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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 유시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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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 유시민

온화수 2014. 5. 27. 17:17

제목에도 말했듯이 삶에 대해 막막함을 느끼고 있다면 한 번 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크게 기대하시진 마시고 이런 생각을 하고, 그저 내 삶에 빗대어 느끼는 정도면 구입할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앞 쪽에서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일'이 아니라, '놀이'를 앞자리에 두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그래, 그거 누가 몰라서 그러나 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저도 그랬지만, 계속 읽어봤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장관까지 지낸 유시민씨 조차도 크라잉넛을 예를 들며 그들의 삶의 방식을 부러워하는 게 느껴졌습니다. 자신은 그러지 못했기에,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할 일을 했다면서요. 그래서 정치판을 벗어나 이제야 정말 하고 싶었던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크라잉넛 멤버들은 인생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을 물질이나 지위, 사회 통념이나 타인의 시선, 어떤 이념이나 명분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두었다. 마음이 내는 소리를 귀 기울여 들으면서 행복한 삶을 스스로 설계했다. 그리고 그 삶을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밀고나갔다. 주눅 들지 않고 세상과 부딪쳤다. -28P

  크라잉넛은 좋아하는 놀이를 직업으로 삼았습니다. 그들의 인생이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놀이를 통해 돈을 버니 반은 성공한 거 아니냐며 유시민은 말합니다. 


물론,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모두가 좋아하는 일을, 평소하던 취미를 직업으로 삼기엔 각자의 사정이 있습니다. 그러기에 크라잉넛이란 그룹에게 더더욱 부러움을 느끼게 되고, 제 삶을 되돌아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크라잉넛이란 그룹도 매번 즐거울 수가 없겠죠. 제가 좋아하는 KBS 축구 해설위원인 한준희씨가 한 말이 생각납니다. 자기는 축구가 취미였으면 좋겠다고, 일이 돼버려서 좋아하던 게 싫어졌다고요. 좋아하던 게 싫어진 기분은 어떨까요. 그래도 저들이 부러운 건 사실입니다. 대부분 자기 일이 원치 않아도 생계를 위해, 스스로 마인드컨트롤 하잖아요. 얘기가 너무 셌네요. ㅎㅎ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이라는 임상심리학자가 수많은 관찰과 상담 사례에서 얻은 결론과 일치한다. 삶의 '위대한 세 영역'은 사랑, 일, 놀이이다. 이것은 당위가 아니다. 이 셋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게 아니다. 사람들이 실제 이 셋으로 삶을 채우며, 여기에서 살아가는 의미를 찾는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위대한 세 영역'이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셀리그만의 견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이 셋 말고도 '연대(solidarity,聯帶)'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이것도 사랑의 표현 형식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쓰는 사랑과는 의미가 다르다. 좁게 보면 연대란 동일한 가치관과 목표를 가진 누군가와 손잡는 것이다. 넓게 보면 기쁨과 슬픔, 환희와 고통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삼아 어디엔가 함께 속해 있다는 느낌을 나누면서 서로 돕는 것을 의미한다. -61P

  일을 잘하는 사람은 즐기는 게 눈에 보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그렇지 않은 일보다 수월하잖아요. 노벨수상작가 알베르 카뮈에게 정치투쟁, 글쓰기, 연극 연출 이것들이 일이자 놀이였다고 합니다.


또한, 카뮈는 결혼했음에도 다른 여인들을 사랑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고. 아내를 사랑하지만 결혼이라는 제도를 공공연하게 반대했다네요. 물론 그가 옳다는 건 아니지만 이름을 남긴 사람들은 평범하지만은 않네요. 그들은 즐길 수 있는 일을 했고, 사랑을 했다는 것만을 기억하면 될 듯합니다. 



