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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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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온화수 2017. 8. 30. 22:57


죄와 벌을 읽으면서, 내가 살고 있는 소도시와 한국 사회가 떠올랐다.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라는 곳이 소설의 배경인데, 사람들은 무기력하고 새로운 것에 반응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사회 정책에 관심이 없는, 아는 정치인이나 뽑았던 정당을 매번 뽑는 듯한 분위기의 동네. 소설 속 상트페테르부르크는 그러했다.


또한 한국 사회처럼 느낀 이유는 주인공인 라스콜니코프를 보고 떠올랐다. 무언가 마음의 충동에서 일어나는, 옳다고 느껴지면, 다양한 입장을 듣기보다 싸워서 이기려는 감정적 행동. 민족주의적이고 전체주의적인. 많은 이들에게 해를 입히는 전당포 노파를 정의를 위한다며 주인공은 살인을 저지른다. 사회의 법이 썩었을진 몰라도 노파는 법을 어기거나 하진 않았다. 주인공 라스콜니코프는 끝까지 죄를 인정하지 않는다. 상황을 받아들일 뿐이다.


종교나 정치에서 자신만이 옳다고 믿으며, 정책이나 교리가 아닌 사람을 숭배하는 캐릭터들이 떠올랐다. 그렇지만 그런 캐릭터들보다는 상식적이며 실제로 주변을 돕기도 하는 정의로운 청년이다. 출신 배경은 가난하지만 배운 청년. 그래서 법과 질서에 유난히 집착했던 걸까. 사람들은 변화하려 하지 않고, 체념하는 답답한 일상들. 차라리 사회를 몰랐다면 무기력한 낮은 계급은 마음만은 편했을지도 모른다. 2권 498쪽의 문장이 제일 인상 깊었다.


"그는 오직 느낄 따름이었다. 변증법 대신에 삶이 도래했고, 의식 속에서는 뭔가 완전히 다른 것이 생겨나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