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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이 수줍고 서투르다면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 - 일레인 N. 아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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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이 수줍고 서투르다면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 - 일레인 N. 아론

온화수 2016. 6. 3. 13:08


나는 둔한 편은 아니다. 내가 기분 좋으면 성격이 둥글둥글하지만, 사람들에게 지치면 누구보다 예민해진다. 사실 나는 민감한 편이라 사회 분위기에 맞추려고 하니 집에 와선 지쳐버리는 것이다.


친구들과 대화하면 남에게 너무 맞춰주려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내가 문학에 한창 심취해 있었을 때, 보고 느꼈던 단어들이 친구들과의 대화에 나오려고 했던 적이 있다. 친구들은 책을 읽지 않아서 혹시라도 나에게 이질감을 느낄까봐 보다 익숙한 단어로 바꿔 말하려고 했다.


이 생각을 친구들에게 솔직하게 말했더니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한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보다 난해한 단어를 자주 쓴다면 불편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이런 것까지 신경 쓰는 정도면 나는 민감한 스타일이 맞는 것 같다. 


한국에서 특히 남성이 민감한 스타일이라면 부정적으로 여긴다. 표현 자체부터 내성적, 소극적, 예민함, 소심함 이런 단어들로 가둔다. 그 틀을 빠져나와야 하는 것처럼. 민감한 스타일은 그들만의 장점이 있다. 내면에 집중하고 많은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많은 것들을 느껴 세상에 적용시킨다. 섬세하니까.


동물도 15~20프로 정도 민감한 개체가 태어난다고 한다. 위험 요소를 빨리 캐치함으로써 천적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책에선 민감함을 장점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예민하다거나 겁이 많다는 소릴 들어왔다면 공감하는 내용이 많을 것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장점이 있다. 이 말을 꽤 많이 보고 들어서 지루해진 문장이지만, 현실을 살다보면 저 말을 잊고 살게 되니까.



이러한 긴장 정도의 차이로 인해 매우 민감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고 지나쳐버리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청각, 시각 또는 통증 같은 신체적 감각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것이 청각이나 시각 같은 감각이 더 발달했다는 뜻은 아니다.(매우 민감한 사람들 중 다수가 안경을 쓴다.) 그 차이는 뇌로 가는 길이나 뇌 속 어딘가에서 정보를 좀 더 자세히 처리하는 기능에 의해 나타나는 듯하다. 그래서 모든 것을 더 많이 흡수하고, 좀 더 자세히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과일을 크기별로 분류하는 것에 비유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두세 가지로 분류했을 때 매우 민감한 사람들은 열 가지로 구분해낸다.

이렇게 좀 더 미세한 차이를 알아냄으로써 매우 민감한 사람들은 보다 직관적이 되고 반의식이나 무의식적으로 정보를 찾아내 처리한다. 결국,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지만 '그냥 안다'. 게다가 이렇게 정보를 좀 더 자세히 처리하는 과정에서 과거나 미래에 대해 좀 더 생각하게 된다. 사물이 어떻게 지금처럼 되었는지, 또는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지 '그냥 안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육감'이다. 물론 사람의 눈과 귀가 정확하지 않은 것처럼 판단이 잘못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직관이 종종 맞기도 하므로 매우 민감한 사람들은 좀 더 양심적이고 신중하며 현명할 뿐 아니라 예언자, 예술가, 발명가가 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이 특성은 강한 자극에 단점을 드러낸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적당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강한 긴장을 느낄 때 매우 민감한 사람들은 기진맥진하며 심하면 탈진해버린다. -41~42P



민감성이라는 특성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민감한 특성으로 인해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음은 매우 민감한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특징들이다. 다음의 특징들을 모두 갖고 있는 사람은 없지만 민감하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 틀린 것을 잘 잡아내고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 매우 양심적이다.

·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있다.(단, 방해를 받지 않아야 한다.)

· 특히 조심성, 정확성, 속도, 그리고 작은 차이를 포착하는 능력이 요구되는 일을 잘한다.

· 심리학자들이 의미 기억이라고 부르는 수준까지 깊이 파고든다.

· 종종 자기 성찰을 한다.

· 배운다는 의식을 하지 않고 배울 수 있다.

· 다른 사람의 기분과 감정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42~4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