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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명강 동양고전> - 강신주·박웅현·고미숙 외 12인 공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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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명강 동양고전> - 강신주·박웅현·고미숙 외 12인 공저

온화수 2016. 3. 9. 19:36

이 책은 플라톤 아카데미에서 진행한 동양고전에 대한 강연의 성과물을 갈무리라고 한 것이라네요.


강신주, 고미숙, 김언종, 김영수, 박석무, 박웅현, 성백효, 신정근, 심경호, 이광호, 이기동, 정병설, 정재서, 주경철, 한형조 총 15분의 강연을 합한 것입니다.


위 분들이 뭐하시는 분들인지는 일일이 나열하기 꽤 귀찮고. 온라인 서점에서 책 찾아보시면 관련 내용이 나올 것 같습니다.


유튜브 같은 곳에서 인생에 대한 강의나 삶을 지혜롭게 사는 방법이라든지, 그런 이야기들 듣는 거 좋아하시는 분은 좋아하실만한 책 같아요. 


대신 동양고전에 대해 마음이 가지 않는 분들은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좋아도 조금은 마음이 가지 않을 것 같아요.


한 번 펼쳐보세요. 첫 이야기는 광고인 박웅현 씨의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꽤 흥미롭습니다.





유홍준 교수의 『정직한 관객』이라는 오래전에 나온 책이 있습니다. 그 책에 보면 뉴욕 휘트니 미술관의 선임연구원이자 큐레이터가 우리나라를 방문해서 열흘 정도 우리나라를 돌아보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는 전라도에 가서 황토빛 흙을 보는 등 우리 풍경을 두루 봅니다. 마지막 가는 날 감사 인사를 하면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나는 열흘 동안 엄청난 자극을 받았다. 동양의 이 작은 나라에서 너희가 가지고 있는 너희만의 색깔을 보고 자극을 받고 감동을 받았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것 한 가지는 '그것이 왜 현실에 반영되어 있지 않느냐' 이게 지난 나의 열흘간의 화두였다. 이제 조금 알겠다. 당신들은 세계화가 되기 위해서 뉴욕을 보고 있는 것 같더라. 세계화가 되고 싶으면 강진 해남의 흙 색깔을 봐라."


『예기』에 '무불경'이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세상에 존경을 표하지 않을 것이 없다. 모든 것이 존경의 대상이다'라는 말입니다. 이 말을 저는 생의 근거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바람 하나도 예민하게 잡으려고 노력하고, 떨어지는 빗줄기 하나도 전부 다 경의를 가지고 바라보려고 노력합니다. 길가에 피어오르는 꽃들, 스쳐지나가는 동물을 보며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양 무심하게 지나칩니다. 그러나 동물이 아무것도 아니면 저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 <인문학 명강 동양고전> 23쪽 중에서


이 책에서 본 건 아니고 며칠 전 EBS에서 일본에 대한 다큐를 봤어요. 일본의 특징이 '화혼양재'라고 그들 스스로 여긴다고 하더라고요. 일본의 전통적 정신과 서양의 기술이라는 뜻이죠. 그러면서 예시로 일본에서 시작된 단팥빵이 나왔어요. 팥은 굳이 따지자면 중국으로부터 왔지만, 추후에 일본에도 두루 퍼져있어서 그들의 재료라고 해도 무방할 거 같아요. 


동양의 팥과, 서양의 빵 기술을 결합한 것. 즉. 일본의 혼과 서양의 기술을 결합. 화혼양재. 


세계적인 일본 소설을 봐도 캐릭터 이름은 일본이지만 유난히 서양에 대한 동경이 결합된 내용이 많아요. 서양 클래식이나 작곡가가 많이 언급되죠.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을 보면, 배경은 유럽풍이지만 스토리에 특유의 일본스러움이 배어나고요.


한국을 보면, 융통성 없이 명분을 추구하길 좋아해 전통만 추구하거나, 아니면 아예 갈아치워 버리는 것 같아요. 건물만 봐도 전통을 살리면서 현대식으로 결합하기 보다는, 그저 허물고 천편일률적인 건물을 세우죠.


자신의 세계화를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신만의 화혼양재를 생각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