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요양소

사랑의 블랙홀 (Groudhog Day 1993)을 보고 본문

미디어 조각

사랑의 블랙홀 (Groudhog Day 1993)을 보고

온화수 2011. 12. 14. 05:37



내가 필이라면 22일에서 어떻게 벗어날까?

하루가 무한히 반복되는 필의 삶을 보면서 영화의 중반까지는 저게 왜 싫지?’라는 의문을 가졌었다. 하루가 반복되고 또한 그 사람들의 상황도 반복 된다면 사람의 마음을 얻기가 쉬울 텐데 왜 필은 지겨워만 하는지 이해가 안 될 쯤에 필이 처음 보는 여자에게 이름이나 출신지 등을 묻고 다음 날 아는 척을 하며 능수능란하게 여자의 마음을 얻는 장면이 나왔다. 그 장면을 보면서 역시 저거야!’하며 감탄을 안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점점 영화가 진행될수록 참 불쌍한 인생이라고 생각이 되어졌다. 아무리 사람의 마음을 쉽게 얻어도 그 마음이 하루를 넘어서지 않는다면 추억이란 걸 누군가와 공유할 수가 없기 때문에 슬픈 인생이라고 생각 되었다. 결국 마지막에는 거친 성격의 필은 체념하고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베푸는 성격으로 바뀌고 그로 인해 정말 사랑하는 여인의 마음을 얻음으로써 22일에서 벗어나게 되지만 말이다.

영화 속에서의 필은 자살까지 하면서 다음 날로 돌아가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하지만 결국엔 극단적인 방법은 모두 통하질 않는다. 그래서 내린 결론인데, 영화 속에서는 세상 모든 게 다음 날 아침 6시면 제자리로 돌아오지만 필 자신의 기억만은 남아있기 때문에 피아노와 얼음 조각을 매일 배우면서 그 기술을 결국에는 자기 것으로 만들 게 된다. 그래서 이런 점을 이용하는 것이 제일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한 방법은 비행기를 타고 탈출하는 방법이었는데 생각해보니 영화 속에서 비행장은 보이질 않았고, 그렇다면 비행기를 하루 안에 만들어야 할 텐데 말도 안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또 다른 대안 방법으로 생각해낸 것이 폭설 때문에 사고의 위험성으로 경찰이 막고 있는 도로를 이용해 탈출하는 방법 밖에 없는 것 같았다. 경찰이 되기에는 시간이 무리고, 경찰과 협상을 봐야하는데 영화 속에서 현금 수송 차량에서 자연스럽게 돈을 훔치던 장면이 생각난다. 그 돈을 자연스럽게 훔친 다음 스노우 체인을 구입해 차 타이어에 달고 경찰에게 찾아간다. 그 다음 경찰에게 돈 다발을 주면서 죽든지 살든지 내가 꼭 가야만한다고 협상을 한 뒤, 사람들에게 왜 저 차만 보내주느냐고 따지면 폭설 취재 때문에 보내주는 거라며 의심을 없앤다. 그렇게 해서 다른 지역에 무사히 도착하면 우선 컴퓨터를 키고 인터넷 화상 채팅 사이트에서 해외에 있는 친구를 급하게 사귄다. 사귀고 나면 그 친구와 다음 날 새벽 5시 반에 접속하기로 약속을 한 후, 눈 뜨고 6시까지 기다린다. 그렇게 하면 나만 바뀌는지, 해외도 바뀌는 건지 확인을 하고 만약 바뀌지 않는 다면 도대체 그냥 세상이 자연스럽게 변할 때까지 체념하고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참 복잡한 인생이다. 필과 같은 삶은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 변화가 없는 것 같아 인간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 결국 마지막에는 변화가 오지만 매일 그런 똑같은 일상이 반복 된다면 상상만 해도 머리가 아파 온다. ‘매일 매일 늙어감이 행복한 것이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