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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유/인문학

책을 더 잘 읽고 싶다면 <다시, 책은 도끼다> - 박웅현



<다시, 책은 도끼다>를 읽었다. 박웅현이라는 사람의 사유에 매력을 느껴 그에게 관심이 많다. 우울하고 삶의 향방에 막막할 때면 유튜브에서 그의 강연을 찾아보기도 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낌은 나도 책을 좋아하는 편인데도 술술 읽히는 편은 아니었다. 안 좋아하는 다수나 에세이 정도만 읽는 사람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어려서부터 좋은 교육의 영향으로 교과서에서 아닌 스스로 고전을 접해왔던 사람에겐 술술 읽힐지도 모르겠다. 나는 20대 중반 가까이 돼서야 책이란 것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으니까. 


이 책은 독서에는 관심이 많지만, 고전을 어려워하는, 몰입해서 읽는 게 아니라 과제처럼 읽거나, 나 이런 책 읽었다며 내용보다는 자랑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강한 나와 비슷한 수준. 그런 사람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왜 사는지, 삶을 어떻게 느껴야 할지, 책을 왜 읽는지, 책은 어떤 속도로 어떻게 읽어야 할지를 질문하게 하는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책.




밑줄


저는 책을 읽을 때 스토리 중심으로 보기보다는 문장을 구석구석 살피며 작가가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어떤 것인지 궁금해 하며 읽습니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에서 도스토예프스키는 이반과 알렉세이를 통해 종교관을 얘기하고, 드미트리를 통해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하죠. 이렇듯 스토리보다 작가가 하고 싶어 하는 말이 뭔지를 잡아서 책을 읽는 겁니다. -102P



...평범한 배관공은 있어도 됩니다. 그런데 평범한 소설가는 존재할 이유가 없어요. 그래서 100년을 살아남을 소설을 쓸 소설가가 아니라면 ' 덧 없고, 진부하고,판에 박힌, 그래서 무익하고, 결국 성가시고, 마침내 해를 미치는' 책들을 만들어낸다는 거죠. 다른 직업군들과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죠. 그렇기 때문에 쿤데라는 평범한 소설가들은 경멸당해 마땅하다고 생각해요. 남이 안 가본 땅을 가봐야 하는 거죠. 그전까지 해오던 관습을 끊어버릴 수 있어야 하는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영역이 탄생하지 않습니다. -236P



우리들의 사랑은, 특히 첫눈에 빠지는 사랑은 상대방이 보여주는 순간의 어떤 모습에 매료됩니다. 그리고 접근해요. 가까워지고 마침내 결혼해서 산문의 시간이 시작되기 전까지 이 남자는 저럴 거야, 저 여자는 이럴 거야 상상합니다. 이 남자 아마 결혼기념일 같은 때에 이러이러한 이벤트를 해줄 거 같아, 이 여자는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저런 우아한 모습일 거야, 이런 상상을 하죠.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이런 상상은 우리들의 욕망입니다. 어떤 남자에 대해, 어떤 여자에 대해 우리가 바라고 있는 욕망이에요. 알랭 드 보통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서 얘기했죠. 우리는 부정확한 정보로 한 남자와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고요. 어떤 남자와 어떤 여자의 정확한 정보를 다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는 사랑에 빠질 수가 없습니다. 그 사람의 치통과 그 사람의 방귀 뀌는 습관과 그 사람이 짜증내는 모습, 이 모든 걸 다 알고는 사랑에 빠질 수 없어요. 부분적인 정보만 가지고 사랑에 빠진 뒤 나머지를 내 상상으로 채워요. 그 상상은 대부분 내 욕망이지요. 그리고 3, 4년 후 사귀다 상대가 내 맘대로 안 되면 넌 왜 내 바람대로 안 되냐고 화를 내요. 하지만 그 사람은 원래 그 모양이에요. -27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