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요양소

<개밥바라기별> - 황석영 본문

책 사유/소설n시n희곡

<개밥바라기별> - 황석영

온화수 2014. 7. 6. 17:20

요즘 드는 생각들이 있다. 여기에 글을 길게 쓴다고 누가 읽어줄까.하는 생각. 나도 책을 좋아하고, 글을 좋아하지만, 남의 블로그에 가서 길다 싶으면 끝까지 읽지 않는다. 어쩌다 흥미가 붙는 글을 만나면 다 읽게되지만.


그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책이나, 신문에 오피니언 등을 읽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건지. 참 나도 재수없다. 그래서 이제는 스스로 취해 길게 쓰는 글을 지양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형식에 맞춰 쓰기보다는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써야겠다. 자꾸 내 블로그를 남들 시선에 맞추려 하다보니, 블로그에 올리는 게 부담이 된다.



그 이름도 유명한 황석영 작가의 '개밥바라기별'을 읽었다. 난 소설을 안 좋아함에도 불구, 이 소설이 끌려서 샀다. 유튜브에서 이 소설에 대한 출판간담회 같은 걸 하는 영상을 봤다. 황석영 작가의 생각이나 이 소설의 주제가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것 같아서 구입하게 됐다.


이 소설을 한 번 읽고, 기억이 잘 안 나서 다시 읽었다. 주의를 기울이고 집중해서 반쯤 읽다가 내려놨다. 이 소설이 무엇을 얘기하려는지는 이미 이해가 돼서, 중간 세세한 부분을 집중하고 다시 읽는 게 좀 쑤셨다.


10대 중반에서 20대 초반까지의 성장 소설인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20대 후반까지도 해당되는 것 같다. 내가 무엇을 해야겠다는 고민없이 대학을 가고, 좋은 학점을 받고, 취직을 했는데, 원하는 게 아니었다는 느낌. 또는 방황하며 좋아하거나 잘하는 일을 찾겠다는 현실과 이상사이의 괴리감. 그것과의 싸움.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 이 책에선 해답을 주진 않는다. 단지,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그래서 위안이 되지만, 가슴 떨리는 일을 찾는 과정이 괴롭고 불안하다는 것. 이러다 나이 더 차서, 회사에 신입으로라도 못 들어가고, 이것저것 팠다는 이유로 변덕쟁이라며 외면 받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고.


정말, 어른들 말대로 사는 게 다 그런 건가. 생각해보면 이런 말을 해주는 어른들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평범함도 위대하지만, 자아 실현에 대한 욕구보다는 너무나도 현실적이어서 조금 거북했다. 그래도 난 젊은데, 젊은 사람에게 그저 돈벌이나 하며 살라니. 내가 철없는 건가.



사람은 씨팔…… 누구든지 오늘을 사는 거야. 거기 씨팔은 왜 붙여요? 내가 물으면 그는 한바탕 웃으며 말했다. 신나니까…… 그냥 말하면 맨숭맨숭하잖아. 고해 같은 세상살이도 오롯이 자기의 것이며 남에게 줄 수 없다는 것이다. -257쪽 


씨팔 거리는 대위 장씨는 멧새처럼 자유로운 사람이다. 그에게는 산다는 게 두렵거나 고생스러운 게 아니고 삶을 직면한다. 나도 이렇게 살아야지. 내 좌우명인 눈 앞에 하나만 충실하는 개처럼 살아야지. 



뭘 하러 흐리멍텅하게 살겠냐? 죽지 못해 일하고 간신히 입에 풀칠이나 하며 살 바엔, 고생두 신나게 해야 사는 보람이 있잖어. -259쪽 


좋은 말이다.. 하지만 고생을 신나게 할 수 있는가. 20대 중반까진 고생에 대해 자양분이라 생각했는데.. 고생 그만하고 싶다. 누구나 다 그렇지 않나. 항상 강한 소리만 해야 철이 든 건가하는 의문이 든다. 



물론 삶에는 실망과 환멸이 더 많을 수도 있지만, 하고픈 일을 신나게 해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태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때려치운다고 해서 너를 비난하는 어른들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거다. 그들은 네가 다른 어떤 일을 더 잘하게 될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 285쪽 작가의 말 


생각보다 길어졌네. 나도 참 징글징글하다. 늦기 전에 다 해보자. 지금 내겐 성공보다는 후회하지 않는 삶이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