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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요양소
우리 집 뒷집에는 70대 중후반의 부부가 산다. 나는 5살 때 같은 동네 안에서 한 번 이사한 것 빼고는 서른 가까이 쭉 이 집에서 살았다. 그때부터 이웃이었다. 뒷집 부부를 친근함을 실어 늘 존재하는 '뒷집'이라고 부른다. 혹은 뒷집 할머니네. 어릴 때는 어른들의 삶에 자세히 관심이 없었다. 근데 나는 어느 날부턴가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생각하고 파악해보려는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스무 살 중반이 지나서 세상이 마음대로 안 돼가는 걸 느낄 때쯤 사람과 사회를 알고 싶었나 보다. 뒷집 부부는 여름에는 내방 창문 너머에 조그만 하우스와 텃밭에서 열일을 한다. 뒷집 할아버지는 내가 방 창문으로 몰래 관찰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가끔 어린아이 같은 행동을 했다. 가령, 자기네 덩치 큰 믹스견을 목줄에 매달고 ..
아이를 사랑하되 바라만 보고, 배려를 알려주고, 마음 가는 걸 하도록 성인되기까지 두면 건강한 정신으로 큰다. 점수만 앞세운 교육 시스템과, 부모의 욕망과,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게 부추기는 미디어들. 그런 것들로부터 부모와 아이들이 멀리하면 누구보다 만족하는 삶을 빨리 찾지 않을까. 위와 같은 것들로부터 가까이 하면 어려서도 노인이며, 노인 되어서도 자신이 어떤 삶을 원하는지 사유할 줄 모르며 평생 자식을 조종하는 삶이 자신의 전부다. 그건 애정이 아니다. 자신이 바랬던 삶을 자식에게 떠미는 합리화일 뿐이다. 사랑한다면 욕망을 가지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 애정으로 지켜보는 것이다.
감정의 수요는 어떻게 소비해야 하나요. 내 안에 너무나도 가득차서 이성적 행동을 할 수가 없어요. 내 뇌의 계획으로는 할 것들이 산재해 있는데, 마음이 나에 대한 증오로 가득차서 그저 눈을 감고 싶어요. 아. 나는 왜 이럴까. 왜 이것 밖에 안 되는 인간일까. 나는 너무나도 잘 살고 싶은데. 나는 도덕적 인간이고 싶은데. 실상은 그러질 못하니. 자신에 대한 실망감만 자라나요. 저만 그런 걸까요. 아니면 저에 대한 이상이 높은 걸까요. 이 감정을 표출하지 않으려 했는데,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적고 있어요. 친구도 만나지 않고, 가족에게도, 그 누구와도 분리되어서 버티고 있었어요. 삶은 외로운 거니까. 내 외로움을 누군가에게 덜어낸다는 건 꽤 비루한 일이니까. 멋 없으니까. 별로니까. 영화 Her를..
어젯밤부터 오늘 낮까지도 비가 멈추질 않네. 비가 와서 이틀 하고도 반 가까이 달리질 못했어. 어젯밤엔 비가 와도 그냥 뛰려고 했더니 엄마가 말리는 거야. 비 오는 날 이상한 사람 많다고. "이 동네 외국인 많잖니. 외국인 욕하는 게 아니라, 사장들이 돈도 제대로 안 주고 실컷 부려 먹기나 하잖아. 더구나 비도 오고 그러면 충동적인 마음에 한국인한테 해코지할지도 모르잖니. 더구나 밤이고." 그래. 여자 말 안 들어서 나쁠 게 있나 싶어 굳이 나서지 않았지. 듣고 보니 그럴 것 같기도 하고. 새벽에 비는 잠잠해졌고, 아침 되니 다시 내리더라. '이따 저녁에 뛰어야겠다.' 생각을 바꿨지. 18시 지나니 비는 약해졌고 가랑비 수준이길래, 그냥 나서기로 했어. 이틀 반 가까이 못 뛴 한을 보상받으려는 듯 평소보..
나의 정신적 롤모델이랄까. 내가 멋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이런 류의 인물들이다. 그렇다면 나를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어떤 성향인지 짐작할 수 있겠지. 잘못된 것을 바로 잡길 좋아하고, 약자에게 마음을 쏟으며, 비판적이고, 사람들의 가치관을 움직이고 싶어하며, 내면의 견고함을 추구하려 한다. 나는 마틴 루터 킹처럼 직접 몸소 실천하고 희생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영감과 에너지를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될 것이다. 사람을 섬기는 데는 아무런 배경이 필요 없다. 오직 사랑만이 필요할 뿐이다.
처음에 피아노 악보 어플을 다운 받아서 독학을 시작했습니다. 그 어플엔 바이엘 단계는 5번까지가 전부였습니다. '이것만 치면 바로 체르니구나. 나 피아노에 소질있구나. 애들이 어렸을 때 체르니 칠 줄 안다고 했을 때 되게 경외롭게 보았는데, 별 거 아니네. 벌써 체르니를 목전에 두고 있다니!' 얼마 안가 수상함을 직감했습니다. 분명 어플에 있는 바이엘 5번까지 완벽하게 소화했는데, 그 다음 체르니 악보가 너무나도 극악 난이도인 것입니다. 그래서 냅다 포털 사이트에 '바이엘 몇 번'을 검색해보았습니다. '이럴 수가. 바이엘 75번? 이건 뭐야.' '그럼 그렇지. 세상에 쉬운 건 없지. 그래도 포기하지 말자. 난 피아노 실력이 당장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저 죽을 때까지 천천히 피아노를 즐기며 근사하게 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