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책 사유 (124)
영혼의 요양소
"목표 같은 건 없어도 괜찮네. '지금, 여기'를 진지하게 사는 것, 그 자체가 춤일세." 이 책은 리디북스에서 ebook으로 구입했다. 현재 온오프라인 서점들에서 베스트셀러 1위인 책이다. 난 사실 베스트셀러에 집중하지 않는다. 보통 남들이 많이 찾는 건 흥미가 없고 시시하다고 느껴지는 이상한 병이 있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근데 이 책은 왜 샀느냐. 요즘 내 자신에 대해 '너무 고집스럽게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조금씩 들었고, 머리가 커갈수록 주변 인간 관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내가 이상(?)이 있다 싶었다. 그런 고민들을 하던 차에 이 책을 보았고, 관련 소개글에 '아들러'라는 이름이 나와서 사게 됐다. 요즘 심리학 관련 공부를 하고 있어서 '아들러'에 대해 궁금하기도 반갑기도 했다. 또한..
여자 없는 남자들 이 소설에는 모두 7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여자 없는 남자들'은 그 중 한 단편의 제목이면서, 7편의 단편들은 모두 여자가 없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결국 '여자 없는 남자들'은 단편들을 엮은 또 다른 제목이다. 첫 단편인 '드라이브 마이 카'는 아내를 잃은 연극 배우의 이야기다. 아내를 잃은 충격으로 눈까지 안 좋아진 가후쿠는 여자 운전사를 고용하게 된다. 그리고 그 운전사에게 죽은 아내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 가후쿠는 차를 정비소에 맞겼다가 미사키라는 여자 운전사를 소개 받는다. 가후쿠는 여자 운전사가 영 마뜩치 않았다. 그가 경험해 본 여성의 운전 실력이 맘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운전 실력은 대략 두 가지로 나뉘는데, 지나치게 난폭하거나, 지나치게 신중하다는 것..
전자책을 고르는데 이 책이 보였다. 보고 있다가, 현실 감각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결제를 했고, 호기심 가득 차서 읽어 나갔다. 사실, 오래 전부터 이 책을 한 번은 읽어봐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러니 눈에 띄었던 것일지도. 감정적으로 선택해서 산 건 아니다. 우연이 아니다. 하도 문학책만 읽다보니 삶도 감성적으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돈에 대한 욕망을 불러일으키고자 눈이 갔던 것이다. 내용을 요약해서 쓰고 싶지는 않다. 이런 경제 부류의 책들은 내 머리를 힘들게 한다. 문학보다 딱딱하고 상상력의 깊이가 부족하다. 내 상상과 현실의 차이를 좁히고자 읽었지만, 읽는 내내 내 감성을 건드릴 무언가가 없었다. 머리는 채우지만 마음은 허기졌다. 읽고서 부채에 대한 위기감이나 두려움..
올해 초, 안도현 시인의 간장 게장에 관한 시인 ‘스며드는 것’을 보고 엄청 감탄했어요. 그리곤 바로 팬이 되었죠. 저는 시인의 시선이나, 방법을 배우고 싶었어요. 그래서 안도현 시인의 시를 검색해보다가 시 작법에 관한 책이 있어서 서점에 달려갔습니다. 목차는 색인을 제외하고 26개로 되어 있어요. 1. 한 줄을 쓰기 전에 백 줄을 읽어라 2. 재능을 믿지 말고 자신의 열정을 믿어라 3. 시마詩魔와 동숙할 준비를 하라 4. 익숙하고 편한 것들과는 결별하라 5. 무엇을 쓰려고 하지 말라 6. 지독히 짝사랑하는 시인을 구하라 7. 부처와 예수와 부모와 아내를 죽여라 8. 빈둥거리고 어슬렁거리고 게을러져라 9. 감정을 쏟아 붓지 말고 감정을 묘사하라 10. 제발 삼겹살 좀 뒤집어라 11. 체험을 재구성하라 1..
민음사에서 번역돼 출판한 이 소설의 이름은 ‘인생의 베일’이다. 원작 이름은 ‘The Painted Veil’인데, 풀이를 해보면, 베일은 얼굴을 가리는 것이고, 더구나 덧칠해진 베일이라니. 아주 화려한 가면 아닌가. 그러므로 베일은 진실을 가리는 수단과 편협한 환경 속에 갇힌 걸 뜻하는 게 아닐까. 제목만 봐도 많은 걸 암시한다. 1920년대, 영국과 식민지인 홍콩, 콜레라가 창궐한 중국 오지가 배경이다. 영국 여성인 키티는 어릴 적부터 부모님에게 많은 기대를 받으며 자란다. 똑똑한 여성은 아니지만, 외모가 아름다워 사회적 지위가 높은 남성에게 하루빨리 결혼하길 부모는 바랐다. 키티의 아버지는 사회적 지위가 높은 왕실 변호사다.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애정과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한다...
제가 글쓰기에 관심이 많아서, 근사한 문장을 보면 설레고 따라하고 싶고 그럽니다. 책을 계속 읽다보니 저는 시보다도 소설 같은 형식의 주저리 주저리 글이랄까. 그런 문장들이 더 좋더라고요. 소설을 읽으면 스토리 안에 무릎을 치는 문장이 겨우 한 두개 녹아있는데, 박범신님의 '힐링'은 감성적인 문장들이 모여 있어요. 아마, 이 책을 읽으시면 박범신님의 책을 안 사신 분이라도 소설 하나를 사실지도 몰라요. '힐링'이란 단어가 어느 순간 부정적으로 바뀌어갔던 것 같아요. 힐링 열풍이 불다가, 너무 아프니까 청춘이라니까, 제도는 개선되지 않고 할 수 있다, 괜찮다, 위로만 하니까. 반감이 생겼다랄까요. 뭐. 책 제목은 맘에 안 들지만 내용은 좋아요. 이 책은 밀실의 책상에 앉아 쓰신 글이 아니래요. 천지사방 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