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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요양소
마크 A. 호킨스 (지은이),서지민 (옮긴이),박찬국 (해제)틈새책방2018-01-02원제 : The Power of Boredom (2016년) 당신은 지루함이 필요하다 백수일 때는 하고 싶은 말도 많고, 쓰고 싶은 글도 많았다. 하지만 일을 하게 되면 무언가를 계속 몸과 마음에 채워넣기는 하는데, 계속 넣기만 하고 소화할 틈은 주어지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어떤 외부의 자료만 있고, 내 생각으로는 표현이 잘 되지 않는다. 앵무새가 되어가는 느낌? 창작을 하려면 자기만의 멍 때리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하루 종일 바삐 살면 뭔가 떠오르는 게 생기던가? 시를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강의와 작법 책을 종일 접한다면 시상이 떠오를까? 홀로 산책을 하거나 설거지나 청소를 할 때, 혹은 멍하니 누워 있을 때, ..
노인은 팔십사 일 내내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처음 사십 일까지는 한 소년이 함께 있었다. 그러나 사십 일이 지나도록 물고기를 잡지 못하자, 소년의 부모는 노인이 이제 정말 살라오(Salao, '운이 없는 사람'을 뜻하는 스페인어_옮긴이)에 빠지고 말았다고 했다. 노인의 운이 다할 대로 다했다는 것이다. 소년은 부모가 시키는 대로 다른 배로 옮겼고, 그 배는 바다로 나간 첫 주에 큼직한 물고기를 세 마리나 잡았다. -7P 나는 미용 실기 시험에 4번을 낙방했다. 5번째 시험을 봤는데 내일 결과가 나오지만 불확실하다. 중반까진 나름 능숙했는데 중반 이후 큰 실수들을 했기에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으니까. 운 좋게 붙으면 정말 감사한 거고, 떨어지면 다시 매진할 수밖에. 노인은 ..
기말 시험을 김밥처럼 말아 먹었어요. 계획을 세우고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는데 사람이 되어보고자 무려 학기 전체 계획표를 세웠어요. 주로 인강이라 자기와의 싸움이 필요했죠. 게을렀던 제가 기적적으로 한 달하고도 반이 지나도록 지키고 있었어요. 무리한 계획임에도 꾸역꾸역 지켜냈어요. 하지만 거기까지였어요. 저는 좌절하지 않았죠. 하루 할 양을 반으로 줄여 계획표를 수정했어요. 그렇게 두 달을 지켜냈죠. 중간고사와 중간 과제에 치여서 수정한 계획마저 슬슬 무너져요. 멘탈이 나약해져요. 하고 싶을 때만 공부를 해요. 점점 하지 않는 날이 늘어나요. 술이 땡겨요. 기말이 다가와요. 기말 공부해야 한다며 한 달 동안 걱정만 해요. 기말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와요. 뭐부터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혀요. 강의와 책은 포기..
인간과 영장류 중 무엇이 똑똑하느냐 밝혀지지 않았다. 영장류 중 인간의 DNA와 98% 이상 일치한 보노보와 침팬지는 오히려 인간보다 똑똑할 때가 많다. 여러 실험들을 보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고정된 깊고 얇은 통 안에 먹을 게 있을 때, 인간은 보통 도구를 이용하려 하거나 흔들려 애를 쓴다. 아이말고도 어른도 다르지 않다. 근데 침팬지나 보노보는 잠깐 고민하더니 물을 계속 넣어서 안에 있는 먹을 걸 올린다. 인간도 물론 상상할 수 있지만,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은 뭘까. 동물은 자기가 손가락을 가리켜도 다른 동물이 그곳을 바라보지 않는다고 한다. 인간은 어느 곳을 가리키면 그곳을 바라보고, 그들이 울면 나도 슬퍼하고, 그들이 웃으면 나도 즐겁다. 그게 인간이다. 어제..
엄마는 급여가 줄었다며 내게 하소연한다. 엄마는 다쳐서 그만두고 입원하셨다가 다른 곳에서 일하셨다. 그러다 전에 있던 공장에서 불러서 다시 간 것이다. 그런데 다시 급여를 기본급으로 줄이다니 너무하다는 것이다. 3일 내내 투덜거려서 내가 계산해봤다. 한 달 지나 10일이 급여일인데, 엄마는 한 달 조금 안 되게 일을 했다. 엄마가 전보다 급여가 줄은 것은 사실이지만, 엄마가 걱정하는 기본급 정도로 줄지 않았다. 그걸 안 엄마는 갑자기 화색이 돈다. 콧노래를 부르고, 편의점에 가자고 한다. 돈 20만 원 차이가 뭐라구. 사람의 감정을 좌지우지한다. 밤 11시가 됐지만, 남동생까지 꼬드겨 엄마와 편의점으로 향한다. 칭따오 두 캔과, 아사히 드라이 한 캔, 그리고 소시지를 고른다. 남동생은 엄마가 춥다며 눈 ..
대학 시절, 해왔던 과제들을 쭉 봤다. 글 같은 건 이너넷에서 짜깁기해서 그런지 수준의 창피함을 덜 느끼는데, 피피티를 켜고서는 한숨부터 나왔다. 오색찬란 형형색색 글씨 색과 크기가 페이지마다 다르고, 글씨는 나름 줄인다고 했는데 왜 이리 많은지. 내용 흐름 자체도 논리도 없고, 막히면 그냥 얼렁뚱땅 패스. 그때는 그게 괜찮게 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내가 봐도 생각이 참 귀엽다. 디자인보다는 내용이고, 피피티 흐름을 잘 만들려고 따라 하기보다 책을 많이 읽었어야 했다. 내 머리의 흐름부터 채웠어야 했다. 그래도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고 행복하기도 했다. 지금도 항상 부족하지만, 지금보다는 그때가 어설퍼서, 어른이 다 된 줄 알고 작은 것들을 크게 착각해서, 그렇게 뿌듯함을 느낄 때가 좋았다. 어쩌면, ..
지난 5월 5일 덴마크 코펜하겐 버스기사는 언제나 처럼 버스를 몰고 있었다 그런데 평소에 전혀 없던 일이 일어난다. 한 승객이 트럼펫을 불기 시작한 것이다. 기사는 의아해했다. 곧 승객들이 노래를 합창했다. 낯선 사람들이었지만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는 것이 분명해지자 버스기사는 행복의 미소를 짓는다. 잠시 후 시위대가 나타났다. 버스를 가로 막았던 시위대는 돌아서면서 생일 축하 함성을 지른다. Bedrebustur는 덴마크의 버스 공공 사업자와 버스 회사가 손을 잡고 만든 '우리 기사 행복하게 해주자'라는 캠페인이다. http://bedrebustur.dk/ Bedrebustur는 그들의 기사들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짜낸다. 멋진 이벤트도 기획하고, 그들을 위한 즐거운 잡지도 만들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