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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쉬운 주역 공부, <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 - 김승호 본문

책 사유/종교역학

세상에서 가장 쉬운 주역 공부, <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 - 김승호

온화수 2016. 2. 1. 00:07

영적인 것에 관심이 있는 편이라, 내용이 어떤지도 모르고 그저 제목에 끌려서 샀다.


종교 분야 판매 순위가 2위길래, 큰 의심 없이 산 것도 있고.


주역이 뭔지도 몰랐다. 들어보긴 했으나, 구체적이진 않았고, 어릴 적 아버지께서 한자가 적힌 나침반을 들고 다니긴 하셨는데, 막연하게 그런 건가 싶기도 했고. 


지금 그게 떠올라서 대충 찾아보니 풍수지리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내 전공은 광고였는데, 전공 학점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좋은 건 흠뻑 빠지고, 하기 싫은 것 앞에선 쳐다보지도 않는다. 누구나 그런 것 같지만, 주변과 비교해서 유독 내가 그런 점이 강한 것 같다. 


학점 좋았던 과목들은 예술이나 전통 문화, 종교나 인간, 철학 수업들이었다. 4학년 1학기 때까지 선배들이 해온 방식만을 따르다가 졸업 전 막 학기나 돼서야 정말로 내가 좋아할 법한 것들을 들어본 것이다. 


어떤 과목이 학점 잘 준다, 시험이 어떻다, 과제가 어떻다의 선배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주변 동기들이나 친한 선후배들과 시간표를 맞춰 외롭지 않으려 시간표를 맞추었다. 그때는 여러모로 그릇이 참 작았다.


예술은 그나마 익숙하다 쳐도, 종교나 철학 수업을 듣는다니까 주변은 나를 생소한 시선으로 바라봤던 것 같다. 나는 전공 수업에서 느낄 수 없었던, 수업 같지 않은 수업에 몰입하게 되었다. 그 수업 시간이 기다려지고, 자취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힌두교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자취방에서 관련 다큐를 찾아보기도 했다. 


시험이 기다려졌다. 평소 관심이 많고 찾아보니 신나서 좋은 평가를 받고 싶었다. 


나의 영적인 것에 대한 관심은 어디서부터 왔을까.


어머니 쪽 조상들을 보니 나는 그들을 닮아가고 있었다.




주역은 유교 경전이다.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경전이다. 태극기를 보면, 사방에 있는 짝대기(괘)가 있지 않나. 그런 모양으로 세상 모든 것을 분류시킨다. 


굉장히 난해하다. 나도 책을 보면서 처음에 저자의 주장에 흥분해서 읽어나갔지만, 중간 이후부터 내가 이걸 왜 읽고 있어야 하나 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세상을 괘로 분류해서, 단순화해서, 통찰력을 키우자는 건 알겠다. 하지만, 모양을 분류시키는 근거가 너무 개인적이라고 느껴졌다.


아인슈타인이나 칼 융도 주역을 연구했다니, 그런 점에서 참고 읽기는 했다.


읽어 본 결과, 주역으로 삶을 대비하는 것까지는 바라진 않고,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는 사람들, 즉, 예술이나 철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요한 시선 같다. 


자신이 시인이 될 거라고 확신했던 그 소녀는 소피아 코발레프스카야였다. 그녀는 자서전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사람들은 내가 문학과 수학을 동시에 연구한 것을 보면 놀랄 것이다. 수학을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었던 많은 사람들은 수학을 산수와 혼동해서 그것을 아무 무미건조하고 재미없는 과학으로 치부해버린다. 그러나 실제로 수학이야 말로 최대한의 상상력을 요구하는 과학이다. 이는 위대한 수학자는 영혼의 시인이 되지 않고서 수학자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인은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아야 하며 다른 사람들보다 더 깊이 보야야 한다. 그건 수학자도 마찬가지다." -<생각의 탄생> 루트번스타인, 423~424P


루트번스타인의 <생각의 탄생>에 보면 패턴을 바라보는 시각이 언급된다. 세상을 명료화해서 결합시키고 그 안에서 다른 무언가를 창조하고 싶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는 흥미로운 책일 것 같지만, 그래도 주역 자체가 난해하니까 섣불리 추천은 못 하겠다. 


언어화 못 시키는 애매한 것을 주역은 구분할 수 있고, 그 단순화를 통해 삶의 패턴을 읽어내는 것. 프로그래밍의 2진법 같은 것이다.




밑줄 긋기


  우리의 정신은 주역의 구조를 바탕으로 분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오래된 동창생의 얼굴을 기억해내는 것은 바로 주역의 패턴 인식과 같다. 갓난아이가 부모의 얼굴을 기억하는 것도 같은 원리다. 융은 주역을 통해 원형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는데, 이 원형이 주역에서 괘상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주역이 서양에 전해지자 이제 더 이상 주역은 중국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다. 주역은 닐스 보어, 알버트 아인슈타인, 칼 융,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 유카와 히데키(중간자를 발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 존슨 얀(DNA와 주역의 관계를 해석), 헤르만 헤세(노벨문학상 수상), 요한 괴테, 옥타비오 파스(64괘를 싱 활용한 멕시코 시인) 등 전 세계 지성인들이 공부하게 된 것이다. -48~49P


우리는 왜 주역을 공부해야 하는가? 만물의 뜻을 알고자 함이다. 인생의 뜻을 알아야 인생을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주역이란 무엇인가? 만물의 뜻을 규명하는 학문이다. 그런데 만물의 뜻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만물은 때와 장소에 따라 변해간다. 주역은 바로 이 변화를 알려주는 것이다. -57P


  인류가 물질의 성분을 기호로 표현함으로써 마침내 화학이라는 학문이 생겨났다. 옛날에는 연금술이라고 해서 아무 물질이나 마구 섞어서 무엇인가 만들어내도 그것이 정확히 뭔지 몰랐다. 인류가 물질 성분을 기호로 표현하는 화학을 개발함에 따라 세상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과학 기호와 비슷한 기호 표현법이 수천 년전에 이미 사용되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주역이다. 주역은 단순히 기호를 사용했을 뿐 아니라 그것을 아주 정밀하게 체계화 했다. -157P


우리는 그냥 미래로 가는 게 아니라 미래가 우리를 불러들이고 있다는 개념이다. -229P


인생이란 성공해야만 위대한 것이 아니다. 숭고한 정신을 가지고 목표에 도전할 수 있는 자체로서 이미 위대한 것이다. -262P


무엇을 하다가 죽을 것인가? 죽는 날에 이르러 나는 무엇을 성취하고 떠날 것인가? 내가 살았던 역사는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 생각하고 실천할 것은 참으로 많다. -267~26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