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요양소
<순간의 꽃> - 고은 본문
이 시집은 KBS1 채널의 'TV, 책을 보다'에서 유명한 광고인인 박웅현 씨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 사실, 이 시집보다 이 안의 어떤 시를 먼저 알게 됐었죠.
제가 평소 박웅현 씨를 좋아해서 이 분의 유튜브에 떠다니는 여러 강연을 찾아 듣고, 책도 사서 읽고 하다 보니 고은 시인의 시를 자주 인용하더라고요. 그래서 'TV, 책을 보다' 프로그램을 찾아보게 됐고, 거기서도 해설해주시는 게 참 좋아서 서점에 달려가 구입하게 됐습니다.
제가 단순히 텍스트를 통해 이해하는 것보다, 해설의 도움을 조금은 받으니 감동이 잘 오지 않았던 부분에서 무언가가 오기 시작했어요. 박웅현씨 책 추천사처럼 계속 보다보면 이해하게 되고 감동이 배가 되는 그런 책인 것 같습니다.
새벽녘에 슬슬 햇빛이 들기 시작하면 닭들이 울기 시작하잖아요. 동네 친구들 집마다 닭이 울기 시작하고, 아침이 밝으니 친구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 같아요. 닭들이 슬퍼서(?) 운다는 중의적인 표현도 담긴 것 같고요. 이 짧은 시로 간결하게 많은 걸 표현할 수 있을까요.
생각해보면, 내 지식과 지혜로 설명하지 못할 수많은 아름다움이 우리 옆에 있는데, 너무 당연하게 여긴 것 같아요. 편하고 익숙할수록 무뎌져가고 신경 쓰지 않게 되는데, 반성하게 되는 시입니다.
무언가를 향해 몰입하고 달려가기만 했는데, 어느날 한 번 삐끗했더니 자기 삶과 주변이 보이기 시작한 걸까요. 우리는 가끔 정말 소중한 게 무엇인지 잊고 사는 듯 합니다. 현실이라는 이유로 소중한 걸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진지한 시도 많지만, 이런 재밌는 시도 있습니다. 어릴 적 생각해보면, 친구놈 중에 고추(?)를 열심히 그리던 애가 있었는데, 그게 생각났어요. 어딜가나 비슷하군요.
정말 감탄한 시입니다. 평화로운 것 같아도 주변엔 항상 천적이 있죠. 그게 사람이든, 환경이든. 그래서 인간만사 새옹지마란 사자성어도 있는 거겠죠. 기쁨이 찾아와도 너무 좋아하지 말고, 슬픔이 와도 다 지나가기 마련이니 너무 슬퍼말자고요.
우리는 눈이 있지만 세상을 흘려봅니다. 분명히 같은 길을 매번 다녀도 못 봤던 것들이 많아요. 길은 익숙하지만, 집 앞에 무슨 꽃이 피는지, 몇 송이가 피는지, 향기는 어떤지, 먹을 수는 있는지 등등..
들여다보는 힘, 관찰하는 힘을 길러야 글도 풍성하게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꼭 글이 아니더라도 생각이 건강하게 살찌니 감성이 풍요로워지는 것 같아요.
생명 앞에서 자본주의니, 사회주의니 이념 싸움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닙니다. 이념 싸움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원망스러울 뿐이죠.
사람은 공평하게 태어나지 않습니다. 재벌가 자식으로 태어날수도, 고아로 태어날수도 있어요. 니체의 용어 중 '아모르파티(amor fati)'라는 게 있잖아요. 필연적인 운명을 긍정하고 감수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것을 사랑하는 것이 인간의 위대함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상. 자기 운명을 사랑하는 태도.
급한 물에 떠내려가다가 우연히 닿은 곳에서, 거기서 시작하라는 것. 참 절실하고 아름답게 느껴져서 제일 감동한 시네요. 여기서 포스팅한 시 말고도 좋은 시가 많이 있습니다. 멋진 생각을 8천원에 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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