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철학

유머 코드에도 ‘법감정’이 있다?– 한국과 미국의 유머가 이렇게 다른 이유

래포소피 2025. 5. 2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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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머는 문화의 감정 실험장이다

“왜 한국에선 이게 불편한데, 미국에선 웃긴 걸까?”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의문을 가져봤을 거야. 유튜브에서 미국 코미디를 보다가 “헉, 저건 선 넘은 거 아냐?” 하거나, 한국 예능에서 누군가 실수하는 장면을 보고 오히려 내가 더 민망해졌던 적.

이 차이는 단순한 ‘웃음 코드’의 문제가 아니야. 각 사회가 ‘감정’을 어떻게 다루고, ‘법’과 ‘도덕’을 어떤 방식으로 연결하는지와 깊이 관련돼 있어. 바로 이 지점에서 ‘법감정(jurisprudence of emotion)’이라는 개념이 작동하기 시작하지.


2. 한국식 유머: 체면과 예의의 감정 질서

한국은 유교적 전통과 대륙법 시스템의 영향을 깊이 받은 문화권이야. 여기에선 ‘체면’, ‘공공 예의’, ‘위계질서’가 굉장히 중요하게 작동하지.

그래서 유머도 이 질서 안에서 만들어져야 해. 웃기기 위해 누군가를 너무 몰아세우면 ‘예의 없음’으로 간주돼. 특히 나이, 직위, 부모·스승에 대한 농담은 거의 금기시되고 있어.

예를 들어, 예능에서 선배 가수에게 몰카를 친다고 상상해봐. 많은 시청자들이 “저건 좀...” 하고 불편함을 느끼게 돼. 연예인이 실수했을 때 그걸 웃음소재로 활용하면 “굳이 저걸 저렇게까지?”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지.


3. 미국식 유머: 자기비하와 풍자의 자유

반면, 미국은 개인주의와 영미법(커먼로) 전통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야. 여긴 ‘개인의 자유’, ‘계약’, ‘풍자’를 중심으로 문화가 형성됐어.

정치, 성, 인종 같은 민감한 이슈도 유머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자기비하(자기 자신을 까는 유머)나 권위에 대한 풍자에 관대하지. Late-night show에서는 대통령, 총리, 심지어 여왕도 매일같이 희화화되곤 해.

물론 아무 기준 없이 다 웃길 수 있는 건 아니야. 미국도 “That’s not politically correct”라는 말처럼, 피해자를 만들거나 실제 차별로 이어질 수 있는 유머에는 점점 더 민감해지고 있어.


4.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이건 단순한 문화 차원이 아니라 철학과 법의 문제야. 한국은 대륙법 시스템 속에서 도덕과 조화를 중시하고, 미국은 영미법 전통 속에서 개인의 권리와 자유계약을 중시해.

그래서 유머도 다르게 작동해. 한국은 ‘이게 도덕적으로 맞는가?’, ‘사회적 조화에 어긋나는가?’라는 감정이 우선 작동하고, 미국은 ‘이게 표현의 자유인가?’, ‘누구의 권리를 침해했는가?’라는 판단이 작동하지.


5. 바비킴 게릴라 콘서트 사건은 좋은 비교 사례다

2025년 바비킴이 고려대 캠퍼스에서 게릴라 콘서트를 하려다 관객 4명밖에 모이지 못했던 사건이 있었지. 한국 시청자들 사이에선 “30년차 가수를 이렇게 굴욕적으로 만들다니…”라는 반응이 쏟아졌어.

하지만 미국이라면 어땠을까? 아마도 “와, 전설도 관객 못 모을 수 있다니 웃기다!” “다음엔 1000명 모으는 반전 보여주겠지” 같은 반응이 나왔을 가능성이 커. 똑같은 상황인데 감정 구조와 해석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는 거야.


6. 결론: 유머도 ‘문화 감정의 법칙’이 만든다

웃기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 사회가 무엇을 부끄러워하고, 무엇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여기는지를 먼저 이해해야 해.

그리고 그건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법과 도덕, 감정이 얽혀 있는 **‘문화 법감정 시스템’**의 표현이야. 유머는 그 사회의 감정 질서와 도덕 코드를 실험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무엇이 웃기고 무엇이 불편한지를 따질 때 ‘감정의 문화’를 읽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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