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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요양소
죄와 벌을 읽으면서, 내가 살고 있는 소도시와 한국 사회가 떠올랐다.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라는 곳이 소설의 배경인데, 사람들은 무기력하고 새로운 것에 반응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사회 정책에 관심이 없는, 아는 정치인이나 뽑았던 정당을 매번 뽑는 듯한 분위기의 동네. 소설 속 상트페테르부르크는 그러했다. 또한 한국 사회처럼 느낀 이유는 주인공인 라스콜니코프를 보고 떠올랐다. 무언가 마음의 충동에서 일어나는, 옳다고 느껴지면, 다양한 입장을 듣기보다 싸워서 이기려는 감정적 행동. 민족주의적이고 전체주의적인. 많은 이들에게 해를 입히는 전당포 노파를 정의를 위한다며 주인공은 살인을 저지른다. 사회의 법이 썩었을진 몰라도 노파는 법을 어기거나 하진 않았다. 주인공 라스..
몸을 나라고 착각하면, 나와 남, 나와 세상이 구분돼. 좋은 것은 가까이하고, 나쁜 것은 멀리하려 집착하지. 이런 생각들이 습관이 되면 그게 고정관념이야. 나는 정답이라고 여기지만 알게 모르게 왜곡된 행동으로 표출하게 돼있어. 자신의 생각이 강한 왜곡된 행동은 돌고 돌아서 인과응보로 돌아와. 나와 남이 분리되면 항상 머리에서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일어나. 갖고 싶은 것, 취하고 싶은 것을 가지지 못하면 혼란스러워지는 거야. 삶은 무엇일까. 왜 이리도 삶은 내게 유난히 버거운 걸까, 같은 고민 섞인 질문을 많이 했었어. 지금까지 깨달은 건, 성철스님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말씀처럼 삶은 그저 삶이라는 거야. 대단하지 않다는 거야. 그런 질문을 하기보다 내 눈앞을 충실히 살아야 한다는 거야...
무력한 K는 엄마를 외면한다. K가 삶에 막막하고 죄스러워 종종 우울해질 때면, 그는 엄마를 피한다. 걱정이 많은 엄마에게 슬픈 표정보다 오히려 많은 감정을 함구하는 무(無)라는 표정이, 그녀에게 전염되리란 걸 걸 알기 때문에. K는 엄마의 방문 앞의 움직임에도 애써 마음을 다스린다. 종교 관련 영상을 보기도 하고 명상을 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몰입하지 못하고 엄마에게 흐른다. 그의 눈은 강물이 되어 범람한다. 엄마는 날아온 각종 고지서를 보며 한숨을 쉬고 있다. 그런 엄마와 대화를 하는 건 좋은 시기가 아니라는 걸 직감한다. 당장은 엄마에게 위로가 되어도 더더욱 우울의 수렁 속으로 빠지는 성격이란 걸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K는 엄마에게 만은 살가운 편이지만, 그녀와 거리를 둔다. 서로를 지켜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