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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철학

모든 SNS를 삭제했다

온화수 2025. 1. 20. 13:34

결국 스마트폰에서 SNS를 모두 삭제했다. 인스타그램, 스레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은 오래전부터 내 일상 속에 깊이 자리 잡은 공간이었다. 지인들과 소통하며 내가 던진 농담이나 진지한 생각이 반응을 얻는 순간을 즐겼다. 그곳은 내가 만들어낸 이야기들로 채워진 무대였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그 무대는 더 이상 나를 채우지 못했다. 즐거움은 희미해졌고, 그 뒤에는 설명할 수 없는 공허감이 자리 잡았다.

스레드는 또 다른 방식으로 내 삶에 스며들었다. 운동을 시작하며 매일의 과정을 기록하는 데 썼다. 작은 성취를 공유하며 느꼈던 뿌듯함은 곧 익숙해졌고, 점차 시들해졌다. 거기에 더해, 솔직히 말하자면 여성들과의 소통이 재미있어서 머물렀던 것도 사실이다. 그 소소한 재미마저 금세 빛을 잃었다.

페이스북은 다른 이유로 유지했다. 나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생각과 삶을 들여다보며 그들의 통찰력을 닮고 싶었다. 그들의 글을 보며 나도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축적된 시간 속에서 내가 얻은 것은 뚜렷하지 않았다. 무엇을 배웠는지, 무엇을 놓쳤는지조차 모르는 채 공허한 나날이 쌓여갔다.

서른 중반을 지나 서른 후반의 길목에 서니, 나를 지치게 하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SNS에 무언가를 올릴 콘텐츠를 고민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그 과정 자체가 부담으로 다가왔다. 게시물을 올리고 반응을 확인하는 짧은 행복감은 금세 사라지고, 또 다른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이 나를 덮쳤다. 마치 내가 SNS를 위해 살아가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내 안의 무언가가 병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쩌면 SNS는 싸이월드처럼 어느 날 시들해지고, 이용자들이 하나둘 떠날지도 모른다.
내 직감으로는, 인스타그램도 이미 그 전성기를 지나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한때 활발했던 교류는 릴스(Reels)라는 새로운 방식이 대세가 되면서 사라졌다. 헤시태그를 통해 이어지던 북스타그램과 글스타그램은 더 이상 의미를 찾기 어려운 공간이 되어버렸다.

더 나아가, SNS 속에서 반복적으로 마주치는 '화려한 사람들'은 나에게 비현실적인 평균값을 심어주었다.
사실은 소수의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 특별한 배경을 가진 이들인데, 우리는 그들이 곧 세상의 기준이라고 착각한다. 그 결과 현실은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이고, 주변 사람들마저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듯 느껴졌다. 나 자신조차도 점점 더 높아지는 이 '평균의 기준' 속에서 허덕이고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만날 사람이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대개 SNS에 깊이 의존한다는 것이다.
반면, 내가 아는 실제로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들은 SNS를 거의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SNS는 단순히 계정을 유지하거나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도구일 뿐이다. 과도한 자랑과 보여주기를 위해 사용하지 않는다.

SNS는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쉽게 빠져드는 함정이기도 하다.
많은 관심을 받는 인플루언서들조차 매번 도파민에 의존하며 스스로를 소비하는 삶을 산다. 그들 역시 공허함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배고픔을 느낄 때 인스턴트 음식을 먹으면 처음엔 배가 부를지 모르지만, 오래 지속하면 결국 몸이 망가진다. 마찬가지로 외로움을 느낄 때, 그 빈자리를 SNS의 관심으로 채우려 하면 익숙해질수록 더 큰 공허함만 남는다.

결국, 진짜 기반은 현실에서 쌓아야 한다.
오프라인에서 탄탄한 능력과 기반을 쌓은 사람이 온라인 세계로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그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따라온다. 그러나 반대로 온라인이 주가 되어버리면, 사람은 자신을 과장하거나 부풀리기 쉽다. 그 과정에서 오프라인에서 자신을 성장시키는 법을 잊어버리게 된다.

만약 운 좋게 온라인의 인기가 사라진다면, 그 사람은 어떻게 살아갈까?
과거의 화려했던 순간만을 떠올리며 점점 더 관심을 구걸하는 존재가 되지 않을까?

이 글은 단지 SNS를 부정하거나 비판하기 위해 쓴 것이 아니다.
문제는 그것을 사용하는 방식에 있다. SNS는 우리 삶의 도구일 뿐이다. 그것이 삶의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

스스로를 위해 살아가야 한다. 보여주기 위한 삶이 아니라, 내면을 채우기 위한 삶을 선택해야 한다.
우리의 기반은 결국 현실에서 쌓여야 한다. 눈에 보이는 '좋아요'나 '팔로워 수'가 아니라,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진짜 관계를 만들어 가는 일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

SNS를 지우고 나서 비로소 내 삶의 무게중심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무게가 내 현실에 닿아 있음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