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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유/소설n시n희곡

단순하지만 성숙한 삶을 보여주는<노인과 바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은 팔십사 일 내내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처음 사십 일까지는 한 소년이 함께 있었다. 그러나 사십 일이 지나도록 물고기를 잡지 못하자, 소년의 부모는 노인이 이제 정말 살라오(Salao, '운이 없는 사람'을 뜻하는 스페인어_옮긴이)에 빠지고 말았다고 했다. 노인의 운이 다할 대로 다했다는 것이다. 소년은 부모가 시키는 대로 다른 배로 옮겼고, 그 배는 바다로 나간 첫 주에 큼직한 물고기를 세 마리나 잡았다. -7P

나는 미용 실기 시험에 4번을 낙방했다. 5번째 시험을 봤는데 내일 결과가 나오지만 불확실하다. 중반까진 나름 능숙했는데 중반 이후 큰 실수들을 했기에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으니까. 운 좋게 붙으면 정말 감사한 거고, 떨어지면 다시 매진할 수밖에.

노인은 팔십사 일 내내 물고기를 잡지 못했고, 함께 한 소년마저도 배를 떠나 다른 배에서 큼직한 성과들을 올렸다. 나의 최근 상황을 대변하는 것 같다. 나는 미용 학원에 가장 오래 다녔고, 함께 했던, 더구나 나보다 늦게 시작했던 이들도 합격해서 떠났다. 그래서 이 부분이 누군가에겐 아무렇지 않게 느껴질 수 있지만 내겐 참 복잡한 감정이 들게 하는 구절이다.



  노인은 낚싯줄을 좀 더 당겨 보려고 애썼지만 줄은 물고기를 처음 낚았을 때부터 줄곧 팽팽한 상태 그대로였다. 조금만 당겨도 곧 끊어질 듯했다. 그래도 노인이 잡아끌려고 몸을 뒤로 젖히자, 곧바로 물고기의 거친 반응이 전해졌다. 순간, 더는 잡아당겨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렴, 홱 잡아당겨서는 안 되고말고. 왈칵 잡아당길 때마다 낚시에 찢긴 상처가 넓어져서 어느 순간 녀석이 뛰어오를 때 바늘이 빠져나갈지도 몰라. - 62P

삶의 강약. 밀당. 중용. 조화. 그런 걸 상상했다.



그때 마침 작은 새 한 마리가 북쪽에서부터 배를 향해 날아왔다. 휘파람새였다. 새는 해면 위를 얕게 날고 있었다. 노인이 보기에 그 새는 무척 지쳐 있었다. 잠시 후 새는 배의 뱃고물로 날아와 앉았다. 그러다가 노인의 주변을 빙빙 돌더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는지 좀 더 편한 낚싯줄 위에 앉았다.

  "너는 몇 살이지?"

  "노인은 새에게 물었다.

  "이번이 첫 여행이냐?"

노인은 고독하구나.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나도 동식물에게 말을 걸었던 적이 있다. 특히 식물들에게 말을 걸었을 때 내 마음 상태는 외로웠으나 그 외로움이 싫지 않았고, 흔들리는 식물들 보며 삶의 방식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내 일에 신념을 가져야지. 발뒤꿈치 뼈가 아픈 데도 끝까지 시합을 해 내는 위대한 '디마지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해야 한다. - 79P

디마지오는 뉴욕 양키스의 최고의 선수였다. 미국의 대공황 시절 활약을 해서 버거운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선사한. 노인은 조 디마디오를 떠올리며 자기도 일에 흔들리지 말고 신념을 가져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또 새로운 방법을 하나 배우는구나. 어떻게든지 상황에 따라 써먹을 수 있는 방도가 생기게 마련이지. - 86P

노인은 상황이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해도 좌절하지 않는다.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한다. 나도 미용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여러 실패로 떠밀리고 나서 차선으로 선택한 게 미용이다. 외부의 영향이 있더라도 내가 결정했기에 책임을 지어야 한다. 지금을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가지고 신념을 가져야 한다. 나 또한 디마지오와 노인과 헤밍웨이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어도 패하지는 않지." - 122P

태도의 중요성.



고기잡이는 내가 살아갈 수 있게 해 주는 일이면서 나를 죽이기도 하지. 아니, 나를 살게 해주는 건 그 아이야. 나 자신을 너무 속여서는 안 돼. - 126P

독서모임에서 바다란 무엇인지 질문을 했다. 나는 이 부분을 언급하며 결혼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죽이지만 책임감으로 인해 살아가게도 한다고. 이 말을 했더니 모두 빵터졌다. 결혼 해보셨냐고. 아니. 그냥 그런 것 같다고. 결혼은 개인의 독립성을 죽이지만, 책임감으로 인해 성장하게도 하니까.



무거운 짐이 없으므로 배가 아주 가볍게 잘 달린다고 느낄 뿐이었다. 배는 아직 괜찮구나, 노인은 생각했다. 배는 온전해. 키 손잡이 말고는 아무 이상이 없다. 키 손잡이는 쉽게 바꿔 달 수 있지. -143~144P

노인은 85일째서야 청새치를 낚아 항구로 끌어 오는데 피 냄새를 맡은 상어 떼들이 번번히 다가온다. 노인은 한 두 차례 잘 방어하지만 그 이후로는 별 수 없어서 뼈만 남은 청새치 상태로 복귀한다. 하지만 노인은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 없음이 있어야 있음이 있듯이 있음을 위한 날이려니 받아들인다. 그 와중에도 배의 상태에 만족하는 노인. 이게 슬프지만 성숙한 어른의 행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