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요양소

<내 청춘 3년 후> - 박현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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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청춘 3년 후> - 박현우

온화수 2012. 8. 8. 18:30

'이 전공이 나랑 정말 맞는 걸까?'

'나는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까?'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을까?'

'즐겁지도 않은 이 일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할까?'

'나는 왜 무엇이 되려고 하는가?'


이 책의 저자는 프롤로그에 이런 고민들을 하는 사람들과 마음을 공유하고 이해하면서 시작한다. 우리는 입시를 위해 달리고 대학교를 가도 지긋지긋한 스펙을 위해 또 다시 달린다. 취업하고 사회에 나와도 어김없이 달린다. 우리는 코앞에 닥친 미래와 현실을 충실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정작 '나 자신'을 돌아 볼 시간이 없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취업에 성공하면 3년도 되기 전에 회의를 느낀다고들 한다.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을까?'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이 이건가?' 어느 정도 포기하고 그대로 살지, 아니면 다시 새롭게 시작할지를 고민한다.

 

우리는 고3 수험생과 대학 3학년생, 사회 경력 3년 차 등 대개 3년이라는 주기로 이런 고민들과 마주한다. 불과 3년 전에 내린 결정 하나 때문에 후회하며 소모적인 시간을 보낸다. 다시 3년 전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어떤 결정을 내리고 행동을 하기 전, 3년 후를 미리 생각해야 많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나는 항상 '본질'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그 이유는 어느 날 광고인 박웅현씨의 특강 영상을 보게 됐는데, 격하게 감동했다. 박웅현씨가 말하기를, '지금 그 나이, 상황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 본질이 무엇인지 알고 추구하는 게 좋다. 빅뱅이나 소녀시대 음악보다는 비발디 음악이 본질적이다. 영화, 책, 모든 면에서도 그렇다. 나이 50이 돼서 나에게 남는 게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노력한다면 인생의 기회는 분명히 온다.'라는 말에 나는 그 때부터 내 가치관을 '본질 추구'로 마음 먹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본질이라는 것은 토익 점수보다는 의사소통인 회화 공부를 해야하고, 1위 흥행하는 아이돌 출연하는 로맨스 영화보다는 사색을 하게 하는 이창동 감독 같은 영화가 본질인 것 같다. 꿈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영어 같은 경우, 회화가 목적이 아닌 점수따기가 목적이 돼 버린 상황을 보면 본질이 아닌 확실한 본말의 전도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지인 중에 스물여덞에 공무원이 되고, 3년차 직장인이 된 30대 초반의 사람을 만난 이야기를 꺼낸다. 저자는 그가 안정적인 삶을 누리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무거운 고민을 짊어지고 있었고, 다시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시간이 갈수록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의미를 발견하지 못했고, 가슴 떨림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고통의 가운데 있던 것이다. 비록 남들이 부러워하는 안정적인 삶이라 할지라도 자기 자신의 만족이 아닌 주변인들의 기대와 욕망만을 대신 충족시켜준 결과가 됐다.


이 얘기는 어느 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닌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청춘들이 겪고 있는 반복적인 문제라고 저자는 말한다. 청춘들이 시간의 흐름과 주변의 압력에 휩쓸려 정작 나 자신의 본질을 찾지 못했기 때문. 본질을 알아내기 위해 자기 자신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함으로써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찾아낼 수 있다고 한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당장 시작하고 '3년 후에도 여전히 내가 원하는 일인가?'라고 시작하기 전 한 번 더 생각하라고 조언 한다. 


나는 현재 다른 길을 가려 한다. 내가 배운 전공과 관련이 아예 없다고는 볼 수 없지만, 같은 전공 학위를 따서 취업한 아이들을 보면 나는 확연히 다른 길이다. 현재 빨리 취업한 친구들을 보면 대부분 그 분야에 관심이 크거나 좋아서,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싶다는 등의 목표보다는 어쩔 수 없이 현실에 맞춰 하루하루 살아간다. '인생이 다 그렇지 뭐' '좋아하는 일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회사 다니기 싫다' 등의 말을 많이 듣게 되니 나는 확실히 재미없고 잘 하지 못하는 전공 살려 취업하면 전혀 내 삶이 행복하지 않고 입에 욕만 달고 살겠구나 싶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현실을 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알고 있다. 나는 멀리 보자면 내가 더 현실적이라고 자부한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주변인의 기대감에 취업해서 관심과 열정이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지 않고 상사에게만 있는 척하며 하루하루를 월요병 같이 살아간다. 이게 현실적인 거라고 한다면 나는 할 말이 없다. 그렇다면 나는 현실적이지 못하다. 인정한다. 좋아하는 일을 해도 일이기 때문에 싫어질 수도 있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다. 그렇지만 비교적 관심 있는 일을 해야 인생이 덜 불행하다고 느끼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나는 이미 오랜 기간 목표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끝냈다고 생각하기에 골치는 아프지 않았지만, 나처럼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화가 렘브란트가 '야경'이란 작품으로 명성을 얻게 됐을 때. 한 미술학도가 찾아와 그에게 물었다.

"어떻게 그림을 그려야 좋겠습니까?"

렘브란트는 주저없이 대답했다.

"붓을 잡고 시작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