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요양소
명상을 8일째 해오고 있다 본문
명상을 8일째 해오고 있다. 처음엔 5분도 안돼서 눈을 뜨고 괜히 코가 간지러워 자세를 유지 못하고 긁어댔다. 지금은 60분 남짓 눈 감고 앉아있다. 그걸 왜 하느냐고 하지만, 나도 모르겠다. 티벳 불교에 관한 책을 읽고 직접적으로 하게 되었다. 사실, 명상은 그 전부터 관심이 있었지만, 행동으로 이어질 만큼의 정도는 아니었다. 스티브 잡스와 같은 인물도 명상을 매일 아침 했었다길래 호기심은 갔지만,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직접적인 명쾌한 해답을 외부에서 찾을 수 없었다.
외부가 아닌 내부가 말하는 것을 들으라고. 이것이 다였다. 난 그 당시 나름 내가 원하는 가치관을 확립해나가고 있었기에 별로 끌리지 않았다. 하지만 티벳 불교에 관한 팟캐스트를 듣고 관련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절실해졌다. 처음엔 호기심이었다. 점점 몰입하고 매일 내 불안한 마음을 리셋하는 하나의 의식으로 느껴지게 되었다.
심상화라고 하는 수행법이 있다. 그 수행을 하기 위해선 연습이 필요하다. 주변 사물 하나를 정해서 어지러워질 때까지 쳐다보고, 눈을 감고 그 형상이 그대로 나타나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심상화된 그 물체의 향도 상상으로 맡을 수 있다. 나는 깊게 모르기 때문에, 이걸 왜 궁극적으로 하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바로는 우리가 현실이라 말하는 눈 앞의 공간도 어떤 홀로그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우치게 함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모든 것에 집착하지 말라는 말.
심상화를 해서 오감을 차단해도 모든 게 생생하게 느껴진다면, 그것 또한 현실과 무엇이 다르겠느냐고.
나는 꿈을 잘 꾸지 않았다. 사람은 누구나 하루에 3~4번의 꿈을 꾼단다. 하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 나는 꿈을 대부분 기억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심상화를 하면서 꿈이 너무나도 선연해졌다. 어쩌다 한 번 꿈을 꾸면 누군가의 대화 한두 마디 정도만 기억했고, 주변 환경은 영혼처럼 흐릿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상황이나 주변 인물, 바닥에 놓인 물건들, 특정한 위치가 생생히 그려진다.
방금 7살 때의 꿈에 놀라 깬 뒤로 유일하게 꿈에 놀라서 깼다. 기분 좋은 꿈은 아니라서 말하고 싶지 않다. 몇 년 전에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안의 문장들은 세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받은 느낌은 이렇다. '꿈은 현실과 정반대'라는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꿈은 현실과 반대라는 말은 꿈의 상황이 과장되어서 현실과 다름을 얘기한 것 같고, 꿈이 말하려고 하는 바는 나의 현실의 감정과 맞닿아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 꿈을 보며 해몽책을 뒤지며 정답을 찾으려 한다. 큰 그림은 맞을 수 있으나, 사람은 누구나 처한 상황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해석을 맞추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꿈에 대한 정답보다, 왜 그런 꿈을 꾸게 되었는지를, 내 마음 상태를 현실에서 돌이켜봐야 하는 것이다.
꿈의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현실과 다른 것이지만, 꿈이 내게 말하고자 하는 그 비유를 현실 상황과 유추해보면 현실과 같다. 나의 무의식은 왜 그런 생각과 상황을 만들어냈는지를 찬찬히 들여다보고 조심해야 한다. 무의식은 일종의 경고장이다.
엄마는 지난밤 어떤 꿈을 꾸었다며, 가족에게 조심하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인도네시아의 어느 원시 부족은 스콜이 내려 집을 바닥에서 띄워 나무로 움막을 짓고 살아가는데, 밥 먹기 전에 집을 지켜주는 신에게 먼저 기도해야 한다며 음식 일부를 움막 아래에 고수레하듯 뿌려놓는다. 내가 살고 있는 현재 환경에서는 이런 것들이 너무나도 이해가 가지 않고, 답답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미신에도 다 이유가 있는 법이란 걸 최근에서야 느낀다. 집의 신에게 음식을 뿌려놓아서, 개미들이 나무로 지은 움막을 갉아먹지 않고, 음식을 먹는다. 모든 걸 눈 앞에 보이는 것, 현실적인 것, 과학적 사실로만 보려는 나는 얼마나 무지했는가 말이다.
어른이 되어가며 느끼는 것은, 내가 보고 들은 것들이 지식으로 포장돼 쌓여가면서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어른은 지혜는 자라지 않고 지식만 남아 오히려 자신을 고루하게 만든다. 매 순간 자신에게 한 발짝 떨어져서 타인보다는 자신을 들여다보고, 돌이켜보고, 의심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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