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덟은계절로 치면더운 공기는 남아 있지만햇빛은 점점 짧아지는늦여름의 오후 같았다.가끔은 여전히 웃고 떠들 수 있지만,그 웃음이어떤 피로의 끝에 있다는 걸나도 알고 있었다.사람을 만나는 일도이젠 쉽지 않다.어릴 땐 가볍게 말을 걸고웃으며 앉을 수 있었지만서른여덟은더는 어리지 않아서누군가에게 가볍게 다가가는 일이망설여지는 나이였다.상처받는 일보다상처 줄까봐 조심하는 일이 많아졌고가깝게 다가가는 대신서서히 멀어지는 선택을 할 때도 생겼다.하루는 일하고퇴근하면 조용했다.몸은 괜찮은데마음은 어딘가를다녀온 것처럼 피곤했다.쉬는 날 전날이면괜히 집에 곧장 들어가기 싫었다.어디론가 향하는 척잠깐 돌아 걷기도 했다.그럴 때면,가끔 술이 생각났다.심심해서,멍해서,공허해서.때로는 이유 없이,그냥 그런 밤이 있었다.술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