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요양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 <변신.시골의사> - 프란츠 카프카 본문
주인공인 그레고르 잠자(이하 그레고르)는 자고 일어나니 벌레로 변해있다. 본인도 당황스럽고 회사에 갈 시간도 지나서 몸을 빨리 일으켜보려 하지만 쉽지가 않다. 어떻게 일어나고 걸어야 할지도 막막하다. 그레고르가 출근 시간이 지나서도 회사에 오지 않자, 사장님의 지배인이 그레고르의 집에 찾아온다.
지배인은 그레고르의 아버지와 어머니, 누이동생과 함께 잠겨있는 그레고르의 방 문 앞에서 그레고르를 설득한다. 어머니는 그레고르만큼 착실한 아이가 없다고, 분명 어딘가 아플 거라고, 그래서 지금 나오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배인에게 호소한다. 그레고르는 지배인에게 지금 잠시 몸이 불편해서 못 나가고 있는 거라며 회사로 가 계시면 곧 가겠다고 설득한다. 하지만 지배인은 강고하고 결국 그레고르는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결국 방 문을 열게 된다.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한 모습을 보자, 지배인과 가족들은 모두 놀라고 지배인은 달아난다. 그레고르는 지배인을 타이르러 따라나서지만, 아버지가 그레고르를 제지한다. 그렇게 그레고르는 자기의 방 안에서 외부의 눈길을 차단 당한 채 지내게 된다.
아버지는 그레고르를 적대시하고, 어머니와 누이동생은 아직 그레고르의 편이다. 어머니는 심약하셔서 누이동생이 대신 그레고르에게 식사를 주는데, 한 달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못한다. 오빠라고는 부르지만, 깜짝깜짝 놀란다. 누이동생은 갈수록 불안해져 갔으며, 그레고르는 그런 모습들을 보며 자기를 보는 것에 견딜 수 없고 앞으로도 견딜 수 없으리라는 일임이 틀림없음을 깨닫는다.
누이동생은 점점 그레고르에게서 멀어져 간다. 처음에는 그레고르가 방 안을 기어 다니는데, 불편함을 느낄까, 가구들을 조금 치운다. 하지만 어느 날 어머니에게 오빠(그레고르)의 방 안을 모두 치우자며 권한다. 어머니는 그런 텅 빈 방은 그레고르에게 버림받은 느낌이 들겠지 않느냐며 반대한다. 그러나 누이동생은 결심을 꺾지 않았고, 필요한 장의자만 빼고 치우는데 어머니는 돕게 된다.
그레고르는 자신의 추억이 서려 있는 방의 물건들을 옮기는 게 원망스럽기도 해서, 아끼는 그림만은 내어주지 않겠다며 액자 위에 앉는다. 어머니는 그레고르의 모습을 보고 기절 한다. 곧이어 아버지가 오시고 누이동생은 일방적으로 상황을 전한다. 그레고르가 엄청난 폭력이라도 행사한 것처럼 말이다.
결국, 아버지는 식탁 위에 있던 사과를 주머니에 가득 채워서 그레고르에게 마구 던진다. 그레고르의 등에 호되게 사과가 들어박혔다. 어머니는 실신 상태에서 막 깼기 때문에 아버지에게 빈다. 그레고르의 목숨만은 보전해 달라며.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서로의 고된 생활로 지긋지긋해진다. 그래도 가정부가 들어오면서 그레고르에게 소홀히되지는 않는다. 이제는 방 하나를 세 하숙인에게 내놓았는데, 그들은 바이올린을 켜는 누이동생의 연주를 듣고 싶다고 청한다. 아버지는 악보대를, 어머니는 악보를, 누이동생은 바이올린을 들고 온다. 연주가 시작 되고, 옅보고 있던 그레고르는 연주에 매료된다. 반면, 하숙인들은 연주를 해달라고 해놓고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레고르는 그런 모습에 화가 나고, 누이동생의 치마를 당기고 나만이 들을 만한 자격이 있다며 암시를 해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런 찰나에, 하숙인들은 그레고르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하숙인들은 흥분하기 보다 오히려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버지는 더 놀라서 하숙인들을 그들 방으로 밀어넣는다.
결국, 하숙인들은 머무른 기간에 대해서 조금도 돈을 내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온 가족은 시무룩해지고 누이동생은 더 이상 저 괴물을 오빠라고 부르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레고르는 방으로 겨우 돌아갔으며 허약해져 있었다.
