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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 조차 건네기 어려운 아버지와의 술자리

온화수 2012. 8. 23. 10:00


나는 아버지를 무척 어려워한다. 군대를 다녀 오면 바뀐다는 소리도 있는데 난 4년이나 지났지만, 아버지와 밥을 먹기도 불편하다. 올 초에 아버지와 나의 친구들과 우리집에서 술자리를 가지며 이런 저런 얘기를 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아버지와의 관계는 말짱 도루묵이었다. 그리고 어제 23살 먹은 어린 여동생과 곧 10월에 결혼하는 남편될 사람과 부모님과 우연히 집에서 양주를 먹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니 나와 부모님만 남게 되었고, 나는 장남의 위치로 자연스레 남게 되면서, 서로의 불만을 얘기하는 자리가 됐다. 나와 아버지 관계에서 오는 많은 서로의 섭섭함의 얘기를 주되게 했다. 어렸을 적 아버지가 나와 어머니에게 대한 태도의 섭섭함, 가정적이지 못한 모습, 아버지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 했다.


이 얘기를 가만히 들으시던 아버지는 집이라는 게 편해야 하는데 내 눈치를 보느라 너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편하게 얘기하고 불편한 거 있으면 얘기하라고 하셨다. 사실 나는 집에서 누워 있다가도 아버지 들어오시면 나태하게 있는 것 같아서 벌떡 일어나고 밖에서의 내 모습과 달리 많이 내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내 친구들이 놀라겠지만 집 안에서 내가 노래를 부르는 건 상상할 수도 없다.


이렇듯 내 마음 속의 우울함과 스트레스가 어쩌면 가까운 가정에서 나온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집이 편하지 않으니 자꾸 다른 무언가에 의지하려고 했던 것 같고, 혼자 있으면 부단히 외로워졌다. 내 고민을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얘기할 수 없으니 외로웠고, 그나마 오랜 여자친구이자 가장 친한친구인 이슬이에게 부모님에게 상담할 얘기까지도 다 털어놨던 것 같다. 


이제는 아버지와 조금은 친해진 것 같고, 다가가야 할 때인 것 같다. 그래야 가정이 온전히 화목하던 때로 돌아올 것 같다. 처음으로 장남 역할을 한 것 같다. 내가 책을 읽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나의 가치관을 표현하는데 도움이 됐는데, 이번에도 나와 아버지와의 관계, 어머니와 아버지의 관계 속 불만을 들어주며 중재하는 게 많은 도움이 됐다.


나는 잘하는 게 없다고 25년 간 살아왔는데, 지금에서야 느꼈다. 이제는 조화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얘기하고 싶다.