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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요양소

<내 인생 후회되는 한 가지> - 김정운, 엄홍길, 안성기, 박경철, 공병호 등 명사 50인 본문

책 사유/에세이

<내 인생 후회되는 한 가지> - 김정운, 엄홍길, 안성기, 박경철, 공병호 등 명사 50인

온화수 2016. 1. 25. 08:04

이 책은 명사 50인을 뽑아 각자 인생에서 후회되는 한 가지를 고백하는 내용이다. 50인을 나열해보자면.


박경철, 박승, 전무송, 이윤택, 김운경, 구효서, 조영남, 엄홍길, 김덕수, 윤후명, 박동규, 이원종, 문용린, 최정임, 이만열, 김성녀, 한경희, 정경화, 최백호, 장사익, 한승원, 김형경, 정민, 이이화, 신율, 이정우, 김명곤, 강지원, 손숙, 김홍탁, 배한성, 이호재, 승효상, 오현경, 김대진, 이지성, 김동규, 김인식, 박명성, 최태지, 김정운, 정이만, 김창완, 안성기, 공병호, 남경읍, 마광수, 조수미, 이순원, 김홍신 50명이다.


한 권으로 다양한 분야에서의 짧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삶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나는 그랬다. 


평소 관심 분야가 다양하지만, 50인 중 몰랐던 사람도 꽤 있었다. 어느 분야나 후회하는 것들은 대체적으로 비슷한 것 같다. 일 때문에 가까운 사람에게 충실하지 못한 것, 주로 부모님이나 아내 및 자식들. 마광수 교수님처럼 애초에 혼자 살았어야 했다고 후회하시는 분도 있지만.


그리고 악기나 외국어를 하나쯤 수월하게 하지 못하는 점. 미루면 미룰수록 현실에 치여 나중엔 더 못한다는 점. 그러니 당장 하라는 점!


아. 평소 미디어에서 잘 볼 수 없는 장사익 소리꾼의 개인사를 조금은 엿볼 수 있어 좋았다. 


그리 대단한 책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가벼이 여길 수 없는 무게다.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 낸 각기 다른 분야의 인생을 이렇게 볼 수 있는 책도 많지 않으니까. 뜻밖에 유익한 책을 발견한 기분이랄까.


삶에 대한 얘기나 진로에 대해 호기심 충만한 유기체에게 추천합니다. 별 5개 중에 3개 반.





밑줄

"아니 아직도 한 여자랑 산단 말입니까? 당신 같은 희귀동물이 지구상에 살고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네요."

  앞으로 내가 이런 농담을 던진다면 조영남의 지독한 반어법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조영남, 너는 가정이라는 속박을 훌훌 벗어버리고 자유인처럼 사는 것으로 위장하고 있을 뿐이야. 수신제가도 못한 주제에 어떻게 노래와 그림으로 세상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겠니?"

  이혼을 꿈꾸고 있는가. 아니면 오래 사귄 애인이 싫증나서 이별을 꿈꾸고 있는가. 내게 이런 말을 할 자격은 없지만 지금 곁에 있는 그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 조영남(가수) 49P


  나는 지금 그들을 위해 살고 있다. 2008년 5월 엄홍길휴먼재단을 설립한 뒤 산에서 숨진 셰르파들과 그들의 남겨진 가족 그리고 오지마을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짓고 있다. 히말라야 자락에 사는 네팔 아이들이 공부할 기회조차 없는 것이 늘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 엄홍길(산악인) 54P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후회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이 말은 실수가 없었다는 뜻이 아니다. 실수를 하고서도 '아차, 잘못했구나!'하고 깨닫는 게 아니라,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것이 그냥 단순한 행동이 아니라 나의 함량에서 오는 것임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모든 것에는 그럴 만한 까닭이 있었다. 그야말로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는 인과응보였다. 아무리 순간적인 부주의라고 할지라도 결국 공부가 부족한 탓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 윤후명(소설가·시인) 63P


  


  그해 겨울 나는 시래기국을 먹지 않았다. 배추 한 포기 사려고 추운 길을 며칠씩 걸어 다녀야 했던 가난한 살림에 다섯 형제를 먹여야 했던 어머니의 심정에 "거지같이"라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은 것이 부끄러워 시래기국을 먹을 수 없었다. - 박동규(서울대학교 명예교수·문학평론가) 71P


돌이켜보니 잘했다고 칭찬하는 법이 없었던 엄마, 언제나 옳은 말만 하는 엄마, 좌절을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 힘들다고 말할 때 극복하고 이겨내라고 다그치기만 한 엄마… 나는 엄마가 아닌 선생님이었다. - 김성녀(배우·국립창극단 예술감독) 96P


지금 생각해보면 마음속에 늘 노래에 대한 열망을 품고 있었기에 무슨 일이든 손에 잡하지 않아서 온갖 직업을 전전한듯하다. 당연한 결과로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변변한 효도 한번 못했다. 당신들에게 넉넉하게 용돈을 드려보지도 못했고, 따뜻한 옷 한 벌 사드려 보지도 못했다. 대신 늘 걱정거리만 잔뜩 안겨드린 것이다. 

