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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 사이토 다카시 지음┃김효진 옮김 본문

책 사유/인문학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 사이토 다카시 지음┃김효진 옮김

온화수 2016. 2. 8. 15:57

오랜만에 흥미로운 책을 발견했다. 느낌부터 말하자면 작년과 올해 읽었던 책 중에 최고의 책이 아닌가 생각. 내 기준으로. 


책을 좋아하고, 책에서 위안을 얻는 사람으로서, 안심과 용기를 주는 책이랄까. 계속 책을 믿고 삶을 쟁취하라!와 같은, 독서에 열정을 다시금 불러일으켜준 책이다.


"혹시 지금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내심 독서는 귀찮고 괴로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것은 제대로 된 독서의 기술을 모르기 때문이다.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한다거나 내용이 어려운 책일수록 좋은 책이라는 등의 책과 독서에 관한 수많은 편견과 압박에서 벗어나라."

그렇다. 내가 좋은 책을 읽자. 베스트셀러, 고전을 굳이 애써 읽으려고 하지 말자. 만화책이 좋다면 그걸 읽자. 끝까지 읽지 않아도 된다. 지루하다면 덮고 마음이 가는 다른 책을 고르자. 



"현대 경영학을 창시한 피터 드러커는 취업과 동시에 대학에 진학했지만 학교는 한 번도 나가지 않고 오로지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면서 공부를 했다고 한다. 당시는 강의에 출석하지 않아도 졸업 시험만 치르면 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일하고 있던 사무실 맞은편에 있는 공립도서관에 가 독일어, 영어 책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읽었다. 훗날 자신의 책 『피터 드러커: 나의 이력서』에서 '나는 도서관에서 진짜 대학 교육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할 정도다. 이때부터 시작된 공부는 평생 이어졌다. 3년이나 4년마다 통계학, 중세 역사, 일본 미술, 경제학 등등 분야를 가리지 않았고,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셰익스피어 전집을 천천히 주의 깊게 읽기', '발자크의 『인간희극』 시리즈 읽기'등등 목표를 세워 가며 꾸준히 책을 읽었다."

공부라는 건 스스로 하는 것이다. 시험이 목적이 되어버리는 공부는 흥미를 잃는다. 그리곤 암기를 하려 하고, 시험이 끝나면 쳐다보기도 싫어진다. 한국이 학력으로 결정되는 분위기가 아니라면,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는 게 훨씬 공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니, 시험에 적당히 매몰되면서, 틈나는 대로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해야 한다. 그래야 일에 매몰되는 한국이란 나라에서 통찰력을 겨우 키운다.


통찰력을 키우지 않으면 사람을 관리하고 일을 주도해야 하는 자리에 올랐을 때, 무능력해질 가능성이 높다.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잘 모르겠고 막연한 미래가 두렵다며 내 연구실 문을 두드리는 청년들이 있다. 내가 나이도 많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또래들을 가르치고 있으니 뭔가 특별한 조언을 해 줄 거라 기대하는 모양이다. 그렇지만 나 역시 '나를 찾는 법' 같은 것은 모른다.


대신 나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읽은 책에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힌트가 담겨 있을 테니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을 한 번 점검해 보라고 말해 준다. 그 안에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가치관에 동의했는지 어떤 모습의 삶에 흥미를 느꼈는지가 모두 담겨 있으니 말이다. 만약 읽은 책이 몇 권 없어서 본인조차 우물쭈물하고 있다면 이제부터 책을 읽으면서 찾아가면 된다."

나도 꽤 방황을 했다. 목표도 없었다. 책을 읽기 전까진. TV나 인터넷에선 어려서부터 자기 재능이 차고 넘치는 애들을 보며, 그저 부럽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누구나 자신에게 재능이 있다는 걸 믿게 되었고, 자꾸 찾으려 생각하고 노력해왔다. 금방 찾아지진 않았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는 건 평범한 누구도 자신의 재능을 언젠가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의 우리에게 무슨 가르침을 준다는 것인지 언뜻 수긍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지금 유의미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언제 그 옛날 책들을 보겠느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남았다는 것은 그만큼 시간과 공간의 변화에도 변하지 않는 본질을 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리 문명이 발전하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급격히 달라졌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과 인간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경험할 수밖에 없는 삶의 요소들이 있다. 예를 들면 삶과 죽음, 사랑, 증오, 선과 악, 쾌락, 고통, 도덕, 공동체 등이 그렇다."

고전에 대한 얘기다. 고전을 억지로 읽으라는 건 아니다. 고전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나도 고전 문학을 읽으려 기웃거렸지만, 제대로 몰입해서 읽은 건 몇 권 안 된다. 나도 어렵다. 


고전보다 쉽고 끌리는 책들을 읽기 시작해서 독서에 흥미가 붙으면, 좋아하는 저자가 생기고, 그의 가치관에 동의하고, 그가 추천하는 책들을 읽다보면, 결국 고전이 나오게 된다. 


나 같은 경우, 처음에 EBS 라디오에서 하던 '고전 읽기'를 듣고 나서 고전에 입문 했다. 음악이 깔리면서 진행자분들이 대화로 연극하듯이 주고 받으니 어려운 고전이 보다 쉽게 다가왔고, 몰입하게 만들었다.


결국 고전에 몰입하게 되는 수준에 이르면 고전을 읽으라는 것이다. 다짜고짜 고전부터 들이대면 독서에 흥미 없어지고 이게 한글인지 외국어인지 분간이 안 가 포기하게 된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나,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에게나 책과 독서에 대해 편견을 없애주는 최고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