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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요양소
눈에게도 나는 처음이었다. 사람만 첫눈이 아니라, 머리 위 눈도 첫사람인 것이다. 그런 귀중한 손님을 기다리고, 바라보고, 만져보고, 맡아보고, 입도 벌려보는 건 당연한 일이다. _눈을 5분만 들여다보면 자기 의지로 떨어지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된다. 바람에 휩싸여 주관 없이 휩쓸리다가 비행기가 난기류를 만난 듯 붕 뜬다. 그리곤 다시 찬찬히 내린다. 바람이 왔다 간 것이다. 바람이 아니면 자기가 내리고 싶은 곳으로 착지할텐데. 골고루 눈을 나눠주려는 바람의 입김인가 싶다._눈 내리는 걸 그냥 스치면 꽤 빨리 내리는 것 같은데, 눈 하나하나를 위에서부터 아래로 초점을 따라가면 생각보다 천천히 내린다. 세상이 빠르게 흘러만 가는 것 같지만 눈앞에 집중하면 조금은 여유로워진다._내 방 창문 앞에 어릴 때부터..
지난 토요일, 의정부에 사는 사촌형이 오랜만에 우리집에 들렀다. 난 화장실 안에 있었고, 문 너머로 내 근황을 어머니에게 대신 묻는 소리가 들려왔다. 큰형을 마주하자마자, 나는 밝은 표정으로 모르는 척했다. 큰형은 "뭐하냐? 산소나 가자."라며 퉁명스럽게 나를 재촉했다. 차를 타고, 대진대 안 산소로 향하기까지 서먹하진 않았지만, 적당한 긴장감이 흘렀다. "큰 풀만 뽑자.""응." 할머니, 할아버지 산소 앞 꽃과 풀들을 뽑기 시작했다. 풀을 뽑는 데도 큰형은 큰형다웠다. 나는 격하게 빨리 뽑으려 하는데, 큰형은 가지런히 두 손으로 살포시 뿌리를 당긴다. 절을 하고 큰형의 아버지, 나의 큰아버지에게로 향하는 듯했다. 새로 생긴 무덤을 보며 큰형은 내게 물었다. "너 저번에 원식 할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