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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요양소
01 세상에 많은 부채를 진 나는 모든 소리를 무음으로 해놓는다. 어쩌다 새로운 곳으로부터, 미처 무음 해놓을 수 없는 낯선 곳으로부터 연락이 오면 나는 설렘보단 전신이 두려움으로 떨린다. 이기적이게도 나는 내 말만 뱉을 뿐 제대로 타인의 말을 수용하려 하지 않는다. 난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기 어렵다. 유별난 난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의 냉탕과 온탕을 왔다갔다 하기 때문이다. 까다롭지 않아야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유지할 때 서로 편하기 때문에, 나는 그저 관계에 집착하지 않는다. 집착하고 싶어도 집착하는 방법을 모른다. 나라는 사람이 사는 이유는 사랑인 것 같은데, 그로 인해 잦아드는 구속은 예민한 내게는 반갑지 않다. 모순이다. 내가 사는 이유와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부딪는다. 아직 나는 자유..
이별한 사람들은 왜 서로에게 죄가 되어야 할까. 몸은 성인이지만, 어린아이 같은 극도의 추한 모습까지 공유해서였을까. 아니면 치기어린 영원함의 약속, 둘로 나뉠 때마저 각자의 삶을 응원한다던 어리숙했던 언어들, 수분 없는 삶에 세상을 긍정적으로 왜곡시키는 사랑이 낭만적이지만은 않구나,라는 꿈을 깨고 싶지 않아서, 이런 저런 이유들로 과거를 외면하는 것일까. 사회 생활을 잘해서 감정에 무뎌져가는 친구들은 그저 마주치라 한다. 하지만 난 담대하지 못해서, 이별이 꽤 지났음에도 많은 것들이 생각나서,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서로 불편하니까. 최대한 마주치지 않고 그나마 좋은 감정을 유지했으면 해서. 이별 후 마주치면 안 좋은 감정이 생산되니까. 그런 마주침의 경험이 처음이라, 괴로웠지만 싫지만은 않은 감정이라..
친구 중에 상섭이라고 있어. 걘 대학을 그저 졸업만 하고 3년간을 방황했어. 언론사며 광고 회사며 짧았던 인턴들, IT쪽에도 덤벼보기도 했고, 타지에 숙식하며 망노동을 하기도 했고, 옷 매장, 편의점, 생수 공장, 아파트 계량기 교체 등등 더 나열하기에도 벅찬,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수많은 일들을 전전했어. 그 친구가 알바를 많이 했다는 게 요점이 아니라, 참 수직적으로 격차가 많은 다양한 사람들을 스쳐간 거 같아서 신기하기도 해. 유별난 놈이야. 상섭은 내게 술자리에서 그런 얘길 한적이 있어. “나름 기득권이란 사람부터 밑바닥 사람들과도 인연을 맺었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다 허무해져만 가더라. 기득권과 연을 맺으면, 내 스스로 그 수준이 되지 않는다고 느껴지면, 멀리하게 되고, 밑바닥 사람들은 격의 없..
"그래요.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냥 가슴팍에 묻어둬라, 이렇게 말합니다. 그 사람을 보기 시작하면 멀어집니다. 글도 마찬가지죠. 고통에 대하여 글을 쓰기 시작하면 신기하게도 그 고통이 사라집니다. 고통이 객관화되기 때문입니다. 고통에 빠져 죽는 사람들은 말과 글로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은 결국 죽어요. 모든 예술은 고통에서 출발하죠. 행복한 사람은 예술가가 될 수 없습니다. 나의 고통과 외로움을 좀 알아달라고 하는 게 예술이에요." - ‘거리의 철학자’ 강신주 “보수는 탐욕스럽고, 진보는 생명력 잃었다” 기사 내용 중기사 링크: http://joongang.joins.com/article/723/16348723.html?ref=mobile&cloc=joongang|mnews|pcve..
경험은 글을 잘 쓰는 모든 이들의 안주인이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 한때 포경선의 선원이었던 허먼 멜빌 Herman Melville 그가 쓴 소설 은 포경선의 체험으로부터 나왔다 죽을 때까지 보험국의 관리로 일했던 프란츠 카프카 Franz Kafka 창작과 직장생활을 함께 했던 그는 거대한 조직 속에서 소외된 인간의 모습을 , 등의 작품을 통해 그렸다 세관에서 지루한 일상을 보내던 나다니엘 호손 Nathaniel Hawthorne 세관의 해묵은 서류철에서 를 만났고, 소설 가 탄생했다 불우한 아동 노동자였던 찰스 디킨스 Charles John Huffam Dickens 어린 시절의 경험 덕분에 작품 의 신랄한 현실 묘사가 가능했다 그리고 고대로마의 문인이자 철학자이며 변론가인 동시에 정치가였던 키케로는 말..
이병률 작가를 알게된 건 얼마 전 떠난 여자친구를 통해서였다. 2~3달 정도 전이었나? 오빠는 글이 너무 딱딱하다며, 이런 글을 써보라고 블로그 링크 글을 알려줬다. 보니 이병률이란 작가의 끌림이었나, 이 책이었나. 기억은 자세히 나지 않지만 그냥, 글이 내게 훅 왔다. 참 좋다고 생각하고 기억해뒀다가 이 사람의 책을 한 번 사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잊었다. 읽어야할 책들, 그 중간중간에 내 마음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새로운 책들이 많았기 때문에 잊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한 달 조금 넘었나. 나름 진지한 미래를 그리며 꽤 오래 사귀었던 여자친구와 이별을 맞았다. 숫기가 없어서 20대가 돼서야 처음 사귄 여자친구였다. 20대 초중반, 후반 조금 못 미치는, 거의 20대를 그녀와 보냈기 때문에 고통이 꽤 컸..
쉽고, 짧고, 재미있게 … 가르치려 들지 말고 호소하라 1 주제를 장악하라. 제목만으로 그 내용을 전달할 수 있을 때 좋은 글이 된다.2 내용은 충실하고 정보는 정확해야 한다. 글의 생명은 담긴 내용에 있다. 3 기승전결이 있어야 한다. 들어가는 말과 나오는 말이 문장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4 글 길이에 따라 호흡이 달라야 한다. 문장이 짧으면 튀고, 길면 못 쓴다. 5 잠정적 독자를 상정하고 써라. 내 글을 읽을 독자는 누구일까, 머리에 떠올리고 써야 한다. 6 본격적인 글쓰기와 매수를 맞춰라. 미리 말로 리허설을 해 보고, 쓰기 시작하면 한 호흡으로 앉은 자리서 끝내라. 7 문법에 따르되 구어체도 놓치지 마라. 당대의 입말을 구사해 글맛을 살리면서 품위를 잃지 않는다. 8 행간을 읽게 하는 묘미를 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