이른 아침 가정부는 빗자루로 그레고르를 간지러보기도 하고 찔러보기도 하지만 반응이 없다. 그레고르는 결국 죽는다. 아버지는 하숙인들과 가정부를 집에서 내보내고 작은 집으로 이사를 한다. 아버지, 어머니, 누이동생은 조촐하지만 직장도 있고 그레고르의 존재는 일찌감치 잊은 채 만족하며 살게 된다.
그레고르의 집은 아버지 사업 실패로 형편이 어려워졌다. 그로 인해 아들인 그레고르가 생계를 떠맡고 일에 몰두한다. 점원 보조원에서 외판사원으로 진급했고 돈도 많이 벌게 된다. 식구들은 돈을 감사하게 받았고, 특별한 따뜻함은 더 이상 우러나지 않는다. 다만 누이동생만은 그레고르의 마음을 떠나지 않았고, 자기와는 달리 음악을 몹시 사랑하고 감동적으로 바이올린을 켤 줄 아는 누이동생을, 돈이 많이 들겠지만 음악학교에 보내는 게 소망이었다.
그런 그레고르가 하루아침에 벌레가 되고, 가족들은 외면한다. 흔히 말하는 '밥벌레'가 된 것이다. 여기서 가족의 의미와 사랑에 대해서 생각 안 해볼 수 없다. 우리는 바닥까지 갔을 때 서로를 사랑할 수 있는가? 외면하지 않을 수 있는가? 돈 많았던 배우자가 갑자기 직장을 잃고 집 전체가 흔들린다면 사랑할 수 있을까? 치매 가족이 있다면 빨리 죽기를 바라지 않는가?
진짜 사랑이 존재할까. 우리는 자신까지도 속이며 사는지도 모르겠다. 늙어 외로우니 의지하는 거 말고, 그 사람이 바닥을 쳤을 때 내 생계까지도 위협이 올 때, 사랑할 수 있는가 묻고 싶다. 생각만으론 대답하기 쉽다. 그 상황에 직면한다면 자신은 없다. "난 널 적당히 사랑해"라고 말하는 게 서로 죽고 못 살 때야 상처지만, 마음이 변할 때를 위해 저렇게 말하는 게 솔직하지 않나. 사랑은 솔직하지 않아서 아름다운 거겠지만.
그가 자기의 방을 아주 비울 것을 진정으로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달리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무리 사방으로 방해를 받지 않고 다닐 수 있다해도 정말로 그가 대를 물려온 가구들로 아늑하게 꾸며진 이 따뜻한 방이 그의 사람으로서의 과거를 동시에, 재빨리, 모조리 잊어버리면서 기어다닐 동굴로 변하도록 내버려두고 싶겠는가? 벌써 잊어버릴 때가 다가왔단 말인가, 아니면 다만 오래 듣지 못했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그의 마음을 뒤흔들어놓았는가. 아무것도 치워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이 그대로 있어야 한다. 가구들이 자기 상태에 미치는 좋은 효과들을 그는 포기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가구가 이 의미없이 기어 돌아다니는 일을 하는데 장애가 된다면, 그건 손해될 일이 아니라 오히려 큰 장점인 것을. - 47P
「 아버지 어머니」 하고 누이동생이 서두를 떼며 손으로 탁자를 쳤다. 「 이렇게 계속 지낼 수는 없어요. 아버지 어머니께서 혹시 알아차리지 못하셨대도 저는 알아차렸어요. 저는 이 괴물 앞에서 내 오빠의 이름을 입 밖에 내지 않겠어요. 그냥 우리는 이것에서 벗어나도록 애써봐야 한다는 것만 말하겠어요. 우리는 이것을 돌보고, 참아내기 위해 사람으로서 할 도리는 다해봤어요, 그 누구도 우리를 눈곱만큼이라도 비난하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해요.」 -69P
「 내보내야 해요 」 누이동생이 소리쳤다. 「 그게 유일한 방법이에요, 아버지. 이게 오빠라는 생각을 버리셔야 해요. 우리가 이렇게 오래 그렇게 믿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진짜 불행이에요. 그런데 도대체 이게 어떻게 오빠일 수가 있지요? 만약 이게 오빠였더라면, 사람이 이런 동물과 함께 살 수는 없다는 것을 진작에 알아차리고 자기 발로 떠났을 테지요. 그랬더라면 오빠는 없더라도 계속 살아가며 명예롭게 그에 대한 기억을 간직할 수 있을 거에요. 그런데 이렇게 이 동물은 우리를 박해하고, 하숙인들을 쫓아내고, 분명 집을 독차지하여 우리로 하여금 골목길에서 밤을 지새게 하려는 거에요.」 -70~7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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