  다행인 것은 뒤늦게 소리꾼으로 인정받은 아들을 보고 세상과 작별하셨다는 사실이다. 드디어 한 가지 일을 3년 이상 하는 아들을 보신 셈이다. - 장사익(소리꾼) 118P

  그래서 더욱 영어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것이 늘 후회스럽다. 밖에 나가 보면 언어가 권력이란 말을 실감한다. 한국학의 세계적 경쟁력은 언어의 장벽에서 자주 가로막힌다. 거침없이 말하는 사람은 콘텐츠가 없고, 콘텐츠의 경쟁력을 갖춘 반벙어리들은 입을 못 떼니 그저 한몫으로 넘어갈 밖에. - 정민(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 135P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지금 뭐가 되고 싶은지'를 생각하지 말고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뭔지'를 생각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냥 요즘 잘나가니까 그런 직업을 갖고 싶다고 생각하지 말고,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생각하라는 말이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때 성공하면 더욱 좋지만, 만일 실패하더라도 인생에서 큰 후회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돈을 많이 벌든 아니든 큰 후회가 없는 인생은 최소한 자신의 입장에선 성공한 인생일 수 있는 것이다. - 신율(명지대학교 교수·정치평론가) 145P


내가 고시공부를 하고 40여 년간 검사와 변호사 생활 등을 해온 것이 나의 적성에 맞는 일이었는가. 지금 나는 분명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일을 하면서도 생각은 계속 청소년, 여성, 장애인들을 향한 것은 의도적으로 계획한 것이 아니었다.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된 것이다. 내가 고시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훨씬 더 일찍 내 적성을 찾지 않았을까, 지금처럼 빙 둘러서 현재에 이르지 않고 곧바로 나만의 길을 찾지 않았을까, 후회가 된다. 

(...중략...)
  나의 후회가 이 나라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작으나마 꿈을 찾는 데 시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특히 사법시험 천 명, 로스쿨 천오백 명 시대에 그들에게 묻는다. 여러분은 진정 자신의 적성을 사랑해서 선택했는가? 그것이 아니라 그 길이 보여줄 것 같은 돈, 지위, 권력을 사랑한 나머지 선택했는가? - 강지원(변호사) 160P



우선 나는 분수를 지키며 살 것을 결심했다. 분수에서 벗어난 생각과 행동을 하는 순간 반드시 불행한 일이 터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 번째로 우쭐하는 생각에서 내린 판단은 실수가 있게 마련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내 귀에 듣기 좋은 소리는 흘려버리고 내 귀에 쓴 말은 새겨듣게 되었다. - 정이만(한화63시티 대표) 240P


무슨 악기든 하나라도 스스로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지녔으면 좋겠다고. 그럴 수 있게 노력해보자고. 배우로서 연기를 하는 데 또 필요할 수 있으니까. 그게 아니더라도 취미생활 등 여러모로 좋을 테니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실행하지 못했다. 이제까지 10년이 가까워오도록. 지금도 마음은 굴뚝같은데 말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시간을 갖는 게 쉽지 않다. 핑계나 변명이 아니라 요즘은 공적인 자리를 비롯해 사적으로도 참석해야 할 일이 정말 많기 때문이다. 내 영화에만 전념하면 되는 예전에,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비교적 많았을 때 부지런히 연마했어야 했는데 그때에 그렇게 하지 못한 게 못내 후회스럽다.

  '기회는 기다려주지 않고, 시간은 지나가면 되돌릴 수 없고, 후회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을 차제에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나중에 후회할 일은 지금 하지 말아야 하고, 훗날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고 다짐해본다. - 안성기(배우) 249~250P


  돌이켜보면 지난 삶은 음악 외에 다른 부분을 신경 쓰지 못했던 것 같다. 삼라만상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문학작품이나 미술작품들과 같은 예술분야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았더라면 내 음악세계는 더욱 풍성해졌으리라 생각한다. 25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 깨달은 바로는 예술이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모두 같은 방향이라는 점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아름다운 세상을 화필로, 문필로, 음표로 표현한 것이 바로 예술이다.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이 곧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기에 조금 더 어린 나이부터 그런 시각을 넓혀왔더라면 더욱 풍부하고 아름다운 감성으로 노래했으리라. - 조수미(성악가) 269~27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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