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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 헤르만 헤세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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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 헤르만 헤세

온화수 2013. 5. 11. 18:08

제가 읽는 속도가 느린 편인데 이 책은 꽤 빨리 읽었습니다. 많은 부분을 공감해서 그런지 책 첫 장부터 단 번에 빠져들었습니다. 어쩌면 이 헤르만 헤세에게 호불호가 갈리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랄까. 표현 방법이 다소 우중충하고 냉소적이거든요. 이 책은 지인에게 받았는데 이와 같은 연유로 자기는 나중에 읽겠다는군요.


이 책의 저자인 헤르만 헤세는 1877년 7월 2일 독일 뷔르템베르크 주의 작은 도시 칼프에서 선교사인 요하네스 헤세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열네 살이던 1891년 마울브론 신학교에 입학했으나 '시인 외에는 아무 것도 되지 않겠다'고 결심하며 자퇴, 자살 시도를 하는 등 방황기를 보냅니다. 이듬해 칸슈타트 인문고등학교에 입학했으나 퇴학당하고 시계 공장 견습공을 거쳐 튀빙겐에서 서점 점원으로 일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1899년 처녀시집 <낭만의 노래>를 시작으로 소설 <페터 카멘친트>(1904)를 출간하여 문단의 주목을 끌었습니다. 1904년 아홉 살 연상의 피아니스트 마리아 베르누이와 결혼했고, <수레바퀴 아래서>(1906) 등을 발표하며 작가로서 입지도 굳혔습니다.     


 

헤르만 헤세는 이 책에서 가명인 '싱클레어'로 나옵니다. 그 이유는 1914년 제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포로구호 사업에 참여하면서 전쟁을 비판하는 글을 발표했습니다. 그로 인해 독일정부와 문단으로부터 매국노라고 공격을 받게 됐습니다. 그 뒤 아버지의 죽음, 아내와 막내아들의 병, 자신마저 신경쇠약에 시달리는 등 위기를 맞았고, 카를 쿠스타프 융의 제자인 정신분석의 랑 박사에게 심리치료를 받게 됩니다. 이 영향으로 이전과는 다른 스타일의 작품을 쓰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바로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처음 출간한 <데미안>(1919)인 것이죠.


이후 <싯다르타>(1922), <황야의 이리>(1927), <나르치스와 골드문트>(1930), <유리알 유희>(1934) 같은 대표작을 발표했고 1946년 노벨 문학상과 괴테상을 수상했습니다. 1962년 8월 9일, 40여 년을 살았던 스위스 몬타뇰라에서 85세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주인공인 싱클레어는 모범적인 가정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싱클레어는 어렸을 적부터 두 가지 세계를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한 세계는 부모님의 사랑과 질서와 같은 아름다운 밝은 세계이고 남은 한 세계는 담배와 술, 살인과 자살 등과 같은 어두운 세계입니다.  


하지만 이 소년은 불량스러운 '프란츠 크로머'라는 친구를 만나게 되면서 어두운 세계를 접합니다. 친구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 거짓말을 하게 됐고, 그것을 크로머에게 약점 잡히면서 괴롭힘을 당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많은 고민을 할 때, 구세주 같은 '데미안'이라는 친구를 만나게 됩니다.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통해서 카인과 아벨에 대해 새로운 해석으로 선과 악을 생각하게 되고, 데미안은 크로머를 만나 싱클레어의 올가미를 풀어줍니다.



그 이후로 크로머에게서의 괴롭힘은 벗어 났지만 여전히 싱클레어는 자기 자신 속 두 세계의 갈등을 겪게 됩니다. 어느 날 '알폰스 베크'라는 친구를 만나게 되는데, 그런 싱클레어를 술집으로 유혹합니다. 그는 베크와 함께 카인과 아벨 신화의 이중성, 성의 금욕주의, 연애 감정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음 날, 두통과 구역질과 미칠 것만 같은 갈증 속에서 밝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로 인해 스스로 환멸을 느끼지만 그 이후에 패거리에 들어 술집에 계속 들락거리며 타락해갑니다. 이맘 때쯤, 크로머 사건 이후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데미안은 싱클레어의 타락한 모습에 우려를 나타내고 데미안은 다시금 많은 갈등으로 괴로워합니다. 



어느 날, 봄날 공원에서 아름다운 소녀를 만납니다. 스스로 '베아트리체'라는 이름을 붙이고 좋아하게 되면서, 어둡고 흉한 자신의 모습을 바꿔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기억만으로 그녀의 초상화를 계속 그리는데, 그럴수록 길에서 가끔 만나던 그녀의 얼굴은 희미해지고 자기 마음이 이끄는 데로 그리게 됩니다. 오랜 시간 지나서야 싱클레어는 깨닫습니다. 점점 데미안을 닮아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어느새 데미안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싱클레어는 데미안과의 추억을 뒤쫓으며 여러 장면을 떠올립니다. 그과 관련된 각별한 기억을 통해 새를 그려 데미안에게 그 그림을 부칩니다. 그림에는 아무 말도, 자기 이름 조차 적지 않고 말입니다. 그리고 데미안에게서 온 편지라는 확신을 하게 되는 종잇조각이 책상에 놓입니다. 그 내용은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이다.' 였습니다. 아프락사스는 빛과 어두움의 공존, 선신이면서 동시에 악신이라는 것을 싱클레어는 알게 됩니다.



싱클레어는 오르간 소리에 이끌려 어느 교회로 들어갑니다. 그 곳에서 연주자 피스토리우스를 만나 아프락사스에 대한 공감을 느끼고 아프락사스에 대한 가르침도 받게 됩니다. 그는 정신을 이끌어 줄 지도자와 같은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그는 데미안을 길에서 다시 만납니다. 데미안의 어머니와 함께 있는데 싱클레어는 데미안의 어머니인 에바부인을 보고 자신의 내부에 존재하고 있는 여인상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녀는 싱클레어에게 꿈, 운명, 탄생의 괴로움을 알려줍니다. 싱클레어는 그녀에게 정신적인 사랑과 육체적인 사랑을 같이 느끼지만 정신적인 사랑으로 여깁니다.



전쟁이 발발하고 데미안과 싱클레어는 함께 참전합니다. 싱클레어는 부상을 당하고 야전병원으로 옮겨지게 되는데, 옆을 보니 데미안이 누워있었습니다. 데미안은 언젠가 자신이 필요하게 되면 싱클레어 스스로 내면에 귀를 기울이라 말하고 어머니의 키스를 대신 전하게 됩니다. 다음 날 아침 데미안은 옆에 없고 싱클레어는 자신 내면으로 들어가 친구이며 인도자인 데미안과 같은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싱클레어는 영혼의 친구인 데미안을 만나게 되면서 방황을 끝맺게 되는데요. 제가 청소년기에 읽었더라면 많은 위안을 얻었을 것 같습니다. 안온한 세계에서 더욱이 성장하려면 그 알을 깨고 나와야한다는 것을 통해서요. 당연한 소리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청소년기에는 어쩔 줄 몰라했거든요. 싱클레어의 진정성 있는 생각과 많은 고민을 통해 이야기해주니 매우 간절합니다.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가슴으로는 와닿지 않았던 것들. 말로 설명하지 못할 작지만 강한 것들이 하나로 뭉쳐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저도 성인이지만, 이 책을 읽고보니 부끄러운 게 많네요. 가까운 주변에 데미안이 있고, 아프락사스를 추구하는 이가 있어 다행입니다. 데미안이 왜 필독서인지 알게 됐습니다. 지금이라면, 성인이라면 어떻게 살아내야할지 이 책안에 열쇠가 들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