121P




"나는 이제 자유로워." '내'가 이렇게 얘기하니까 조르바는 당신은 자유롭지 않아. 당신을 묶어놓은 줄이 다른 사람의 줄보다 좀 길 뿐이야"라고 말한다. 그러자 '나'는 "이 끈을 언젠가 끊을 거야"라고 말하고 조르바는 어려울걸. 바보가 돼야 돼. 바보가 되지 않고는 자유로워질 수가 없어"라고 한다. 바보가 되기 위해서는 삶의 진창에서 뒹굴어야 할지 모른다. 어쩌면 모든 것을 잃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뒹굴고 잃어야 깨끗하게 비워져 자유로울 수 있다. -『그리스인 조르바』 '자유'에 대하여 146P




무엇이 되라는 말을 하지 마라. 유대인 부모들은 자녀들의 장래에 대해서 엉뚱한 꿈이나 기대를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너는 앞으로 의사가 되라거나 판사가 되라는 말을 결코 하지 않는다. 공부를 잘하라고는 하지만 어떤 직업을 갖기 위해서 잘하라는 것은 아니다. 학문은 목적이지 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미래의 꿈은 아이의 행복과 관계가 있으므로 어른들이 상관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공부든 뭐든 아이가 원하지 않으면 강요하지 않는다. 즉 어떻게든 가르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부모는 그저 "싫은 것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해라"라고 말하면 충분하다. 만약 아이가 스스로 뭔가를 하고 싶다고 하면 후회 없이 노력하라고 조언해줄 뿐이다. 이처럼 아이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부모 마음대로 뭔가를 가르치지 않는 것이 유대인 부모들의 교육 방식이다. -『탈무드』 '지혜'에 대하여 279P




물고기를 잡아서 살을 발라 먹여주는 우리나라 엄마들이 이렇게 아우성칠지도 모르겠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가르쳤다가는 애가 뒤처질 게 분명한데."

하지만 아이에게는 아이의 운명이 있다. 그러니 다른 사람처럼 되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대신 너 자신이 되라고 얘기해라. 하교에서는 공부 못하는 문제아였던 아인슈타인이 세계 최고의 과학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탈무드》는 또 말한다. 아이가 이야기나 예화를 통해서 생각을 정리하게 해라. 그래서 《탈무드》속에는 지혜로운 예화들이 그렇게도 많은가 보다. 《탈무드》는 계속 말한다. 대답을 찾으려고 하지 마라. 그 대신 좋은 질문을 해라. 그래서 《탈무드》는 많은 질문을 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또한 《탈무드》는 친구를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누구와 함께 인생을 살지를 선택하라는 뜻이다. 그리고 남을 초월하기 전에 자신부터 초월하라고 말한다. 흔히 오늘날은 경쟁 사회라며 타인을 앞지르는 방법을 배우는 데 급급하다. 그러나 유대인들에게 최고의 경쟁 상대는 어제의 자신이다. 그러니 어제의 자신을 넘어서라고 말하는 것이다. 더 중요하게 《탈무드》는 자선, 그러니까 배려를 통해서 삶을 가르치라고 말한다. - 『탈무드』 '지혜'에 대하여 280P




평등이라고 하는 것은 너와 내가 같다는 주장이다. 그러다 보니 개인이 자꾸 작아지면서 전체 국민은 존재하지만 개개인은 자꾸 사라져간다. 그러면서 소시민이 되어 일상에만 전념하게 된다. 토크빌은 평등을 옹호하면서도 우리가 스스로 선출한 통치자들, 우리보다 훨씬 많은 정보와 훨씬 커다란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무조건 복종할 가능성이 있음을 우려했다. 민주주의 국가가 아주 쉽게 전체주의 국가로 흘러가는 경우가 그렇다. 또는 히틀러나 무솔리니 같은 독재자의 경우가 그렇다. 위대한 국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많은 위험을 떠안아야 하고 그런 위험은 평등에서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 『미국의 민주주의』 '선택'에 대하여 374P




'왜 아픈 몸을 이끌고 라디오 고전을 진행하셨을까?'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으나 우리는 이 책을 진행하면서 그 답을 찾았습니다. 선생님은 IBM을 그만두고 1인 기업인 변화경영연구소를 설립하시면서 "우리는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습니다"라는 문구를 내걸었습니다. 이후 10년 동안 100여명의 연구원과 400여 명의 꿈벗들을 양성하셨습니다. 연구소의 강의 커리큘럼은 대부분 문학과 신화, 철학과 역사 고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기 포함된 책들이 다수입니다. 선생님은 연구원과 꿈벗들 외에 변화를 꿈꾸는 모든 청취자들을 돕기 위해 라디오 고전을 진행하셨습니다. 나아가 모든 독자를 위해 책을 출간하고자 하셨던 것입니다. 이 책이 선생님의 마지막 수업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선생님은 마지막 미션인 모든 독자들에게 변화를 통한 자아 경영의 핵심을 전하고 떠나셨습니다. -에필로그 439P




'마지막'으로 스승께서 살아계셨다면 여러분께서 받게 되셨을 편지를 소개하면서 이 글을 맺으려 합니다.


너는 현명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지? 너무 진지할 것 없다. 지나친 진지함은 너를 괴롭힐 것이다. 삶은 즐거운 활동이다. 그 가치가 아무리 크고 무거워도 기쁨으로 해야 한다. 황홀하지 않은데 몰입할 수 있겠느냐? -에필로그 44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