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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적 상상력이란?

온화수 2016. 8. 31. 02:06

현대인들은 자신의 사생활이 일련의 올가미에 걸려 있다는 느낌을 자주 갖는다. 그들은 자신의 일상 세계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문제들을 극복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생각은 옳을 때가 많다. 실제로 일반인들이 직접 의식하는 것이나 또는 하고자 하는 일들은 그들이 살고 있는 개인적인 생활환경에 국한되어 있으며, 그들의 비전과 세력 역시 직업, 가족, 이웃 등의 근거리 배경에 국한되어 있다.

 

그 밖의 다른 환경에서는 대역으로 활동하거나 혹은 방관자의 입장에 머물고 만다. 따라서 비록 모호하게나마 자신들의 직접적인 생활영역을 넘어서는 야망이나 그에 따른 위협을 의식하면 할수록 올가미에 걸린듯한 느낌은 더욱 강해진다.

 

올가미에 걸렸다는 이러한 느낌의 근저에는 전체 사회구조 자체의 비개인적인 것처럼 보이는 변화가 작용하고 있다. 현대 역사의 사실은 남녀 각 개인의 성공과 실패에 관한 사실이기도 하다. 계급(class)의 흥망에 따라 개인은 취업자가 되기도 하고 실업자가 되기도 한다. 자본투자율이 오르고 내림에 따라 용기를 얻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파산을 하는 사람도 있다.

 

전쟁이 발발하면 보험회사 외무사원이 로켓 발사 대원이 되기도 하며 상점 점원이 레이더 대원이 되기도 한다. 또 아내는 독수공방하고 아이들은 아버지 없이 자라게 된다. 따라서 한 개인의 삶과 한 사회의 역사는 그 두 가지를 함께 이해하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troubles)을 역사적 변동과 제도적 모순으로 규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이 누리는 안락 역시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의 큰 흥망성쇠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기들의 생활양식과 세계사 행로간의 복잡 미묘한 관계를 별로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관계가 자신의 미래와 장차 자신이 주체적으로 참여할지도 모를 역사 형성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일반적으로 모르고 있다.

 

그들은 인간과 사회, 개인의 일생과 역사 그리고 자아와 세계 사이의 상호작용을 파악하는데 긴요한 정신적 자질이 부족하다. 그들은 개인적 문제를 그 이면에 항상 존재하는 구조적인 변모를 통제하는 방식으로 다룰 줄 모른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보만이 아니다. 오늘날과 같은 ‘사실의 시대’에는 정보 자체가 사람들의 관심을 지배하며, 그것을 소화할 능력을 압도해 버리는 경우가 흔하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성의 기술만이 아니다. 비록 그것을 습득하려는 투쟁이 그들의 한정된 도덕적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말지만 말이다.

 

그들이 실제로 필요하고,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다름 아니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리고 자신들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선명하게 요약할 수 있도록 정보를 이용하고 이성을 발전시킬 수 있게 해주는 정신적 자질, 즉 사회학적 상상력이다.

 

사회학적 상상력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거대한 역사적 국면이 다양한 개인들의 내면생활과 외적 생애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해할 수 있다. 또 사회학적 상상력이 있는 사람은 개인이 일상적인 경험의 혼란 속에서 어떻게 자신이 사회적 위치를 잘못 인식하는가를 고려할 줄 안다.

 

사회학적 상상력은 우리로 하여금 역사와 개인의 일생, 그리고 사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관계를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바로 이것이 사회학적 상상력의 과제이며 약속이다.

 

사람들은 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으며 사회 안에서 개인의 일생과 역사가 교차되는 조그만 점인 자신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이해하고자 할 때 그러한 사회학적 상상력을 쓰는 것이다. - C.라이트 밀즈 <사회학적 상상력>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