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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철학

어른들의 거미줄 세계

온화수 2016. 4. 25. 03:21



달리다가 운동 목표량에 닿아서 이어폰을 떼었다 그러자 새 소리가 내 왼쪽 가까운 숲으로부터 들려왔고 나는 어릴 때부터 무슨 새인지 늘 궁금해 했으나 어른이 되어도 알지 못한다 


많은 걸 머리에 넣어도 정작 나와 가까운 주변은 알지 못한다 저 별자리는 무엇인지 저 풀 이름은 무엇인지 저 소리는 무슨 새인지 주변에게 물으면 나는 어김 없이 다소 특이한 애가 되어버린다


얼마 전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작은 댁 아저씨 선생님인 건 누구나 다 아는데, 과목이 뭐야 엄마는 답한다 몰라 어느 학교에 있을 걸 어른들은 모른다 오래된 주변이어도 직위와 배경만 알 뿐 사랑을 두지 않는다 그저 떠나가지 않을 정도의 끊어질 듯 말듯한 거미줄 같은 걸 걸쳐 놓는다


아버지가 좋아하는 색을 나는 모른다 엄마는 엄마라 부르고 아빠는 아버지라 부르는 것만 보아도 관계를 유추해볼 수 있다 왜 나는 아버지가 좋아하는 색을 모를까 사랑을 두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 대외적으로는 사랑하는 가족이지만 개개인을 사랑하지 못한다 어른들에게 현실을 이겨내고 돌아 온 가족은 사랑하기보다는 늘 이해를 바라는 술 같은 곳이 아닐까 덕분에 일관성 없는 태도는 늘 당황스럽게 만든다 그곳으로부터 넘나들 수 있는 작은 벽을 치게 되었다 아버지가 좋아하게 될 색을 나는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