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요양소
<개밥바라기별> - 황석영 본문
요즘 드는 생각들이 있다. 여기에 글을 길게 쓴다고 누가 읽어줄까.하는 생각. 나도 책을 좋아하고, 글을 좋아하지만, 남의 블로그에 가서 길다 싶으면 끝까지 읽지 않는다. 어쩌다 흥미가 붙는 글을 만나면 다 읽게되지만.
그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책이나, 신문에 오피니언 등을 읽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건지. 참 나도 재수없다. 그래서 이제는 스스로 취해 길게 쓰는 글을 지양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형식에 맞춰 쓰기보다는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써야겠다. 자꾸 내 블로그를 남들 시선에 맞추려 하다보니, 블로그에 올리는 게 부담이 된다.
그 이름도 유명한 황석영 작가의 '개밥바라기별'을 읽었다. 난 소설을 안 좋아함에도 불구, 이 소설이 끌려서 샀다. 유튜브에서 이 소설에 대한 출판간담회 같은 걸 하는 영상을 봤다. 황석영 작가의 생각이나 이 소설의 주제가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것 같아서 구입하게 됐다.
이 소설을 한 번 읽고, 기억이 잘 안 나서 다시 읽었다. 주의를 기울이고 집중해서 반쯤 읽다가 내려놨다. 이 소설이 무엇을 얘기하려는지는 이미 이해가 돼서, 중간 세세한 부분을 집중하고 다시 읽는 게 좀 쑤셨다.
10대 중반에서 20대 초반까지의 성장 소설인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20대 후반까지도 해당되는 것 같다. 내가 무엇을 해야겠다는 고민없이 대학을 가고, 좋은 학점을 받고, 취직을 했는데, 원하는 게 아니었다는 느낌. 또는 방황하며 좋아하거나 잘하는 일을 찾겠다는 현실과 이상사이의 괴리감. 그것과의 싸움.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 이 책에선 해답을 주진 않는다. 단지,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그래서 위안이 되지만, 가슴 떨리는 일을 찾는 과정이 괴롭고 불안하다는 것. 이러다 나이 더 차서, 회사에 신입으로라도 못 들어가고, 이것저것 팠다는 이유로 변덕쟁이라며 외면 받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고.
정말, 어른들 말대로 사는 게 다 그런 건가. 생각해보면 이런 말을 해주는 어른들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평범함도 위대하지만, 자아 실현에 대한 욕구보다는 너무나도 현실적이어서 조금 거북했다. 그래도 난 젊은데, 젊은 사람에게 그저 돈벌이나 하며 살라니. 내가 철없는 건가.
사람은 씨팔…… 누구든지 오늘을 사는 거야. 거기 씨팔은 왜 붙여요? 내가 물으면 그는 한바탕 웃으며 말했다. 신나니까…… 그냥 말하면 맨숭맨숭하잖아. 고해 같은 세상살이도 오롯이 자기의 것이며 남에게 줄 수 없다는 것이다. -257쪽
씨팔 거리는 대위 장씨는 멧새처럼 자유로운 사람이다. 그에게는 산다는 게 두렵거나 고생스러운 게 아니고 삶을 직면한다. 나도 이렇게 살아야지. 내 좌우명인 눈 앞에 하나만 충실하는 개처럼 살아야지.
뭘 하러 흐리멍텅하게 살겠냐? 죽지 못해 일하고 간신히 입에 풀칠이나 하며 살 바엔, 고생두 신나게 해야 사는 보람이 있잖어. -259쪽
좋은 말이다.. 하지만 고생을 신나게 할 수 있는가. 20대 중반까진 고생에 대해 자양분이라 생각했는데.. 고생 그만하고 싶다. 누구나 다 그렇지 않나. 항상 강한 소리만 해야 철이 든 건가하는 의문이 든다.
물론 삶에는 실망과 환멸이 더 많을 수도 있지만, 하고픈 일을 신나게 해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태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때려치운다고 해서 너를 비난하는 어른들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거다. 그들은 네가 다른 어떤 일을 더 잘하게 될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 285쪽 작가의 말
생각보다 길어졌네. 나도 참 징글징글하다. 늦기 전에 다 해보자. 지금 내겐 성공보다는 후회하지 않는 삶이 더 중요하다.
'책 사유 > 소설n시n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 <변신.시골의사> - 프란츠 카프카 (0) | 2014.09.28 |
---|---|
<김수영 전집 1 - 시> - 김수영 (0) | 2014.08.04 |
<순간의 꽃> - 고은 (8) | 2014.05.28 |
<데미안> - 헤르만 헤세 (11) | 2013.05.11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사전> - 베르나르 베르베르 (1) | 2013.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