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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요양소
마크 A. 호킨스 (지은이),서지민 (옮긴이),박찬국 (해제)틈새책방2018-01-02원제 : The Power of Boredom (2016년) 당신은 지루함이 필요하다 백수일 때는 하고 싶은 말도 많고, 쓰고 싶은 글도 많았다. 하지만 일을 하게 되면 무언가를 계속 몸과 마음에 채워넣기는 하는데, 계속 넣기만 하고 소화할 틈은 주어지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어떤 외부의 자료만 있고, 내 생각으로는 표현이 잘 되지 않는다. 앵무새가 되어가는 느낌? 창작을 하려면 자기만의 멍 때리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하루 종일 바삐 살면 뭔가 떠오르는 게 생기던가? 시를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강의와 작법 책을 종일 접한다면 시상이 떠오를까? 홀로 산책을 하거나 설거지나 청소를 할 때, 혹은 멍하니 누워 있을 때, ..
밑줄 "나는 잠수하는 모든 이를 사랑한다. 어떤 물고기도 표면에서는 헤엄을 칠 수 있다. 하지만 5마일도 넘게 내려가려면 고래 정도는 되어야 한다. …… 세계가 시작된 이래 사유의 잠수자들은 충혈된 눈을 하고서 표면으로 되돌아왔다." 멜빌이 '사유의 잠수자들'의 운명처럼 말했던 그 고래를 나는 이 책에서 느낀다. 삶과 죽음, 이성과 광기가 골려 있는 아슬아슬한 선 위에서 생존을 이어가는 사상가의 초상 말이다. - 38P 황금에는 도금할 필요가 없다. 한마디로 위대한 사건은 소란스럽지 않다. 분출하는 화염과 시커먼 연기는 사람들의 눈을 빼앗고 싶은 거짓 불개들에게나 필요한 것. 차라투스트라가 말하듯, "소란과 연기가 사라지고 나면 별로 일어난 일도 없지 않던가." 그 속에서는 고뇌하는 영웅조차 삼류 배우에..
기말 시험을 김밥처럼 말아 먹었어요. 계획을 세우고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는데 사람이 되어보고자 무려 학기 전체 계획표를 세웠어요. 주로 인강이라 자기와의 싸움이 필요했죠. 게을렀던 제가 기적적으로 한 달하고도 반이 지나도록 지키고 있었어요. 무리한 계획임에도 꾸역꾸역 지켜냈어요. 하지만 거기까지였어요. 저는 좌절하지 않았죠. 하루 할 양을 반으로 줄여 계획표를 수정했어요. 그렇게 두 달을 지켜냈죠. 중간고사와 중간 과제에 치여서 수정한 계획마저 슬슬 무너져요. 멘탈이 나약해져요. 하고 싶을 때만 공부를 해요. 점점 하지 않는 날이 늘어나요. 술이 땡겨요. 기말이 다가와요. 기말 공부해야 한다며 한 달 동안 걱정만 해요. 기말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와요. 뭐부터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혀요. 강의와 책은 포기..
머리로 자신을 판단하지 말아요. 심리테스트를 너무 신뢰하지 마세요. 물론, 자기 탐색을 위한 좋은 자세이긴 해요. 안 하는 것보다 좋죠.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고민을 하고 심리테스트를 해본다는 거니까. 하지만 그런 테스트 결과는 자신을 가둬요. 이론일 뿐이에요. 고민하기 이전에 어떤 분야에 마음이 갔다면 해보는 거예요. 현재 직업을 관두고 무작정 도전하느냐고요? 아니에요. 직장을 유지한 채 시간이 날 때 조금씩 관심 있는 분야의 일을 배워보거나 해보진 않아도 봉사를 해보거나 하는 거예요. 한국에선 시간이 없으니 어려울까요? 네. 힘들거예요. 하지만 어떤 일을 하고 싶다면 조금의 시간 할애를 못할까요. 머리로는 자신이 가슴 뛰는 걸 알 수 없어요. 몸이 알죠.
A. 막 태어난 상태. '진짜 자신'만으로 순수하지만 깨지기 쉽다. '자신'이라는 의식은 아직 없다. B. 사회 적응을 위해 신경증성이나 '가짜 자신'을 익혀간다. 그러나 때때로 답답함을 느낀 '진짜 자신'이 반발한다. 이른바 반항기다. 필사적으로 '자신'을 획득하려고 한다. 1인칭을 모색한다. C. 반발의 좌절과 사회에 대한 굴복. '가짜 자신'에 '진짜 자신'이 길들여진다. 사회 적응을 완성하고 어엿한 사회인이 된다. 신경증성의 절정. '타자 본위'. 0인칭. 낙타. D. '진짜 자신'이 반역을 시작하려고 꿈틀거린다. 자신을 잃어버린 까닭에 고뇌가 생기거나 심신의 부조, 갑작스러운 부적응 형태로 신호가 나타난다. '타자 본위'의 막다른 곳. E. '진짜 자신'에 의한 혁명. 고여 있던 분노의 분출. ..
존재하는 것들 가운데 어떤 것들은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들이고, 다른 어떤 것들은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들이 아니다.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들은 믿음, 충동, 욕구, 혐오, 한마디로 말해서 우리 자신이 행하는 그러한 모든 일이다. 반면에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은 것들은 육체, 소유물, 평판, 지위, 한마디로 말해서 우리 자신이 행하지 않는 그러한 모든 일이다. 게다가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들은 본성적으로 자유롭고, 훼방받지 않고, 방해받지 않지만,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은 것들은 무력하고, 노예적이고, 훼방을 받으며, 다른 것들에 속한다. 그러므로 만일 네가 본성적으로 노예적인 것들을 자유로운 것으로 생각하고, 또 다른 것에 속하는 것들을 너 자신의 것으로 생각한다면, 너는 장애에 부딪힐 것이고, 고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