세상에 대해서, 타인에 대해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그리고 내 자신에 대해서도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이다. 나는 좋은 세상을 원하지만 그 소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세상을 저주하지는 않는다. 좋은 사람들을 사랑하지만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사랑을 믿지는 않는다. 내 생각이 옳다고 확신하는 경우에도 모두가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내가 하는 일들은 의미가 있다고 믿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임을 인정한다. 삶이 사랑과 환희와 성취감으로 채워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좌절과 슬픔, 상실과 이별 역시 피할 수 없는 삶의 한 요소임을 받아들인다. -89P

세상을 살다보면 좋은 일만 있을 순 없잖아요. 그런 세상에 대해 가져야 하는 삶의 태도, 유시민만의 비법을 귀띔합니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거리감'입니다. 위 내용을 읽어보면 이해가 가실 겁니다. 세상에 대해서 일정한 간격을 유지는 것이죠.


사실 비법이라하기에 실망스럽긴 합니다. 저는 이미 저렇게 행동하고 살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저렇게 살고있는 제 자신이 문뜩, 허무주의자인 것 같은 거에요. 내 욕심도 차리고 가끔은 내 생각을 알아주지 않냐며 권하기도 해보고, 그래야 살아남는 세상 같다고 느껴서요. 저만 이렇게 많은 고민을 하나 싶기도 하고. 참 복잡합니다.


위에서 말하는 태도를 가지는 게 비교적 올바르다고 생각되지만, 욕심없는 사람에겐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생각입니다. 제가 그렇거든요. 이런 태도를 전 조금은 줄여야할 것 같아요.



'나는 어떤 사람일까? 도대체 왜 이렇게 살아온 것일까? 계속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 걸까? 긴 시간 내 자신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누구를 사랑하는지 잘 안다. 내 삶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할 수 있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 나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한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든다. 내 스스로 선택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내 선택이 아니었던 것이 있을까 생각해본다. 분명하지가 않다. 나는 종종 내가 나를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무엇인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몸이 거부할 때가 있고, 다르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렇게 할 수 없을 때가 있다. -107~108P

유시민은 '운동(movement)'에서 도망치고 싶었다고 합니다. 학생운동에서 청년운동, 노동운동, 시민운동, 정치운동까지 몸과 마음이 자유로운 때가 없었다고. '하고 싶다'는 욕망보다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이끌려 갔다고. 약자의 정당한 요구를 다 들어주지 못하는 현실에 미안하고 괴로웠다고. 그래서 다 놓고 도망쳐 숨어버리고 싶었다고요.


제 삶을 되돌아보면 오롯이 제가 한 결정이라도 생각했던 것들이 돌이켜보면 아니었던 것들이 많았습니다. 내가 처한 상황, 주변의 기대, 사회 분위기를 보고 판단했던 것 같아요. 그런 거 없이 결정한다면 다른 걸 택했겠죠. 결과가 그렇다고 좋게 되리란 법은 없지만요.


제 욕망 자체의 순수한 결정을 했다면, 제 몸과 정신은 즐거우나, 돈이라는 것 때문에 후회할지도 모를 일이죠. 제가 힘들면 그때 어른들 말씀 들을 걸 하면서 넋두리를 쏟아낼지도. 그래도 이런 걸 이겨내고도 좋아하는 게 있다면 해야겠죠. 전 그걸 잘 모르겠습니다.


더 쓰고 싶지만, 저자에게 출판사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습니다. 사실 길면 보시는 분들도 읽을 것 같지도 않고, 저도 지금 피곤하고 2시간 반을 달려 집에 가야해서요. 급하게 쓰느라 내용이 무슨 소리하나 싶으셨겠지만, 그냥 제 블로그니 쓰고 싶은 대로 쓸래요.

이것저것 신경 다 쓰면 이런 간단한 글 쓰는 것도 무겁게 다가와서 아예 시도하기도 싫어지더라고요. 아무튼 볼만한 책입니다. 다소 정치적이라 관심 없으신 분들은 비추합니다. 스타벅스 카페모카 톨 사이즈 3잔이면 살 수 있는 가격입니다. 관심 있으시면 책에 된장질 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