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요양소

도올 김용옥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본문

글쓰기 언어

도올 김용옥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온화수 2014. 1. 19. 19:31

영어를 잘한다는 게, 회화 잘하는 게 영어 잘하는 거예요? 현실적으로 영어를 잘한다고 하는 것은 영어회화를 잘하는 것이 아니고 composition. 영어는 어디까지나 작문에서 결정되는 겁니다. 말 잘하는 애는 미국에서 데려오면 되고, 교포들 데려오면 수 억만 명이 있어요. 미국의 교포들 얼마든지 있어요. 그런데 그런 사람을 우리나라가 영어를 잘한다고 해서 필요한 게 아니에요. 영어 잘하는 사람들은 사장님한테 편지라도 한 장 써드리고, 인보이스(invoice)를 낼 때라도 근사하게 쓰고, 누구한테 bargaining할 때 남을 설득할 수 있는 편지라도 격조 있게 근사하게 쓰고. 청와대 비서실에서도 세계에 무슨 공문을 낼 때 영어가 근사해야 되고, 외무부에서도 그렇고, 모든 것이 작문입니다. 영어실력은 작문입니다. 


우선, 영어 잘하는 사람치고 한국말을 못하는 사람이 영어 잘할 수 있습니까? 영어를 잘하려면 한국말을 잘해야 돼요. 한국말을 잘한다는 건 사고력이 풍부해야 돼요. 사고력이 명석하고 정확해야 돼요. 모든 사물을 인식하는 눈과 귀가 아주 정확해야 돼요. 감각이 정확해야 돼요. 그러니까 우리에게 영어를 잘한다고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사고력을 기르고 풍부한 어휘력을 기르는 것이에요. 그러려면 우선 지식이 있어야 되고, 영어단어도 영어단어로 끝나는 게 아니라 결국은 English mind를 습득하는 거예요. English mind를 습득해서 단어 하나도 그 단어가 쓰여진 문화적 맥락, 모든 의미의 맥락을 체화시켜야만 거기서 영어가 되는 거예요. 


어학으로부터 모든 학문이 나옵니다. 그래서 '어학(philology)은 만학의 왕이다.' 이런 말이 있어요. 


- EBS 도올의 요한복음 강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