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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철학

필요 없어진 기억들을 처분했다

온화수 2016. 1. 27. 01:15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를 읽고 나서, 아니 읽는 도중에 내 방 안에 있던 필요 없어진 물건들을 한 곳에 모으기 시작했다. 


10년 가까이 된 핸드폰들, 재작년에 구입한 크리스마스 카드, 전 여친이 사준 괴로움으로 도배된 다이어리, 무엇 하나 규칙적으로 하지 못해 2일 분 남은 약봉지들, 작년 펌 했을 때 구입했던 왁스, 인터넷으로 스마트폰을 구입해 사은품으로 딸려 온 큐브, 책을 집착해 띠지마저도 버리지 못하는 나.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모은 것들을 버리려 분류를 하기 시작했다. 



"옛날 핸드폰이네. 이거 왜 버려. 나중에 가게 차리거나 하면 좋잖아." 엄마는 내게 말했다.


"아니야. 버릴 거야." 나는 매몰차게 말했다.


"이거 좋다니까. 나중에 인테리어 소품으로 필요할지도 모르잖아." 엄마는 다시 한 번 나를 설득했다.


"아니야. 그건 아니야. 그런 옳지 못한 컨셉으로 가게 하지 않을 거야." 미안하지만 나는 이미 맘을 정했다.


핸드폰 뒤를 보니 오래된 스티커 사진이 붙어있다. 예전 생각이 났다. 방안을 보니 훤해졌다. 아무것도 없으니 먼지 닦기에도 수월했다. 


어디 더 버릴 거 없나. 방 안을 살폈다. 좌식 의자가 있는데, 2달 전에 갖다 놓고 3번 앉은 것 같다. 그것도 방 밖으로 내놓으니 좁은 방이 조금은 넓어졌다. 


아. 후련하다. 뭔가 보람이 느껴지기도 하고. 지나간 것들로 인해 잡생각이 머무르지 않고. 눈 앞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