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삶. 누구나 그런 생각은 해본다. 그러나 현실은 광고처럼 조명되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은 하루면 바뀐다. 오늘 좋았던 일이 내일은 견딜 수 없이 싫어진다. 욕망은 깊지 않다. 욕망은 금방 변한다. 무르익기도 전에 식는다. 냉장고 속 김치처럼, 꺼내놓으면 금세 시어진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에 인생을 거는 건 위험하다. 마음이 자주 흔들리기 때문이다.
잘하는 일을 하는 게 낫다. 심리학자들은 그것을 자기 효능감이라고 부른다. 나 이거 좀 하네, 그런 생각이 사람을 버티게 한다. 익숙한 일은 손에서 놓이지 않는다. 손에 익은 일은 몸을 덜 상하게 한다. 자꾸 하다 보면 정이 든다. 싫어도 정이 든다. 오래 보면 뭐든 익숙해진다. 익숙해지면 버티게 된다.
워라밸, 좋은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일과 삶이 자주 싸운다. 결국 '밸'은 사라진다. 야근이 있고, 주말에도 알람이 울린다. 월요일 아침이면 몸이 먼저 알아챈다. 연구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일과 삶을 구분하겠다는 말은, 다이어트 중에 라면을 끊겠다는 말과 닮아 있다. 쉽지 않다.
삶은 결국 섞인다. 일과 삶이 섞여서 하나의 국처럼 흘러간다. 짜도 먹어야 하고, 싱거워도 삼켜야 한다. 그 무게를 견디는 것이 삶이다. 나는 내 인생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 대신 하기 싫지 않은 일을 한다. 묵묵히, 반복하며.
반복은 실력을 만들고, 실력은 조용한 위안을 준다. 그래도 이건 좀 하지, 그 말 하나면 된다.
사람은 워라밸을 바라보며 워라밥을 먹는다. 질릴 때도 있고, 체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또 먹는다. 그렇게 살아간다. 삶은 언제나 계획에서 어긋난다. 그러나 항로를 벗어났다고 해서 반드시 잘못된 것은 아니다. 길을 잃어야, 처음 보는 풍경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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