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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요양소
이준익 감독의 영화 보셨나요. 전 부끄럽게도 그 영화를 보고 나서야 윤동주의 삶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전까지는 그의 시를 문제집에 나올 법한 시다, 하지만 오래된 시 중에선 꽤 감성적이다, 괜찮다, 정도로 느끼고 있었어요. 영화에서 시를 읊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스토리 상에서 자연스레 나누는 대화도 시에서 인용된 게 많네요. 시집을 읽고 나서야 알게 되었어요. 그는 1943년 고향으로 돌아오기 직전 독립운동 혐의로 붙잡혀 2년 형을 선고 받았어요. 후쿠오카 감옥에서 갇혀 있던 중에 죽었습니다. 시집은 그가 죽은 뒤인 1948년에 출간되었습니다. 공부라고 하면 시험의 개념이 강한 것 같아요. 시험의 개념말고 뭔가를 알고 깨달아서 현실에 적용해보는 것, 자신의 모자람과 욕망을 느끼고 부끄러워 하면..
50개 시 중 끌리는 시 3개를 꼽았다. 김기택 시인의 시는 섬세한 묘사가 좋다. 나는 일상의 언어 사이에서 놓친 것들을 보려 애쓰는 데도, 시인의 눈은 정말로 비상하다. 나는 시와 같은 섬세하고 아름다운 표현에 서툴러,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 집중한다. 개인적으로 산문을 선호하지만, 시인의 문장은 한없이 부럽다. 오래 바라 본 결과인 건가. 시에 대해 얘기하는 건 정말 버겁다. 함부로 내뱉지 못하겠고, 난 생각이라고 하지만 누군가는 판단이라고 판단하고. 난해하다. 생각의 표현을 누군가는 오만으로, 나는 그런 오만이 아니라고, 오해라고. 그런 오만을 저지른다. 그저 묵묵히 읽고, 생각하고, 내 안에 쟁여놓을 수 밖에. 한 명의 육체를 위하여 달려가던 승용차가 가볍게 들어올리자 사내는 조금도 꾸밈이 없는 동..
어제는 한 친구와 대낮에 술을 마셨다. 그 애는 내 주변에서 유일하게 문학과 술을 동시에 좋아하는 친구다. 나는 대학 진학을 문창과나 국문과로 간 게 아니라서 문학 얘기할 친구들이 거의 없다. 보통 책 얘기하면 지루해하기도 하고 관심이 적다. 누군가 나와 같은 취미로 공감을 하고 얘기를 나누면 그것만으로 행복할텐데. 그걸 해소하려 페이스북에 책에 대한 얘기를 자주 해왔는데, 혼자 떠든다. 내가 흥미롭게 글을 못 쓰기도 하지만. 어떤 친구는 내게 그랬다. 자기는 페이스북에 '더 보기' 뜨면 더 이상 읽지 않는다고. 그래서 유일하게 문학과 술을 좋아하는 친구는 매우매우 소중하다. 내게 살아갈 이유를 갖게 한다. 나의 존재를 확인하게 하니까. 윤동주에 대해 얘기하고, 이성복에게 취하고, 신경숙 같은 술잔을 삼..
노린재 한 마리 뒤집혔다 등이 둥근 방패 같아서 홀로 일어서기 버겁다 차라리 바람이라도 불면 누군가 건들기라도 하면 그걸 타고 일어설 텐데 거센 바람이나 천적의 위협이 때론, 위기에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준다 *노린재라는 벌레 한 마리가 부엌으로 들어왔다. 나는 벌레를 보면 휴지로 싸서 잡거나 터트리는 건 싫어서, 병뚜껑이나 종이컵 등으로 가둬둔다. 일종의 놀이기도 하고. 그러다 노린재가 뒤집혔는데, 등이 넓고 둥근 방패 같아서 홀로 일어서지 못한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앞, 중간 네 다리는 짧아 땅에 안 닿고, 뒤 두 다리는 비교적 길어 땅에 닿긴 닿는데, 일어서기엔 역부족이다(카프카의 '변신' 소설에서 아침에 침대 위에서 벌레로 변한 자기 모습을 보고 놀라서 일어설 수도, 걸을 수도 없는 장면이 생..
난 시에 대해서, 문학에 대해 잘 모른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인물이 누군가의 글을 읽어봐라, 하면 읽는 식이다. 정치나 사회 역사적인 배경에서 김수영 시인을 빼놓을 수 없다길래 읽어봤다. 사실, 처음에 몇 개 읽었을 때는 한자도 많고 시대와 동떨어진 느낌도 있고 해서 지루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나도 모르게 김수영 시인의 문투를 따라하고 있었다. 짧은 일상을 전하더라도 김수영 시인을 닮고 싶어졌다. 민음사에서 나온 김수영 전집 1 시편에서 내 마음에 들었던 시들을 기억하고 싶어 남긴다. 가까이 할 수 없는 서적 -1947년 가까이 할 수 없는 서적이 있다 이것은 먼 바다를 건너온 용이하게 찾아갈 수 없는 나라에서 온 것이다 주변 없는 사람이 만져서는 아니 될 책 만지면은 죽어버릴 듯 말 듯 되는 ..
이 시집은 KBS1 채널의 'TV, 책을 보다'에서 유명한 광고인인 박웅현 씨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 사실, 이 시집보다 이 안의 어떤 시를 먼저 알게 됐었죠. 제가 평소 박웅현 씨를 좋아해서 이 분의 유튜브에 떠다니는 여러 강연을 찾아 듣고, 책도 사서 읽고 하다 보니 고은 시인의 시를 자주 인용하더라고요. 그래서 'TV, 책을 보다' 프로그램을 찾아보게 됐고, 거기서도 해설해주시는 게 참 좋아서 서점에 달려가 구입하게 됐습니다. 제가 단순히 텍스트를 통해 이해하는 것보다, 해설의 도움을 조금은 받으니 감동이 잘 오지 않았던 부분에서 무언가가 오기 시작했어요. 박웅현씨 책 추천사처럼 계속 보다보면 이해하게 되고 감동이 배가 되는 그런 책인 것 같습니다. 새벽녘에 슬슬 햇빛이 들기 시작하면 닭들이 울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