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요양소

팬들을 웃음 짓게 한 해외 스타들 본문

그외의 것

팬들을 웃음 짓게 한 해외 스타들

온화수 2012. 6. 7. 12:04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한 내로라하는 스타들의 에피소드도 무척 많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웃음 가득하고 훈훈한 이야기다. 라울·모리엔테스·이에로 등 세계적 선수들을 거느린 스페인 대표팀은 승리의 아이콘으로 한국의 믹스견을 내세워 눈길을 끌었다. 당시 울산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던 스페인을 취재하러 온 외신 기자가 한국의 개고기를 취재하기 위해 개고기 시장으로 유명한 인근 부산 구포를 찾았다. 그곳에서 우리에 갖힌 강아지를 발견하고 측은한 마음이 들어 단돈 3만 원에 사들여 대표팀에 전달했다는데, 이 강아지가 한 달 동안 스페인 선수들에게 '카마친'이라고 불리며 크게 사랑받았다고 한다. 참고로 '카마친'은 당시 스페인 사령탑이던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 감독을 빗댄 이름이다.
마찬가지로 울산에 여장을 풀고 있던 브라질 대표팀 선수들은 한국의 노래방 문화에 심취했다. 당시 한국에서는 흘러나오는 리듬에 발판을 밟아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이른바 'DDR 노래방'이 선풍적 인기였는데, 춤과 노래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는 얘기에 호나우도를 비롯한 브라질 선수들은 훈련만 끝나면 노래방에 박혀 살았다. 특히 노래 부르기가 취미로 알려진 호베르투 카를루스는 무려 여섯 시간 동안이나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우루과이 대표팀은 한국인들의 예상치 못한 축구 실력에 굴욕적 경험을 했다. 연습 상대가 없어 직장내 축구 동아리를 어렵사리 섭외해 친선경기를 치른 것이 화근이었다. 한 마디로 몸 풀기도 안 되는 경기였는데, 우루과이가 '김 대리'와 '박 과장'을 투톱으로 내세운 이 축구 동아리에 2골이나 내준 것이다. 5-2로 이기긴 했으나 실점을 당한 우루과이 선수들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경기를 지켜보던 우루과이 취재진도 골을 넣은 두 사람의 신상 정보를 캐내기 위해 무척 열을 올렸다는 후문이다. 이 비화를 접한 누리꾼들은 "우루과이가 김 대리의 폭풍 드리블을 막을 수 없었다"라며 지금도 박장대소하고 있다.

 

-베스트일레븐 6월호 2002 한·일 월드컵 10주년 기념 BACK ISSUE -10년 전 그날을 추억하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